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빚은 관록의 두 남자, 조우진과 윤경호의 멋진 조우
드라마 <도깨비> 이후 10년, <타짜: 벨제붑의 노래>로 다시 만난 조우진과 윤경호.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은 두 배우의 품격, 그리고 더욱 깊어진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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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은 여전해요. 다만 변하지 않았다고 자신하기보다 변화에서 오는 불안을 최대한 추진력으로 삼으려고 하죠. -조우진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장에 두 사람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작품에 합류한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요?
조우진 <타짜> 시리즈를 보며 이런 장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꿈을 키 웠어요. 그 피날레를 장식하는 네 번째 작품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죠. 무엇보다<국가부도의 날>에서 호흡을 맞춘 최국희 감독님이 연출한다는 점도 반가웠고요. 훌륭한 국내외 배우들과 <타짜>의 세계에서 함께했다는 것 자체가 기뻤습니다. 개봉을 앞둔 지금은 오랜만에 기분 좋은 ‘살 떨림’도 느끼고요.(웃음)
윤경호 저에게 <타짜>는 추석이 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대한민국 대 표 영화예요. 사실 <타짜-신의 손>에 소갈빗집 사장으로 잠깐 출연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인물로 출연했죠. 꼭 한번 함께 작업 하고 싶었던 최국희 감독님,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우진이 형과 같은 작품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도 기뻤어요. 시리즈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조우진은 주인공의 사부 격인 곽동욱을, 윤경호는 두 주인공의 운명을 뒤흔드는 해결사 조중환을 연기합니다. 각자 이 인물을 어떻게 바라봤나요?
조우진 <타짜>의 주인공 성장기에는 늘 사부 같은 인물이 등장하잖아요. 곽동욱이 그런 역할이에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이전 시리즈의 사부들보다 한결 편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죠. 처음에는 무게 감 있게 접근했지만 이번 작품 특유의 강한 타격감과 캐릭터들의 케미 속에서 어떤 경중으로 가야 할지 고민했어요. 가발과 변장 등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도 있고요. 관객에게 영화의 재미 를 더하면서 잠시 숨 쉴 틈을 만들어주는 인물이길 바랐습니다.
윤경호 조중환은 영화의 시작을 여는 인물이에요. 분량이 많지 않은 만큼 오히려 수수께끼 같은 매력이 있죠. 그 궁금증을 얼마나 인상적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영화에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 했어요. 화끈하게 영화의 시작을 열어주는 ‘테이블 세터’로서 <타 짜: 벨제붑의 노래>의 세계로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조우진 경호와 함께 촬영하는 장면은 없어요. 경호 촬영분을 먼저 찍었다기에 궁금해서 보여달라고 했는데, 보고는 현장에서 박수를 쳤죠. 우리 영화의 ‘도화선이자 착화탄’ 같았어요. 시작부터 캐릭터가 제대로 불을 붙여요.
긴 시간 수많은 인물을 거쳐왔습니다. 경험이 쌓인 만큼 배우로서 조금은 편안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두 사람 모두 여전히 긴장한다고요.
조우진 경험이 쌓이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불안감이 더 커지 더라고요. 제가 변하는 속도보다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빠르게 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고요. ‘초심을 잃지 말 자’고 늘 되새기지만, 사실은 ‘제발 변치 마라’라고 스스로를 다그 치는 쪽에 가까워요. 이제는 그 불안감마저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 력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윤경호 저 역시 여전히 긴장해요.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보다 현장을 즐길 줄 알게 됐다는 것이죠. 과거에는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면 지금은 동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함께 만들어갈 여 유가 조금 생겼어요.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여전히 떨리고 촬영 전날에는 잠도 잘 안 옵니다. 오늘 화보 촬영처럼요.(웃음)
배우에게는 수많은 작품이 지나가지만 관객의 기억에는 몇몇 얼 굴이 오래 남습니다. 10년, 15년이 지나도 한 인물이 기억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조우진 저는 그게 이 직업의 ‘방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을 관객이 봐주고 기억해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거니까요. 오래 기억해 주신다는 건 기쁘고 보람찬 일이면서, 또 다른 캐릭터와 장면을 보 여드리기 위해 다시 움직이게 하는 추진력이 되기도 하고요.
윤경호 배우에게는 훈장 같은 영예죠. 작품과 인물 모두 사랑받아야 하는 일이니까요. 한 인물로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역할에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과제를 주기도 해요.
조우진 배우들끼리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면 서로 이야기하거든요. 경호와 제가 <도깨비>에서 만났던 장면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 되고 있고요.
나이가 든다는 건 잘만 이어간다면 근사한 미래에 가까워지는 일이기도 해요. -윤경호
마침 <도깨비> 이후 꼭 10년이 흘렀네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로를 지켜봤기에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서로에게 ‘이것만큼은 닮고 싶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요?
조우진 윤경호의 ‘순수 열정’이요. 그건 정말 안 변했어요. 최근 <중증외상 센터>와 <김부장>도 그렇고, 경호가 나오는 장면은 일단 멈추고 봅니다. 연기든 예능이든 그 순수한 열정이 늘 자기 안에 있다는 게 느껴져요. 저도 거기서 많은 영감을 얻고요.
윤경호 저는 형의 ‘차분함’을 배우고 싶어요. 그 차분함 속에서 나오는 폭발력과 조용한 시선, 티 내지 않고 준비하는 열정이요. 저도 영화 < 내부자들> 오디션을 봤던 세대인데, 영화에서 형의 연기를 보고 ‘진짜 저런 배우가 있구나’ 싶었어요. 10년이 지나 이렇게 함께 화보 를 찍고 인터뷰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떨리고 영광스럽고요.
그렇다면 이제 서로에게 ‘조우진’과 ‘윤경호’라는 이름은 어떤 존재가 되었나요?
윤경호 저에게 형은 굉장히 큰 사람이에요. 같은 장면이 없더라도 캐스트 보드에 ‘조우진’이라는 이름이 있는 것만으로 든든하죠. <도깨비> 때부터 티 나지 않게 제 연기를 받아주셨고 제가 연극을 할 때는 직접 보러 오시기도 했어요. 이제는 ‘조우진’이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존재예요
조우진 저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이제는 두 사람이 더 깊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작품을 해볼 법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순간을 소중하게 아껴놓고 싶어요. 막상 그런 순간이 오면 우리끼리 너무 좋아서 떨릴 것 같거든요. 언젠가 다시 한 작품에서 제대로 만날 날을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윤경호 저도 형의 연기를 계속 감탄하면서 엿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형이 ‘우리 편’일 때 더 좋은 느낌이랄까요.(웃음)
두 사람 모두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지금 각자가 연기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조우진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얼굴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여러 작품을 통해 다른 분들이 제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주실 때마다 또 다른 캐릭터에 도전할 자신감을 얻거든요. 발견해주시면 저는 최대한 따라가야죠. 여전히 그 냥 꿈나무입니다.(웃음)
윤경호 저는 대본을 보면 충동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동시에 그걸 제어하려는 마음도 생겨요. 이성과 감성이 계속 줄다리기하는 거죠. ‘내가 너무 도드라져 작품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를 늘 고민해요. 요즘에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보다 신과 시퀀스가 보 이고 상대 배우가 더 잘 보이도록 그 안에 ‘잘 존재하고’ 싶다는 생 각을 많이 합니다. 어쩌면 지금 제 욕심은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결국 오래 배우로 살아간다는 건 잘 나이 들어가는 일이기도 하겠죠.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좋아진 것이 있나요?
윤경호 오늘 형과 화보를 찍으며 <도깨비>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을 다시 생각했어요. 그 시간을 지나서도 함께할 수 있다는 데서 ‘그래도 내가 잘 살아왔구나’ 하는 뭉클함이 있었죠. 나이가 든다는 것도 잘 이어간다면 한때 상상했던 꿈이 현실이 되는 근사한 미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년, 20년 뒤에도 형과 이런 화보를 찍을 수 있는 동료이고 싶습니다.
조우진 저는 그렇게 원대한 꿈을 잘 못 꿔서요. (웃음) 오히려 일상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일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수록 그런 소소한 기대와 즐거움이 더 소중해지는 것 같고요.
그렇다면 또 10년이 흐른 뒤 어떤 배우로 남기를 바라나요?
윤경호 10년 뒤에도 계속 활동하면서 ‘나오면 반가운 사람’이고 싶어요. 그러려면 결국 앞으로의 10년을 잘 살아야겠죠. 변치 않고 반가운 사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웃 같은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조우진 지금도 그렇고요. 그게 윤경호 배우의 가장 큰 미덕인 것 같아요.
윤경호가 착용한 퀄팅 경량 패딩 베스트, 케이블 반집업 스웨터, 조우진이 착용한 에센셜 Y 카디건, 에센셜 모크넥 스웨터, 헤링본 기모 슬랙스는 모두 Olzen.
Credit
- 에디터 차진주(미디어랩)
- 사진가 방규형
- 스타일리스트 변홍식
- 헤어 스타일리스트 박규빈
-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혜수
- 세트 스타일리스트 이다영
- 어시스턴트 강은결/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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