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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유산균, 진짜 효과 있을까?

구강 유산균부터 오일 가글, 콜라겐 치약까지 전문가가 낱낱이 밝힌 진실

프로필 by 정혜미 2025.05.04

SMART ORAL HEALTH


치아와 잇몸 건강을 관리하는 구강 케어가 하나의 웰니스 루틴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강유산균부터 오일 가글, 콜라겐 치약까지, 스킨케어처럼 다단계로 확장 중인 입속 루틴에 관하여.


정확히 일주일 동안 겪은 일이다. “구강유산균, 정말 효과 있어?” 험한 칫솔질로 잇몸이 상해 고민이라는 친구에게 질문 세례를 받았고, A 브랜드에서 오일 풀링이 가능한 가글과 구취 제거용 민트 치약을 보내왔다. 임플란트 치료 중인 엄마는 홈쇼핑에서 워터픽 신제품을 구매했고,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영상마다 잇몸 치약 광고가 등장한다. 예로부터 치아 건강을 오복 중 하나로 여겼다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구강 케어 제품이 한꺼번에 쏟아진 적이 있었던가? 내 주변이며 알고리즘, SNS 인기템까지 요즘 눈에 띄는 건 하나같이 입속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렇다면 구강 케어는 왜 이렇게나 세분화되고 있는 걸까? ‘이제 하다하다’ 입속 관리가 뷰티 루틴으로 떠오른 걸까? 물론 심미적 요소도 있지만, 지금의 구강 케어는 이전과는 좀 다르다. 과거에는 하얗고 고른 치아처럼 ‘보이는 미용’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구강 건강이 중심에 자리한다. 실제로 잇몸 질환과 심혈관 질환, 당뇨병, 치매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으며 장과 마찬가지로 미생물 생태계가 존재해 구취, 충치, 염증, 심지어 전신 면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팬데믹 이후 꾸준히 커진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입속까지’ 확장된 결과. 여기에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며 구강 건강이 ‘슬로 에이징’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치아가 상실되면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그로 인한 영양 불균형은 노화를 가속화한다. 이런 연쇄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정교한 구강 케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 결과 구강유산균, 항염 치약, 오일 풀링 가글 등 잇몸과 치아 건강을 중심으로 한 제품들이 등장하며, 보다 고도화된 웰니스 루틴을 이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구강 건강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므로 이와 같은 관심이 국민 전체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젊어지는치과 치과보철과 장혁진은 “대부분의 구강 질환은 적절한 관리와 주의만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치아와 잇몸 문제의 90% 이상은 일상적인 관리 부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매일의 작은 습관이 장기적인 건강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죠”라고 전한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는 구강 건강과 무관한 제품들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광고되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기 때문. 구강 관리의 핵심은 결국 올바른 양치 습관이다. “손을 움직여 치아 면과 잇몸의 세균성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것이 정도(正道)입니다.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듯, 스스로 움직여 노력하지 않고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죠.” 미소를만드는치과 치과교정 전문의 박창진은 강조한다.


구강 아이템, 정말 필요할까?

단계별 관리가 가능해진 구강 케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각 아이템별 필요성과 실효성을 짚어봤다.


구강유산균

앞서 언급했듯, 사람의 입안에도 장처럼 수백 종의 세균이 존재하며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한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잇몸염, 충치, 구취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구강유산균은 유익균의 비율을 높이고 유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해 건강한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입속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씹거나 녹여 먹는 형태로 설계되며 양치 후 잠자기 전에 복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 효과는 어떨까?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었지만, 장기적인 임상 효과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단기간의 특정 효과만으로 환자에게 처방하거나 시술해서는 안 됩니다. 유럽치주과전문학회(EFP)의 최신 임상 지침에서도 ‘치주 환자에게 구강유산균을 권장하지 않는다. 근거가 부족하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박창진의 말. 한편, 구강유산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10억 CFU 이상이 보장된 제품을 선택하고 목적에 맞는 균주가 포함되었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구취 개선이 목적이라면 스트렙토코쿠스 살리바리우스(S. salivarius) K12, 락토바실러스 루테리(L. reuteri), 치주 질환 예방은 M18,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세이(L. paracasei)가 효과적. 당, 향료, 보존제 함량이 낮고, 식약처 허가 또는 임상 데이터를 갖춘 제품을 고른다. 그러나 이들 역시 기계적 세정 없이 유산균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첨언한다.


오일 풀링 가글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가글로 고대 아유르베다 방식에서 유래했다. 치의학적으로 뚜렷한 효능이 입증된 것은 아니나 일부에서는 물리적 세균 제거와 구강 보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 역시 맹신하거나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다만 최근 강한 화학 가글의 대안으로 무알코올, 천연 성분이 등장하는 흐름에는 긍정적이다. “일반 화학 가글의 클로르헥시딘, 알코올 성분 등은 장기간 사용 시 구강 점막을 자극하고 유익균까지 제거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일 풀링이나 천연 가글은 점막 자극이 적어 구강 건조나 민감한 사람에게 적합하죠.” 서울다루치과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강성진은 어린이, 임산부, 구강건조증을 겪는 고령자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연세닥터연치과 치주과 전문의 연제영은 “단, 어떠한 가글이라도 정기적이고 장기적인 사용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콜라겐 치약

잇몸 강화와 재생 촉진을 내세우고 있으나 과학적 근거는 미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 장혁진은 “구강 점막은 매우 복잡하고 섬세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약을 통해 콜라겐이 흡수된다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한계가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치약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불소 함유량이다. 1450ppm 이상의 제품이 충치와 잇몸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치간칫솔 & 치실

칫솔질만으로는 치아 사이의 플라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단계다. 많은 전문의는 좁은 공간을 정밀하게 청소할 수 있는 치실을 우선으로 권장하지만, 사용이 불편하거나 어려울 경우 치간칫솔을 추천한다. 치간칫솔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나와 있어 개인의 구강 구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치실 또는 치간칫솔을 사용한 후 칫솔질한다.


구강세정기(워터픽)

고압의 물줄기를 이용해 치아 사이와 잇몸에 낀 음식물을 제거하고 잇몸을 마사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드시 필요한 단계는 아니지만, 임플란트 시술 중이거나 교정기를 착용한 사람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단, 치실이나 치간칫솔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니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자. 양치 후 불소를 씻어낼 수 있으므로 양치 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Credit

  • 사진/ 유동균
  • 모델/ 다은
  • 메이크업/ 박차경
  • 도움말/ 장혁진(젊어지는치과), 박창진(미소를만드는치과), 강성진(서울다루치과 잠실), 연제영(연세닥터연치과)
  • 어시스턴트/ 박진경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