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100년의 장인정신, 부첼라티가 말하는 진정한 럭셔리

안드레아 부첼라티가 말하는 100년의 장인정신과 아름다움

프로필 by 김수진 2026.11.04

THE ART OF CRAFT


100년 넘게 이어온 스타일과 다음 세대를 향한 시선. 부첼라티의 3대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 부첼라티가 말하는 장인정신과 고유의 아름다움.


레이스처럼 섬세한 패턴이 돋보이는 ‘세레니시마’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레이스처럼 섬세한 패턴이 돋보이는 ‘세레니시마’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장인들이 없다면 부첼라티도 존재할 수 없다.” 첫 방한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 부첼라티는 메종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으로 장인들과의 관계를 꼽았다. 1919년 밀라노에서 시작된 부첼라티의 역사는 가문과 장인들이 함께 이어온 시간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장인의 후손들이 이제 그의 자녀와 작품을 만든다. 금 위에 직물 같은 결을 새기고 레이스처럼 섬세한 무늬를 만드는 기술부터 아름다움을 해석하는 태도까지, 세대를 거쳐 전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6일, 조승연 작가와의 대담 후 이어진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전통을 지키는 일과 새로운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그의 시선이 과거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묻자 그는 다음에 만들 작품을 꼽았다.

하퍼스 바자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어떤 인상을 받았나?

안드레아 부첼라티(이하 안드레아) 한국에는 늘 오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한국 고객을 만났고 지인도 있는데, 그들에게서 느낀 품위와 품격 덕분에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인은 패션을 사랑하고 우아하며 스타일리시하다. 그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부첼라티의 철학이나 장인정신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한다. 짧은 일정이지만 이곳에 오게 되어 기쁘다.

하퍼스 바자 가문의 3대로서 메종을 이끌어왔다. 부첼라티의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안드레아 세대를 연결하며 노하우와 스타일, 장인정신을 지켜왔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함께 일하는 장인들 역시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한 장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내 아버지와 함께 일했고, 이제는 내 자녀가 그들의 자녀와 함께 일한다. 기술과 경험, 정체성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전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축적한 노하우가 있기에 부첼라티만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하퍼스 바자 부첼라티의 주얼리는 금속이 마치 실크나 레이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과 숙련이 필요한 전통 기법을 지금까지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안드레아 그 기법과 노하우를 세대에 걸쳐 전수해왔기 때문이다. 금속을 뚫어 무늬를 만드는 트라포로(traforo) 같은 작업은 오랜 숙련이 필요하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전해온 기법을 계승하며 우리가 축적한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가 부첼라티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퍼스 바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안드레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장인들과의 관계다. 장인들이 없다면 부첼라티도 존재할 수 없다. 앞으로의 도전은 부첼라티의 DNA를 간직하면서 계속 혁신해나가는 것이다.

직접 주얼리 스케치를 선보이는 부첼라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 부첼라티.

직접 주얼리 스케치를 선보이는 부첼라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 부첼라티.

조승연 작가와 장인정신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는 안드레아 부첼라티.

조승연 작가와 장인정신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는 안드레아 부첼라티.

하퍼스 바자 영감은 어디에서 시작되며, 어떻게 하나의 주얼리로 완성되나?

안드레아 르네상스 예술 작품과 건축물, 아름다운 대리석이나 여성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실제 작품으로 구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장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다음에는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하퍼스 바자 최근 선보인 하이주얼리 컬렉션 ‘세레니시마(Serenissima)’는 베네치아에서 영감을 받았다. 밀라노에서 시작된 부첼라티가 수많은 이탈리아 도시 가운데 베네치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드레아 베네치아는 풍부한 역사와 건축, 살아 있는 장인 문화를 지닌 도시다. 지금도 유리공예와 레이스를 만드는 장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었고, 도시의 독특한 미학과 매혹적인 정신을 부첼라티의 DNA와 연결하고자 했다. 세레니시마는 많은 사랑을 받은 컬렉션이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부첼라티의 전통을 담았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영감과 비전을 디자인으로 옮긴 뒤 구체적인 작품으로 실현하고, 마침내 완성된 모습을 보았을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하퍼스 바자 당신이 생각하는 럭셔리란 무엇인가?

안드레아 오직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 내게 대량생산되는 제품은 진정한 의미의 럭셔리가 아니다. 보석도 마찬가지다. 나만이 소유할 수 있는 작품,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데 담긴 장인정신과 시간, 정성이 럭셔리를 이룬다. 고유한 스타일을 유지하며 장인들과 함께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부첼라티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퍼스 바자 아버지에게 배워 다음 세대인 딸에게도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안드레아 부첼라티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나와 딸의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부첼라티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것이다. 내가 아버지에게 배운 그 태도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오랜 시간 디자인을 해오면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는지 알고 싶다.

안드레아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온 것에 대한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이전에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들이 그 가치를 잃지는 않는다.

레이스처럼 섬세한 패턴이 돋보이는 ‘세레니시마’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레이스처럼 섬세한 패턴이 돋보이는 ‘세레니시마’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베네치아에서 영감받은 하이주얼리 컬렉션 ‘세레니시마’의 이어링.

베네치아에서 영감받은 하이주얼리 컬렉션 ‘세레니시마’의 이어링.

베네치아에서 영감받은 하이주얼리 컬렉션 ‘세레니시마’의 브레이슬릿.

베네치아에서 영감받은 하이주얼리 컬렉션 ‘세레니시마’의 브레이슬릿.

하퍼스 바자 한국의 공예에서도 영감을 받은 적이 있나?

안드레아 옻칠한 공예 상자를 본 적이 있다. 나중에 그것이 한국에서 온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전통 유산과 이탈리아의 문화가 만난다면 매혹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영감을 통해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한국 고객들과의 만남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기를 기대한다.

하퍼스 바자 다음 컬렉션에서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나?

안드레아 현재 준비 중인 컬렉션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 약 1년 반 동안 작업해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 한 피스를 만드는 데에도 1년 반에서 2년 정도가 걸릴 만큼 우리의 작업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퍼스 바자 지금까지 만든 작품 가운데 단 하나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면?

안드레아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다. 아마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다음에 만들 작품일 것이다.




Credit

  • 사진/ © Buccellati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