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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과 고소영, '오은영 스테이'로 의기투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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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by 손안나 2025.08.27

GENTLE THOUGHTS


인생의 벗을 만나는 일이, 때론 테라피스트와의 심리 상담보다 유익할지 모른다. <오은영 스테이>로 대국민 위로 프로젝트에 나섰던 오은영과 고소영. 두 사람은, 친구다.


고소영이 착용한 재킷, 드레스는 Gucci. 귀고리, 목걸이, 반지는 모두 Chaumet. 오은영이 착용한 코트는 Hermès. 드레스는 Hanacha Studio. 귀고리, 왼손 검지에 착용한 반지는 Tom Wood. 소지에 착용한 반지는 Golden Dew.



스커트, 장갑은 H&M. 귀고리는 Maison Alt. 넥타이는 Chanel. 벨트는 Cartier. 슈즈는 Etro.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 스커트는 Alaïa.


드레스는 The Row. 반지는 Diamomo.


고소영이 착용한 재킷, 니트 톱, 팬츠는 모두 Fendi. 귀고리는 Diamomo. 오은영이 착용한 셔츠는 Maison Nica. 팬츠는 Recto. 오른손 검지에 착용한 반지는 Chanel. 중지에 착용한 반지는 Maison Alt.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확실히 웃음은 전염성이 있나 봐요. 두 사람이 웃으니까 현장의 스태프들 모두 따라 웃기 시작하더라고요. 두 분의 인연은 얼마나 오래되었나요?

고소영 제가 늦게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어디 속 시원히 물어볼 데도 없고 혼자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렇게 끙끙 앓다가 우연한 기회로 오은영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죠. 육아에 대한 고민이 풀린 건 물론이고 무엇보다 제 자신이 큰 위로를 받았어요. 그 후로 선생님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되었고요. 선생님과 와인 한잔 하면서 사는 얘기 하다 보면 금방 새벽 서너시가 돼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고 힘을 얻어요.

오은영 소영이는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여배우고 화려한 외모로 잘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배우 고소영과 실제 삶 속의 인간 고소영은 상당히 달라요. 아이 양육도 직접, 요리도 직접 하죠. 그것도 매우 열심히요. 소영이가 만든 갈비찜은 식당을 열어야 한다고 제가 종종 자랑할 정도랍니다. 살림 잘하고 열심히 사는 열혈 엄마. 그런 모습이 예쁘고, 통하는 면이 있어서 언니 동생 사이가 됐죠. 소영이는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일을 겪고 단단해진 사람이에요. 그래서 조언을 해도 겉도는 게 아니라 깊이 있게 받아들이고 그 진정성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죠. 전문가의 조언도 좋지만,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서 얻는 삶의 지혜란 게 있잖아요. 저는 소영이가 그런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은영 스테이> 진행자로 소영이가 적격이라고 생각했죠.

하퍼스 바자 오은영 박사의 적극적 추천이 있었다지만 방송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죠. 지난해 오은영 박사님의 유튜브에서 “예능 출연은 너무 어렵다”고 말한 적도 있고요.

고소영 요즘 방송은 쌍방향 소통이잖아요. 제가 활동하던 시기는 일방향이었거든요. 이미 대중에게 각인된 저의 이미지가 있었고, 제 나름대로는 그에 대한 억울함도 있었죠. 무엇보다 소통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겁도 났어요. 특히 예능은 제가 해오던 연기와는 다른 분야라 더 어렵게 느껴졌어요.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서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죠. 그때 선생님이 “소영이 네가 느낀 바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충분해”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용기가 되었어요. 사람이 가진 고민은 그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를 뿐 본질적으로 비슷하잖아요. 저도 늘 고민하며 사는 사람이고요. 지금은 상담 받으러 온 출연자들과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면서 도리어 제가 위로를 얻어요.

하퍼스 바자 고소영 배우에게 방송이 도전이었다면, 오은영 박사에게 방송은 일종의 사명감으로 보여요.

오은영 방송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잖아요.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좌절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옆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전달할 수 있어요. 절망 속에서도 사람의 내면에는 나를 사랑하는 힘이 있어요. 저는 탄광에서 광물을 캐듯 분명히 존재하는 그 힘을 발굴해주는 역할이에요. 저는 늘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다 인간다운 건 아니랍니다. 그래서 양육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부모의 중요성 때문에 부부 프로그램도 만들었어요. 더 나아가 인간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다 보니 <오은영 스테이>를 함께하게 됐죠. 모든 인간은 공감 능력을 갖고 있어요. 직접 겪지 않아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느껴보고 이해하는 능력이죠. 이미 DNA 안에 있는 힘이에요. 그걸 꺼내 쓰고 살아야 해요.

하퍼스 바자 그런데 요즘은 공감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있는 듯해요. 마치 ‘F’의 전유물인 양 여기죠.

오은영 공감은 인간의 고귀한 능력인데 요즘 들어 오해를 받고 있어요. T든 F든 공감은 인간다움의 필수예요. 이걸 무시하면 사회가 갈등으로 가득 차게 돼요. 공감은 충고와 대립하는 개념도 아니에요. 공감한다고 ‘오냐오냐’가 아니고,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린다고 상대가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오은영 스테이>는 공감의 힘을 경험하게 돕는 프로그램이에요. 단순히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귀 기울여 듣고 경청하는 데서 오는 힘 말이죠.

하퍼스 바자 공감은 감정이입과 어떻게 다른가요?

오은영 공감은 동정과 달라요. 이혼을 안 해도, 부모를 잃지 않아도 상대의 사연을 듣고 ‘그 상황이라면 참 힘들겠다’,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하고 이해하는 게 공감이에요. 그걸 불쌍하게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죠. 어떤 분들은 누군가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방송에 나오면 아예 듣기 싫어서 채널을 돌리기도 하는데, 그건 공감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래요. 아이가 장난감을 안 사준다고 울 때, ‘아이라면 속상하겠지’ 하고 이해하는 게 공감이에요. 그럼 부모로서 균형 있게 “속상한 건 알지만, 사줄 수는 없어. 집에 있는 걸로 놀자”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감정이입에 빠지면 가난하게 살아서 장난감을 가져본 적 없었던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거죠. 장난감을 못 가진 아이가 불쌍해서 못 견디는 거예요.

하퍼스 바자 심리상담가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배우와 닮은 것 같아요. 두 사람 모두 타인의 내면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일을 하고 계시네요.

오은영 농담처럼 “아무나 상담하는 거 아니다”라고 말하곤 해요.(웃음) 배우는 그 입장에 몰입해서 연기하지만, 상담은 중립성을 지킨다는 점에서 달라요. 다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점에서는 인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고소영 요즘은 자기 감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화가 난 건지, 슬픈 건지, 삐친 건지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본능적으로 단순하게 표현하죠. 말씀하신 대로 배우는 직업적으로 다른 사람 입장에 몰입해서 상상하는 경험을 자주 하다 보니 공감 능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억지로 슬프다고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니라, 상황에 공감하고 진짜 슬픔을 느껴야 좋은 연기가 나오거든요.

하퍼스 바자 두 사람은 좋은 엄마라고 자부하나요?

고소영 저는 처음엔 원하는 걸 다 들어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나고 보니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아이한테 솔직히 얘기해요. “그땐 엄마가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게 했는데, 사실 그게 맞지 않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 앞으로는 엄마가 이렇게 해줄 거야.”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유를 설명하죠. 남편과 저는 진심으로 사랑을 다해 아이를 키워왔다고 자부해요. 지금은 아이가 사춘기라 감정 기복이 있는 편인데 부모로서 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아이도 “아까 내가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어” 하면서 말을 걸어오더고요. 이제는 마치 성적표 비교하듯 내가 엄마로서 잘하고 있나, 못하고 있나 전전긍긍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준 사랑만큼 아이가 멋지게 자라리라는 믿음을 갖고서요.

오은영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어요. 중요한 건 아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부모가 노력한다는 걸 아이도 다 알아요. 부모의 사랑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화가 나도 금방 풀리죠. 그게 좋은 부모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선 저도 꽤 괜찮은 엄마라고 믿고요.(웃음)

하퍼스 바자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른이 된다는 건 시시해진다는 것”이라고 했어요. 저도 한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의 너절함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두 사람은 어떤가요?

오은영 나이 드는 걸 실감해요. 그런데 슬프진 않아요. 나이가 든다는 건 안정감을 주거든요. 저도 젊었을 땐 해외 학회에 한 번 가면 도시 구석구석을 관광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TV로 여행 프로그램만 봐도 충분하더라요.(웃음) 집 근처를 산책하면서 동네 국숫집, 빵집이 새로 생긴 걸 보는 게 더 즐거워요. 어른이 된다는 건 시시해지는 게 아니라 여유와 안정이 생긴다는 거예요.

고소영 저는 아무래도 직업이 배우이다 보니까 외모로 평가를 받잖아요. 그래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 집착 아닌 집착을 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젊음이 무기는 아니더라고요. 젊음은 더 이상 갖고 싶다고 가져지는 게 아니고 그보단 바른 정신에 대해 자주 생각해요. 나이 든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이제 저는 그냥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물론 흰머리가 나면 미용실에 더 자주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요.(웃음)

오은영 맞아요. 저는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그때마다 돋보기를 찾아야 해서 불편해요.(웃음) 그러니까, 나이 든다는 건 조금 불편해지는 일 같아요. 슬픈 일은 아니죠.

고소영 게다가 요즘은 SNS가 워낙 활발하잖아요. 어느 날 저도 SNS에서 남의 사진을 보고 부러워하고 있는 거예요. 그걸 깨닫고 팔로를 다 끊었어요.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을 끼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은영 스테이>에서도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있어요. 저를 보는 대중들이 다정함과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하퍼스 바자 오은영 박사는 “삶을 무너뜨리지 않고 유지해나가려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기억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요즘 두 사람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인가요?

오은영 하늘을 자주 올려다 봐요. 하늘이 파래서 행복해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일도 좋아해요.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얼굴과 표정을 갖고 있는데 그걸 관찰하는 게 큰 즐거움이에요. 아이를 데리고 가는 부모,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 뛰어가는 아이들. 저마다 자기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가요? 아까도 소영이와 둘이 눈만 마주치면 깔깔깔 웃었잖아요. 오늘 아주 행복했습니다. 그러니까 행복은 자기 자신이 찾아야 해요. 그 순간들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 보내느냐 잘 잡아채느냐는 오직 스스로에게 달려 있어요.

고소영 저는 행복이 어떤 조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만큼 성취하면 이만큼 돈을 벌면 행복해질까? 그런데 행복이라는 건 거창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엔 일이 저에게 행복을 주네요. 육아만 할 땐 온통 제가 모르는 세계라서 두려웠는데 이제는 잘 자란 아이들이 저를 응원해줘요. “엄마 오늘 오은영 쌤이랑 촬영 잘하고 와” 배웅도 해주고요. 그럴 때 아, 내가 잘 살고 있구나 느끼고 행복해집니다.

오은영 열혈 엄마 소영이가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 반짝반짝 빛날 거예요.

Credit

  • 사진/ 장덕화
  • 헤어/ 안미연(오은영), 이하정(고소영)
  • 메이크업/ 이아영(오은영), 노현유(고소영)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오은영), 김이주, 김은민(고소영)
  • 어시스턴트/ 정지윤,유정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