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다미아니 그룹 부회장 '실비아 그라시 다미아니'와의 대화

국내 최초의 베니니 매장 오픈과 다미아니의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 ‘아르떼 마에스트라' 공개를 위해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녀!

프로필 by 윤혜연 2026.10.05

IT’S ALL ABOUT THE WAY


국내 최초의 베니니(Venini) 매장 오픈과 다미아니의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 ‘아르떼 마에스트라(Arte Maestra)’ 공개를 위해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실비아 그라시 다미아니(Silvia Grassi Damiani). 다미아니 그룹 부회장이자 베니니 회장인 그녀를 만나 예술과 장인정신을 브랜드 언어로 풀어내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물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에서 영감받은 ‘임페투오사’ 네크리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에서 영감받은 ‘임페투오사’ 네크리스.

주얼리 한 점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30여 년 전, 실비아 그라시 다미아니는 이 질문에 조금 다른 답을 내놓았다. 주얼리 자체를 정교하게 보여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착용자의 모습과 감정까지 함께 보여주는 것. 패션이 옷을 입은 사람을 통해 하나의 스타일을 완성하듯 주얼리 역시 사람과 만났을 때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얼리를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시선을 넓힌 것이다. 현재 실비아 그라시 다미아니는 다미아니 그룹의 부회장이자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드 이미지를 총괄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무라노 글라스 메종 베니니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다미아니 그룹을 일종의 ‘큐레이터’라고 정의한다. 주얼리가 몸을 통해 취향을 표현한다면, 베니니 글라스웨어는 집과 일상 공간에서 또 다른 취향을 대변한다.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브랜드를 통해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을 제안하죠.” 고객이 삶의 여러 순간에서 자신에게 맞는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무엇일까.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데 있지 않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고 사람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 무엇을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그것을 어떤 언어와 이미지로 전달할 것인지까지 메종 정체성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철학은 아이엔과 마리아카를라 보스코노가 출연한 최근 캠페인에서도 드러난다. 서로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주얼리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실비아가 생각하는 다미아니 뮤즈 역시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되지 않는다. 정해진 방식대로 주얼리를 착용하기보다 각자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이다.

다미아니 그룹 부회장이자 베니니 회장 실비아 그라시 다미아니.

다미아니 그룹 부회장이자 베니니 회장 실비아 그라시 다미아니.

이러한 관점은 이번 서울 방문에서 소개한 하이주얼리 컬렉션 ‘아르떼 마에스트라’로도 이어진다. 예술 작품 여덟 점에서 출발한 컬렉션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그 안에 담긴 정서와 예술적 본질을 주얼리 언어로 풀어냈다. “원작에 대한 깊은 존중을 바탕으로 평면 회화를 주얼리라는 3차원 오브제로 재해석”하는 미션이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은 에메랄드와 사파이어, 다이아몬드의 섬세한 컬러 조합으로 빛을 반사하는 윤슬과 꽃잎을 구현해 ‘앙 플레네르(En-Plein-Air)’ 네크리스로 완성됐다. 또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다이아몬드・사파이어・투르말린을 정교하게 파베 세팅한 ‘임페투오사(Impetuosa)’ 네크리스로 탄생했다. 그중 실비아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피스는 바로 ‘임프레시오니 다우투노(Impressioni d’Autunno)’. 한국 화가 겸재 정선의 <추일한묘>에서 영감받았다. 작품 속 고양이를 직접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코럴을 중심으로 색채와 소재, 디테일을 통해 고요한 분위기를 담아냈다. 워낙 빠르게 판매된 탓에 실비아 또한 착용해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서울을 10년 만에 다시 찾은 그녀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다. 한국은 다미아니에게 중요한 시장일 뿐 아니라 하이주얼리를 향한 관심과 고객들의 안목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마르게리타’ ‘미모사’ ‘벨 에포크’ 등 서로 다른 컬렉션을 자유롭게 믹스 매치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국내 고객에게 주목했다. “섬세한 디테일과 정제된 우아함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하나의 스타일에 머물지 않습니다.” 실비아는 그 안에서 한국과 이탈리아가 공유하는 미적 감각을 발견한다. “한국이 이탈리아와 함께 다미아니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두 문화 사이에는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방식뿐 아니라 정서적 면에서도 많은 공통점이 있어서죠.”

그렇다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디지털과 소셜미디어가 등장한 이후 하나의 이미지에 오래 머물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요구받는 환경이 됐다. 실비아 역시 그 속도를 숨 가쁘게 느끼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될수록 사람들은 다시 멈춰 서서 실물을 만지고 여유를 즐기는 경험을 찾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되 브랜드의 본질은 지키는 것. “매체는 달라져도 정확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며, 상대가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카라바조의 대표작 <메두사의 머리가 그려진 방패>를 재해석한 ‘말리아’ 뱅글. 겸재 정선의 <추일한묘>를 모티프로 한 ‘임프레시오니 다우투노’ 네크리스. ‘앙 플레네르’ 네크리스는 클로드 모네의 대표 연작 <수련>을 구현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영감받은 ‘라디오사’ 반지.

메종의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바라보는 여성의 역할로 이어졌다. 어머니가 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특권이지만 여성의 잠재력과 감수성은 사회 전반에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기에. “성별 불문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힘을 합칠 때 세상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녀가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조언도 명확하다.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그리고 앞서가기보다 때로는 멈춰서 듣고 배우세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일수록 배우고 경청하는 시간이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그녀가 처음 주얼리를 좋아하게 된 순간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자신이 기르던 말을 형상화한 브로치를 선물받은 후 드레스에 이리저리 달아보며 거울 속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내내 바라봤었다고. 한 소녀가 거울 앞에서 발견했던 작은 반짝임은 이제 세계적 메종의 언어와 이미지가 돼 다미아니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를 탄생시키고 있다.




관련기사

Credit

  • 사진/ © Damiani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