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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와 만난 윤여정의 압도적 오라

7년여 만에 바자 카메라 앞에 선 그녀.

프로필 by 이진선 2024.12.24

YOUNS AURA


‘여배우’ 하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와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구축, 이제는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선 그녀. 올해로 데뷔 59년 차를 맞은 윤여정이 7년여 만에 <바자> 카메라 앞에 섰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윤여정의 압도적 오라.
18K 옐로 골드에 총 5.93캐럿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아폴로’ 이어 클립, 33캐럿 쿠션 컷 모거나이트와 아이코닉한 새 모티프를 장식한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버드 온 어 락’ 브로치는 Tiffany & Co..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아폴로’ 이어 클립,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나인티투 스톤’ 네크리스는 Tiffany & Co..

퍼 베스트, 드레스는 Ferragamo.

윤여정이라는 어떤 여자
하퍼스 바자 이성진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 시즌 2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극 중 컨트리 클럽 주인인 한국인 억만장자 역할을 맡으셨다고요. 저는 선생님의 작품 선택 기준이 최근 들어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을 돕거나, 표현하고 싶은 바가 확실하거나. <미나리>가 전자였고 <파친코>는 후자였던 것 같고요. “코리안 아메리칸 감독들의 대모가 된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어떤 경우인가요?
윤여정 팔이 안으로 굽는 것 같아요. 코리안 아메리칸, 그 친구들이 만든 작품이라면 본능적으로 몸이 이끌려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누구를 돕기 위해 택한 건 아니에요. 이성진 감독과 여러 번 미팅을 했는데, 저를 통해 그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게 한국의 감독들과는 다른 시각이라 재미있어요. 한국에선 주로 할머니 역할로 섭외가 들어오죠. 그런데 그들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저를 바라보는 시각이 꽤 달라요.
하퍼스 바자 어떤 할머니라기보다는, 어떤 사람인 거군요.
윤여정 맞아요. 어떤 사람, 혹은 어떤 여자.

18K 옐로 골드 ‘티파니 하드웨어 라지 링크’ 이어링, 18K 옐로 골드에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하드웨어 그레듀에이티드 링크’ 네크리스, 약지에 착용한 ‘티파니 하드웨어 스몰 링크’ 링은 모두 Tiffany & Co..

코트는 Gabriela Hearst. 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성난 사람들>의 미덕은 인간의 불안과 분노, 죄책감, 부끄러움 같은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데 있었는데요.
윤여정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성진 감독을 싫어하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다고요. 그런데 이제 내 나이쯤 되면 그런 건 다 안을 수 있잖아요. 난 사람들이 왜 비평하는지도 알겠고. <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나한테 그러더라고. 선생님, 조심하시라고.(웃음) 그런데 이제 나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나이가 됐죠. ‘아, 얘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애구나’ 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냥 내가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내가 평소에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거든요. 삶에서는요. 그런데 이상하게 작품에서는 도전을 잘해요.
하퍼스 바자 왜일까요? 본능적으로 끌리는 걸까요?
윤여정 안 그래도 요즘 그 점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고 있어요. “나는 왜 사서 이 고생을 할까?” 내 DNA에 있는 것일 수도 있겠죠. 어쩌면 팔자일 수도 있고요. 결국 생각이 팔자니까요. 그런데 저는 인생을 참 재미없게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자로 잰 듯한 삶을 살다 보니 오히려 작품에선 그런 모험심이 작동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작품에선 내가 아니라 그 역할로 사는 거니까요. 아무튼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요즘엔 스스로를 ‘사색하는 늙은이’라고 부르고 있답니다.(웃음)
하퍼스 바자 반대로 선생님의 일상은 그만큼 평화로운가요?
윤여정 굉장히 지루해요. 저는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인데, 그래서인지 요즘엔 동사무소에서 전화도 자주 와요.(웃음) 그런데 저는 저의 지루한 일상을 받아들이는 걸 넘어서, 혼자 있는 걸 정말 좋아해요.

‘티파니 빅토리아’ 이어링, 기하학적 프린지 장식 위로 총 10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프린지’ 네크리스, 검지에 착용한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식스틴 스톤’ 링, 약지의 ‘티파니 솔리스트 펜시 옐로우 다이아몬드’ 링, ‘티파니 빅토리아 바인 테니스’ 브레이슬릿, 왼팔의 마퀴즈 컷 다이아몬드와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조화로운 ‘티파니 빅토리아 네로우 얼터네이팅’ 브레이슬릿, ‘티파니 빅토리아 얼터네이팅’ 링은 모두 Tiffany & Co..

오프숄더 재킷은 Jacquemus.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성난 사람들>에선 유난히 화가 치솟는 그런 날 두 주인공이 조우하면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선생님, 저는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 화를 덜 내고 사사로운 감정으로부터 초연해질 거란 어떤 희망 같은 걸 품고 있는데요.
윤여정 안 그래요. 인간이란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저는 매일 밤 우리 할머니한테 할머니처럼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기도 드리는데 그러면 뭐해요? 다음 날 화나는 일이 생기면 또 화를 내고 있더라고요. 그게 인간이에요. 그래서 늘 저 자신에게 위로하죠. “그래도 내일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물론 똑같은 상황이 오면 또 화를 내고 있을 수도 있지만요.
하퍼스 바자 <파친코>를 통해 “한국 여성의 ‘끼끗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죠. 무엇보다 저는 그 ‘끼끗함’이라는 단어가 인상 깊더라고요. 사전을 뒤져봤는데 없는 단어였어요. 하지만 어쩐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윤여정 우리 말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잘 몰라도 느낌이 오잖아요. ‘끼끗함’은 우리 엄마가 쓰던 표현인데, 이북 사투리인가 봐요.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제 와서 물어볼 수도 없네요. 엄마는 늘 “사람이 끼끗해야 한다”고 하셨죠. 선자 역할을 맡았을 때, 가난하고 못 배우고 쪼들린 삶을 살았던 한국 여인을 표현하되,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가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 단어를 썼던 것 같아요. ‘깨끗하다’와는 조금 다른데 자신을 알고 지저분하게 행동하거나 누추하게 구걸하지 않는 태도랄까요. 그래서 저는 그 ‘끼끗함’이라는 게 ‘dignity(품위)’ 같은 의미가 아닐까 했어요. 정직하고, 남루하지 않고, 천박하지 않은. 이건 지식의 높낮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이 없죠.

블루 래커 다이얼 위 12개의 각기 다른 형태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티파니 이터니티 28mm 쿠션 쉐입’ 워치는 Tiffany & Co..

하퍼스 바자 부러 이 단어를 끄집어낸 이유는 이 ‘끼끗함’이 배우 윤여정을 표현하는 매우 적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직하고 꼿꼿하고 우아하죠.
윤여정 그래요? 우리 엄마의 가정교육이 결실을 맺었나 봐요.
하퍼스 바자 끼끗함이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했던 것처럼, 가끔 돌아가신 엄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나요? 세상의 이치 같은 것들 말예요.
윤여정 그래서 제가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어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화장을 했거든요. 화장할 때 항아리를 하나 가져갔어요. ‘엄마의 재를 좀 나눠 달라’고 하니까 그쪽에서 몸이 나뉘는 거라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상관없다, 내 엄마다 하고 달라고 했어요. 그 재를 우리 집 마루에 모셔두고, 지금도 매일 엄마랑 얘기를 나눠요. 외국에서는 이렇게 많이 한다고 알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엄마와 어떤 대화를 나누세요?
윤여정 보통은 “다녀올게요, 엄마” “다녀왔어요, 엄마”라고 해요. “잘 키워줘서 감사합니다” 같은 말도 건네고요. 밤에는 “안녕히 주무세요”하고 아침에 “안녕히 주무셨어요” 해요. 우리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도 다 그 앞에서 한번씩 절을 하더라고요. 어떤 감독 하나는 절을 하면서 “할매, 나 좀 도와주소” 하더라고요. 자기 영화 안 들어간다고.(웃음)
하퍼스 바자 “배우에게 아티스트란 수식을 다는 게 싫다”고 종종 말씀하셨죠. 하지만 장인이라는 수식에는 동의하시죠? 연기자로 살아오신 지 59년입니다.
윤여정 아티스트는 싫어요. 한번은 차를 타고 예술의전당에 가는데 매니저가 “여기 아티스트가 타고 계십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얘, 그거 어디서 배운 말이니?” 했더니 회사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켰대요. 내가 무슨 후기 인상파 화가도 아니고, 아티스트라고 하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죽은 다음에 어떤 사람이 “그 여자가 아티스트였네”라고 하면 몰라도, 지금은 좀 과한 것 같아요. 요즘은 호칭이든지, 존칭이든지 너무 과해졌어요. 그런데 나도 장인이고는 싶어요. 내가 60년 동안 한 길을 걸었다면, 장인 대우는 받을 수 있잖아요.

18K 로즈 골드에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락’ 이어링, 플래티넘과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마퀴즈 컷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티파니 빅토리아 그레듀에이티드 라인’ 네크리스, 레이어드한 ‘티파니 락 스몰 펜던트’ 네크리스, 오른팔의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한 18K 로즈 골드 ‘티파니 락’ 뱅글, 오른손 검지의 18K 옐로 골드 ‘티파니 락’ 링, 레이어드한 ‘티파니 락’ 링, 왼팔의 18K 옐로·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락’ 뱅글, 18K 로즈·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락’ 뱅글은 모두 Tiffany & Co..

재킷은 Tod’s. 드레스는 Bottega Veneta.

하퍼스 바자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연기를 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묻는 질문에 줄곧 “먹고살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일축하셨지만요.
윤여정 이번에 김수현 선생님께 오랜만에 문자를 보냈어요. 드라마 <작별>을 다시 보고 “당신 정말 잘 썼다. 내가 정말 작가로 존경한다”고 했더니 “내가 53살에 그걸 썼는데, 그 나이에 인생에 대해 뭘 알고 썼겠냐. 먹고살려고 썼던 각본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 여성은 장인이다”라고 했어요. 원래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 제일 소중한 일이에요.
하퍼스 바자 “나는 너무 좋다는 표현을 못하는 배우다. 무뚝뚝하고 무심하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배우로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참 좋았던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언제나 이런 건 지나고 나서 선명해지는 것 같아요.
윤여정 너무 좋을 때는 좋다는 걸 모르더라고요. 얼떨결에 당황하고 황당해하면서 지나가고, 나중에서야 ‘글쎄, 그때가 좋았던 건가’ 하는 거죠. 질문지를 보고 아주 옛날이 떠올랐어요. 내가 어린이 백일장에 나가서 1등을 한 적이 있어요. 생애 처음 상을 받은 거라서 정말 기뻤죠. 국민학교 6학년 때인가 그랬어요.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윤여정이라는 어린이가 공식적인 칭찬을 받은 첫 번째 순간이었던 거네요. 그런데 지금의 선생님은 칭찬을 몹시 싫어하시잖아요.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하신 걸 보고 새삼 느꼈습니다. 인터뷰어의 칭찬에 철벽방어를 하시던데요.
윤여정 그건 이유가 있어요. 전에 무슨 촬영을 하는데 한 선배가 주인공 여자애가 지나가니까 “넌 어쩜 그렇게 예쁘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쟤가 그렇게 예쁘냐고 했더니 “그냥 그렇게 얘기해주는 거야” 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아, 세상이 이런 거구나. 칭찬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구나.

오른손 약지에 착용한 ‘티파니 하드웨어 스몰 링크’ 링, 18K 옐로 골드에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하드웨어 그레듀에이티드 링크’ 네크리스, ‘티파니 하드웨어 라지 링크’ 브레이슬릿, 왼손 검지의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에일사’ 링, 약지의 ‘티파니 솔리스트 펜시 옐로우 다이아몬드’ 링은 모두 Tiffany & Co..

드레스는 Ferragamo.

하퍼스 바자 최화정 씨 유튜브에서도 “백 개의 좋은 댓글이 있지만 한 개의 나쁜 댓글에 신경 쓴다”고 하시며 부정적이라는 얘기도 하셨잖아요. 이 말을 꺼낸 이유는 그게 선생님의 힘이 아닌가 싶어서요. 부정적인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니까요. 좋은 것과 나쁜 것, 언제나 이 두 가지 면을 다 볼 줄 아는 것이 험난한 배우 생활을 해오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되었다고 보세요?
윤여정 제가 굉장히 시니컬한 사람이에요. 도움이 됐는지 안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말에 취하지 않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내가 여러분한테 칭송받는 건 아카데미상을 탔기 때문일 텐데 그것도 운이에요. 그걸 잘 알기 때문에 거기에 취하지 않는 것이고, 세상 물정을 아는 지금 이 나이에 상을 받은 거라 다행이에요. 만약 내가 30대에 아카데미상을 받았으면 어떤 괴물이 됐을 수도 있죠. 정말 운이에요. 나한테는 로또 당첨처럼 불가사의한 일이었으니까요.
하퍼스 바자 아카데미 수상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어렸을 때, 친척 언니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가 되고 싶다면서 선생님 얘기를 했거든요. 20년 전에도 선생님은 여자들한테 그런 존재였어요.
윤여정 몇 십 년 전에 나를 그렇게 알아본 사람이 있었네요. 그때는 너무도 핍박받을 때였는데.(웃음)

18K 옐로 골드 브레이드 위 1백15개의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프린지’ 네크리스는 Tiffany & Co..

화병은 N-sa.

하퍼스 바자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어. 대신, 애써서 해.”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윤여정 김초희 감독이 그걸 우리 집에서 썼거든요. 그 대사를 내가 알려준 거예요. 근데 김초희 감독은 자기가 썼다고 하더라고요. ‘아, 이래서 저작권 싸움이 벌어지는구나’ 싶어요. 그 당시에 나보고 선생님은 어떻게 사느냐고 묻길래 “하루하루 살지 뭐, 그냥 일상을 사는 거지” 그랬어요. “애써서 해. 애는 쓰잖아, 내가.” 그렇게 덧붙였던 것 같아요. 난 이렇게 생생히 기억하는데 자꾸 자기가 만든 대사라고.(웃음)
하퍼스 바자 60년 가까이 연기를 해온 배우 윤여정에게 애써서 연기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윤여정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애쓰는 거예요. <파친코 2>에서 내 대사의 70%가 일본어였어요. 영어나 한국어는 대사가 막혀도 문맥상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잖아요.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외운 거라 막히면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그래도 어떻게 못한다 그래요. 한다고 했으니까 해야죠. 촬영장에서 옵션을 주더라고요. 이어폰을 끼면 저쪽에서 대사를 불러준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연기를 모르고 하는 말이에요. 진정을 다해서 대사를 해야 하는데 한쪽 귀로 그걸 들으면서는 연기가 안 돼요. 내 늙음인지 천성인지 모르겠어요. 다른 배우들은 다 그거 끼고 하는데 나는 방해가 돼서 그걸 끼고는 연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통째로 독학했어요. 저는 올드 스쿨이니까요.

‘티파니 빅토리아’ 이어링, 오른손 검지에 착용한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식스틴 스톤’ 링, 약지의 에메랄드 컷 모거나이트를 중심으로 마퀴즈 컷 다이아몬드와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조화로운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에일사’ 링, ‘티파니 빅토리아 얼터네이팅 그레듀에이티드’ 네크리스, 쿠션 컷 모거나이트와 새 모티프로 완성한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버드 온 어 락’ 브로치, 왼손 검지에 착용한 ‘티파니 빅토리아 얼터네이팅’ 링, ‘티파니 빅토리아 네로우 얼터네이팅’ 브레이슬릿은 모두 Tiffany & Co..

오프숄더 재킷은 Jacquemus.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저조차도 가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허무주의와 냉소주의에 빠질 때가 있는 걸요. 무엇이 선생님을 여전히 애쓰게 만드나요?
윤여정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도대체 왜 이래야 하는가. 결국 천성이겠죠. 천성이 나를 볶는 거죠. 사람들은 내가 돈이 많은 줄 아는데 나, 돈 없거든요? 건물도 없고 돈도 없지만 그게 그렇게 갖고 싶은 적도 없었어요. 그런 건 별로 나를 건드리지 않아요. 나도 생각해봤죠. 이제 그만 은퇴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집에서 누워 있어도 책을 1시간 이상 못 읽어요. 눈도 아프고. 결국 일상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내 주위에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게 바로 그 일상이에요. 다른 욕심을 내서 뭘 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는 그냥 이 병원 밖을 나가서 걸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거죠. 배우라는 직업이 나에게는 일상이에요. 그래서 나한테 오는 배역을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싶어요. 그게 내가 내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에요.
하퍼스 바자 선생님, 건강하세요.
윤여정 네. 건강이 제일이네요.

18K 옐로 골드에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하드웨어 라지 링크’ 이어링, ‘티파니 하드웨어 그레듀에이티드 링크’ 네크리스, 약지에 착용한 ‘티파니 하드웨어 스몰 링크’ 링은 모두 Tiffany & Co..

코트는 Gabriela Hearst.

하퍼스 바자 한 해가 또 이렇게 지나갑니다. 2024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 것 같나요?
윤여정 올해는 참 안 좋았어요. 나는 늘 나쁜 일만 기억에 남거든요. 만약 돈이 없어서 속이 썩으면 일해서 벌면 돼요. 그런데 사람 때문에 속 썩는 게 제일 싫어요. 내가 나이를 먹었으니까 깊이 아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런 애인 줄 알았는데 아닐 때, 참 씁쓸하고 허망해요.
하퍼스 바자 지금도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시는군요.
윤여정 아마 영원히 그럴 거예요. 그래서 나는 요새 이렇게 자위를 한답니다. 그래, 이게 다 살아 있다는 증거지.

‘티파니 노트’ 이어링, 오른손 검지에 착용한 ‘티파니 노트 더블 로우’ 링, ‘티파니 노트 더블 로우’ 브레이슬릿, 블루 래커 다이얼과 카프스킨 스트랩이 조화로운 ‘티파니 이터니티 28mm 쿠션 쉐입’ 워치, 왼손 약지에 착용한 ‘티파니 T 트루 와이드’ 링은 모두 Tiffany & Co..

재킷, 팬츠는 Khaite.

(위부터) 18K 옐로·화이트 골드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락’ 뱅글, 18K 로즈 골드에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한 뱅글은 Tiffany & Co..

18K 옐로 골드에 플래티넘,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아폴로’ 이어 클립,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나인티투 스톤’ 네크리스, 검지에 착용한 ‘잔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식스틴 스톤’ 링, 소지에 착용한 ‘티파니 메트로 파이브 로우’ 링은 모두 Tiffany & Co..

퍼 베스트, 드레스는 Ferragam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Credit

  • 인터뷰/ 손안나
  • 사진/ 신선혜
  • 헤어/ 강성아
  • 메이크업/ 이수민
  • 스타일리스트/ 나경삼
  • 세트 스타일리스트/ 유혜원(BLANK)
  • 어시스턴트/ 정민호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