BEAUTY

최초의 향수는 언제·어디서·어떻게 발견되었을까?

5천년 역사를 가진 향수. '여왕의 물'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프로필 by 박수지 2024.02.23
스타일링의 가장 마지막 단계를 장식하는 향수. 그날의 분위기와 스타일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향수는 ‘패션의 완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향수가 무려 5천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류와 함께 공존해 왔다는 사실, 놀랍지 않은가. 다양한 풍습과 문화를 거쳐 변모해 온 향수는 우리의 기억·인식·감정을 가장 감각적으로 일깨우는 존재가 되었다. 단순한 ‘향’의 개념을 넘어 수천 년 동안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한 향수의 첫 시작은 과연 어디였을까. 최초의 향수 ‘헝가리 워터’부터 우리나라 향수의 역사까지.


향수의 기원

<The Perfume Maker> by Rudolf Ernst

<The Perfume Maker> by Rudolf Ernst

향수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메소포타미아 문명 시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고대 사람들은 제사를 통해 신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곤 했는데, 바로 이때 향을 풍기는 식물들이 처음 사용되었다. 나뭇가지를 태우고, 향나무 잎으로 즙을 내어 몸에 바르는 행위를 통해 신성한 존재인 신에게 예를 갖추었다. 이와 같이 몸과 의복에 향을 부착하는 의식이 향수의 토대가 된 것.

그러나 이것은 최초의 향수가 아니다. 고대 문명의 향수는 21세기와는 달리 신과 인간의 교감을 위한 종교 의식에 쓰인 매개체이기 때문. 즉, 그 의미와 사용 목적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근대적 의미의 향수는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


‘영혼의 물’ Hungary Water

최초의 향수는 14세기 경 등장한 ‘헝가리 워터(Hungary Water)’.헝가리 워터는 헝가리의 왕비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오늘날의 ‘오 드 투왈렛’과 가장 유사하다. 주재료는 로즈마리와 라벤더, 민트를 비롯해신선한 꽃잎과 과일 향기를 함유한 알코올.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다양한 재료가 첨가되었다. 특이한 점은 헝가리 워터가 미용뿐만 아니라 의학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는 것. 당시 70세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헝가리 워터로 인해 평소 앓고 있던 지병을 회복한 것은 물론 더욱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그녀는 맑은 피부와 건강한 심신을 위해 입욕제와 화장수 등 온몸에 헝가리 워터를 발랐다. 72세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미모에 반한 25세의 폴란드 국왕이 청혼한 유명한 일화 역시 헝가리 워터의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
Image/Mountain Rose Herbs Image/@emaecoral Image/Creabtree&Evelyn
현재까지도 널리 쓰이는 만병통치 아이템 ‘헝가리 워터’. 실제로 전세계 코스매틱 브랜드들이 21세기 버전으로 재해석한 헝가리 워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편, 다양한 천연 재료와 향료를 사용해 이제는 집에서도 손쉽게 DIY 헝가리 워터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홈메이드 헝가리 워터 제작법이 담긴 수많은 포스팅이 존재한다. 가장 건강한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천연 화장품을 찾고 있다면 DIY 헝가리 워터를 눈여겨보길.


최초의 향수 MADE IN KOREA

고구려 쌍영총 고분벽화 일부_Image/동아일보(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고구려 쌍영총 고분벽화 일부_Image/동아일보(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한국의 향수 역사는 무려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통일에 큰 공을 세운 김유신은 향불을 피워 무술연마를 하였고, 일반 서민 역시 남녀노소 모두 향신료가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 ‘향낭’을 패용했다. 또한, 고구려시대 쌍영총 고분벽화에서도 향수와 관련된 흔적이 남아있다. 줄지어 걸어가는 아홉 명의 사람 중 맨 앞에 가는 소녀가 머리에 향로를 이고서 두 손으로 받든 장면이 포착된 것. 이는 고고학적으로도 입증된 삼국시대의 향수·향료 사용을 대표하는 사례이다. 또한 중국에 파견되었던 승려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향료의 수입도 함께 이루어 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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