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풀어주는 3년 만의 정규 앨범 비하인드
17년차 연예인 키에게 정규 앨범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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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EY THINGS
사람들은 키에게 더 새로운 것, 다른 무언가를 기대한다. 키는 열 마디 말 대신 10곡을 담은 새 앨범을 건넸다.

코트는 Ych. 레오퍼드 재킷은 J.Back Couture. 데님 팬츠는 Junya Watanabe Man. 첼시 부츠는 McQueen.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모든 게 끝났을 때의 기분을 즐기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죠. 앨범과 관련된 모든 작업은 끝났고 잘 보여줄 일만 남은 지금, 꼭 그런 기분인가요?
키 아, 그 해방감! 너무 좋죠. ‘모든 게 끝났을 때의 기분’을 제대로 느끼려면 찝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작업을 끝내고도 느낌이 왔어요. 됐다. 이거 된다. 요즘은 홍보 스케줄이 몰려 있어 몸이 좀 힘들지만 창작할 것은 없으니 홀가분해요.
하퍼스 바자 타이틀 곡 ‘HUNTER’ 트레일러 영상과 앨범 콘셉트 사진들을 보다가 문득 2021년 발매한 미니 앨범 <BAD LOVE>가 생각났어요. 군 공백기 후, 이제 시작이라는 듯 각성하고 보여준 앨범에서 비슷한 충격을 받았거든요.
키 ‘BAD LOVE’나 ‘가솔린(Gasoline)’은 곡 콘셉트부터 스타일링, 앨범 프로모션 하나 하나 제가 다 결정했다면, ‘HUNTER’는 되려 한 발 물러서 있었던 케이스예요. 그 어떤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처음 던진 건 ‘호러’, ‘발톱’ 같은 키워드뿐이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일하는 과정을 봐온 회사 직원들이 여기에 살을 덧붙여줬죠. 이를테면 새빨간 헤어 컬러는 제 의견이었지만, 상처처럼 보이는 메이크업을 더해보자는 건 주변의 의견이었어요. 사실 ‘가솔린(Gasoline)’을 발매하고 좀 참았거든요. ‘Good & Great’ 같은 노래를 냈을 때쯤이요. 이번에는 ‘이렇게까지 가버려도 되나?’ 싶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긍정 혹은 부정, 어느 쪽의 반응이든 간에.
하퍼스 바자 그렇게까지 가버린 <HUNTER>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어떤 것이 다르고, 또 여전한가요? 키가 3년 만에 내는 정규 앨범을 그냥 준비했을 리는 없을 텐데요.
키 이번에도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여전하죠. 이상하게 전혀 다른 콘셉트를 시도해도 전체적인 방향은 그렇게 흐르더라고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제 곡 작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내가 가진 걸 잘 보여주면 되니까. 제일 까다로운 건 피지컬 앨범을 어떻게 만드느냐예요. ‘가솔린(Gasoline)’ 작업 때 앨범을 비디오테이프 디자인으로 찍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면 이번에는 UV 라이트예요. 어느 바에서 UV 라이트로 비추면 히든 메뉴가 보이는 메뉴판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앨범 상자에 있는 눈 모양을 UV 라이트로 비추면 무언가가 보입니다. 공개된 콘셉트 중에 옷 위에다 UV 라이트로 비춰야만 보이는 글씨를 써둔 착장도 있는데, 아직 거기까지 찾아내진 못한 것 같더라고요. 책이 나왔을 때쯤에는 알고 있겠죠.


레더 블루종, 귀고리는 McQueen. 슬리브리스는 Ych. 데님 팬츠는 Recto. 목걸이는 Tom Wood. 벨트는 Dem Project. 에나멜 부츠는 Christian Louboutin.
하퍼스 바자 꼭 호러여야 했던 이유도 있어요? 단지 ‘여름이라서’는 아닐 것 같은데.
키 이제 저에게 있어 앨범은 내 안에 뭐가 남아 있는지를 찾아내는 싸움이에요. 대중문화든, 마이너한 예술이든. 내 안의 방아쇠를 탁 당겨주는 무언가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니까요. 최근에 그 역할을 해준 게 공포 장르였어요. 저는 제가 호러를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근데 돌이켜보니 좀비물이나 <데스티네이션> 같은 A급과 B급 사이쯤에 있는 공포영화들을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었더라고요. 귀신은 재미없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형사물은 좋아해요. 근데 이제 내가 귀신이 되는 건 너무 뻔하니까, 잔인한 장면 없이 불쾌한 골짜기 같은 신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였죠. 직원들이랑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주고받았어요. 나폴리탄 괴담부터 시작해서 장산범까지 나올 정도로.(웃음)
하퍼스 바자 작곡가 켄지와 또 한 번 만났어요. 매번 전혀 다른 콘셉트를 보여주는 키 씨에게 같은 사람과 수년째 합을 맞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키 사실 이번에는 정말 우연이에요. ‘HUNTER’는 저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곡이 아니었거든요. 우연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다렸죠. 비로소 제 곡이 된 후에 가사를 써주셨고요. 저희는 취향이 잘 맞는 편이에요. 요즘 유행하는 음악이 뭔지는 알지만, 90년대 노래다운 게 좋거든요. 원초적인 느낌 있잖아요. 정직하게 악기 사운드와 멜로디에 충실한. 그런 감성을 이해하는 작업자를 찾아가다 보면 결국 켄지 누나와 만나게 되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2025년 지금은 싱글, EP, 정규처럼 곡 발매 형식을 구분짓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럼에도 정규 앨범이어야 했던 이유가 있나요?
키 팬들에게 꽃다발 같은 걸 쥐어줄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이 시대에 정규는 오로지 팬들을 위한 일인 거예요. 그 의미 말고는 없죠. 팬들과 저의 재미, 그리고 풍성한 콘서트 레퍼토리를 위한.(웃음)

퍼 재킷, 니트 톱은 Rick Owens. 이어커프, 목걸이는 Dem Project.

레더 재킷, 헤링본 팬츠는 Loewe. 톱은 Acne Studios.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지금 공개된 티저 콘텐츠만으로도 즐길 거리는 너무 많으니까요. 촬영일 기준 트레일러 영상까지 공개된 상황인데요, 역시 ‘키답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대중은 유독 키라는 아티스트에게 더 화려하고 자극적인,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키 요즘은 어떤 자극적인 콘셉트를 내놔도 전 국민적 관심을 받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려요. 한 사람에게 닿을 때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야 해요. 이걸 왜 이제야 알았지, 하며 역주행 하는 음악은 돌고 돌다 갑자기 흐름을 탄 경우고요. 이건 제 손을 떠난 일이니, 저는 쌓는 일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해요. 저의 아이덴티티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거죠. 제 음악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키가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각인시킬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예요.
하퍼스 바자 예능, 드라마, 뮤지컬. 다양한 장르는 물론 스타일링, 앨범 프로모션 기획까지 손을 뻗지 않는 영역이 없고, 어디서든 자신을 또렷하게 각인시켜왔어요. 스스로를 딱 한 마디로 정의해야 한다면 뭐라 말하고 싶어요?
키 저는 연예인이죠. 음악으로 일을 시작한 사람이지만 예능이든 드라마든 잡지든 좋아하는 영역 안에서 대중 앞에 저를 비출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써야죠. 아깝잖아요. 저는 늘 내일 당장 나의 모든 게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일하거든요. 돈은 물론이고, 내 커리어, 스케줄, 나를 찾아주는 연락들. 진심으로 이 모든 것이 단번에 끊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번 스치고 말 인연이고 일일지라도 좋은 경험이나 추억으로 삼을 수 있다면 뛰어들어 보자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매사에 이렇게 초연할 수 있는 것도 노력의 결과인가요?
키 그보다는 20년 가까이 일해온 시간이 만들어준 게 아닐까요? 어렸을 때의 저는 경주마 같았어요. 주변을 잘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마구 내달리는. 붙잡을 수 없는 걸 붙잡으려고 보낸 시간이 길어요.

티셔츠는 Enfants Riches Deprimes. 데님 팬츠는 Levi’s. 벨트는 모두 Dem Project.

코트는 Thom Browne. 레이어링 셔츠는 Prototypes by Adekuver. 비니는 Atiissu. 목걸이, 벨트는 Dem Project. 데님 쇼츠,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몇 년 전에도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죠. <말하는 대로>라는 강연 프로그램이었는데, 닭이 백조만 쳐다보며 닭답게 살지 못하는 게 가장 슬픈 일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때 키는 스물여섯 살이었고요.
키 기억해요. 저는 경제적인 과도기를 겪은 부모님 아래서 1등, 성공의 중요성을 배우며 자란 세대예요. 가수를 하겠다 마음먹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1등부터 바랐죠. 그러다 10년이 훌쩍 흘렀어요. 지금 저는 1등이 우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노력과 타이밍, 타고난 기질 같은 여러 가지가 겹쳐지는 우연이요. 마냥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말씀하신 강연은 단 하나뿐인 1등의 자리를 언제까지 좇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던 시기였어요. 모두가 최고가 되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지금 내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도요.
하퍼스 바자 인생에서 불행과 행복은 늘 7:3의 비율로 존재한다는 말도 자주 하죠. 마치 스스로에게 세뇌시키듯이. 최근에 느낀 3만큼의 행복은 어디에 있었나요?
키 다채로운 불행과, 잠깐의 환희가 반복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건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며칠 전에 KCON LA 2025 콘서트를 위해 LA를 다녀왔어요. 20분짜리 무대 서려고 12시간을 날아가요. 시차 적응하느라 고생 좀 하고,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들, 댄서들 다 같이 밥도 못 먹으며 일하다가 무대에 올라요. 근데 무대 위에서 세 곡 부르는 그 시간이 말도 안 되게 행복한 거죠. 7만큼의 불행이 또 온대도 기꺼이 감수하겠다 마음먹을 정도로요. 이번 주에는 도쿄에서 ‘SM 타운 라이브’ 콘서트가 있는데 아마 또 비슷한 패턴을 겪겠죠. 신곡 무대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라 지금의 저에겐 가장 큰 숙제예요. 아직은 불행의 단계.(웃음)

레더 블루종, 귀고리는 McQueen.
하퍼스 바자 어떤 상황의 구체적인 행동까지 시각화해서 상상하는 ‘비주얼라이징’의 힘을 믿는다고요. 요즘은 어떤 장면을 상상하나요?
키 제가 대단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 아닌데요. 그렇게 구체적인 상상을 시작한 건, 어릴 때 동방신기 선배들 무대를 보면서부터였어요. 나도 저 무대에 서게 되면 마지막에는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얘기하고 있겠지. 그 순간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곤 했는데, 어느 순간 진짜 그곳에 닿아 있더라는 거죠. 요즘은 9월에 있을 콘서트의 오프닝 무대에 서는 나를 상상해요. 어떤 식의 표정을 하고 무대에 등장할지. 어떤 의상을 입을지. 충격적이라는 듯 놀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관객들. 촘촘하게 상상하면 현실이 되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연예인으로 살아온, 꼬박 지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 때를 상상해보면요?
키 아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흔 돼서 “봐, 나 아직도 하고 있지?” 이런 얘기 하는 상상은 가끔 해요.(웃음) 겨우 5년 뒤잖아요.
Credit
- 사진/ 최나랑
- 헤어/ 이동민
- 메이크업/ 민다영
- 스타일리스트/ 김성덕
- 어시스턴트/ 유정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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