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바자>의 무대에 오른 골든걸스의 네 디바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다 이뤄낸 순간, 잃을 것 없는 것처럼 새 시작을 맞이한 네 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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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
」하퍼스 바자 처음 박진영 씨가 당신에게 개인 미션으로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제시했을 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잖아요. 하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을 거예요. 인순이의 ‘하입보이’? 안 들어도 벌써 좋은데?
인순이 다들 ‘쟤는 뭘 해도 잘할 거야’라고 기대하시는데 저는 정말 연습을 많이 하는 타입이거든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원래 저는 가성을 못 쓰는데 그 곡에서 가성과 육성 사이에 있는 소리를 내야 했기 때문에 그걸 찾고 내 걸로 만드느라 고생했어요. 사실 조금 더 새초롬하게 불렀어야 하는데 원래 제 스타일대로 재즈처럼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시도해보려고 했으나 잘 안 된 케이스죠.
하퍼스 바자 뉴진스가 워낙 젊은 팀이라 그런지 원곡을 들으면서 “내 지난날들은/ 눈뜨면 잊는 꿈”이라는 가사가 크게 와닿진 않았거든요. 당신이 그 소절을 부르는데 아득하게 지나간 누군가의 골든 아워가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었어요.
인순이 그렇게 들어줬다면 고마워요.(웃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런 가사 하나하나를 해석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냥 주어진 시간 내에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자가 전부였죠. 그러다 보니 저절로 내 것이 음악에 묻어 나온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훌륭한 가수가 되는 데 있어서 노력이 어느 정도 작용할까요?
인순이 노력이 80% 이상이죠. 요즘엔 정석이 없어요. 어떤 가수든 브랜딩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죠. 옛날에는 표정 없이 노래 부르면 뭐라 그랬거든요. 지금은 개성 시대니까 표정이 없든 말을 잘 못하든 약간의 재능에 노력을 더해서 자기 걸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외국에 수전증이 있는 가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브랜드화시키더라고요. ‘저렇게 무대를 무겁고 어렵게 생각하는 가수가 있다니, 세상에, 저렇게 긴장하면서도 저렇게 잘하는구나’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게다가 이제는 기계가 또 한몫을 하잖아요. 만들어지는 부분도 있다는 거죠.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지만 시대 흐름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한때는 가요 프로그램에서 라이브와 립싱크를 구분하는 자막이 나오기도 했잖아요. 그때는 퍼포먼스보다 라이브가 훨씬 더 중요했죠. 트렌드가 주기적으로 달라지니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해요.
하퍼스 바자 요즘 트렌드를 따르느라 <골든걸스> 녹음할 때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유난히 힘들었던 디렉팅은 무엇이었나요?
인순이 우리 때는 노래를 잘하려면 입을 쩍쩍 벌려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볍게 통통통 노래하면서 입도 많이 안 벌려요. 요즘은 다 가성을 쓰는데 우리가 노래할 땐 진성으로 질러댔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때는 그만큼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진영이는 가수이기도 하고 프로듀서이기도 하고 CEO이기도 하니까 트렌드를 잘 알죠. 그런 사람이 나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면 ‘맞는 얘기일 거야. 그럼 내가 한번 고쳐볼까?’ 하는 거죠. 내가 잘못한 건 아니더라도 시대가 이걸 원한다면 바꿔봐야 되는 건 아닐까?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모든 사람은 자기가 10대 때 좋아하던 록밴드의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는 말이 있잖아요.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0대가 되면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대요. 그런데 당신은 방송 전부터 이미 뉴진스까지 알고 있던데, 그런 오픈 마인드는 어떻게 가능한가요? 타고난 건가요?
인순이 어릴 적부터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세상을 긍정으로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너무나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오래 노래하고 싶으면 공부해야 돼요. 누군가가 쓴소리를 해줄 때 받아 챌 줄도 알아야 하고요. 내 단점에 대해 지적한다면 기분이 나쁘겠죠. “내가 40년 넘게 노래했는데 네가 뭔데 날 가르쳐!”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란 얘기죠.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 고칠 수 있어요.
하퍼스 바자 당시 이미 20년 차 가수였지만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자 파격 변신을 시도한 곡이 1996년 신인 작곡가 박진영과 작업한 ‘또’였죠. 그 곡이 수록된 앨범 속지에 이렇게 써 있더라고요. “완벽하고 멋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인순이 저는 재능 30에 노력 70인 사람인 것 같아요. 남들은 제 겉모습만 보고 타고났다고 얘기하지만요. 골든걸스를 하면서도 저에게 힘들었던 건 연습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거예요. 저는 어떤 노래를 하나 고르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연습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해요. 뭘 배우려면 시간이 좀 많이 걸리는 사람 중에 하나예요. 하지만 믿어요. 준비와 운이 만나면 빅뱅을 일으키죠. 그래서 언제 올지 모르는 그 기회를 위해서 항상 노력하는 거예요.
하퍼스 바자 데뷔 46년 차인 당신에게는 음악이 일상이고 일상이 곧 음악이겠죠?
인순이 그렇지 않아요. 우리 집에는 내가 노래하는 사진 한 장 없어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대단한 오디오도 없어요. 가수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오라가 집 안에서까지 보인다면 가족들이 편치 않을 것 같아요. 무대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저는 가수가 아닌 그냥 세인이의 엄마, 아내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에요. 일상은 일상이고 노래는 노래고. 저는 그 두 가지를 완전히 분리하려고 해요. 그래야 휴식도 있고 에너지도 얻을 수 있죠. 뭐랄까. 여기 사람들은 참 여기스럽잖아요. 무대 밖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생동감 넘치고 자유분방하고 어찌 보면 조금 덜 계산적이죠. 저도 무대 위에 오르면 몸짓 하나 하나를 다 계산하고 신경 쓰지만 무대 밖에서는 인간 김인순으로 편안하게 쏘다닐 수 있어요.
하퍼스 바자 무대 밖에 진짜 삶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인순이 그럼요. 무대에만 살면 인생의 반밖에 누리지 못하는 걸요. 무대라는 건 결국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관객을 위해 존재해요. 보통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면 위로와 기쁨도 전할 수 없죠. 어쩌면 저는 본능적으로, 무대 밖에서 배운 삶의 진리를 무대 위에 다시 가져다 쓰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하퍼스 바자 골든걸스로 당신을 알게 된 MZ세대 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곡이 있다면요?
인순이 그 친구들에게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요. 아주 잔잔한 곡인데 ‘선물’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전 그 노래가 참 좋아요. 그 노래 가사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는데, 내 행복이나 사랑이 다 거기에 있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당신들이 내일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늘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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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하퍼스 바자 가장 춤과 거리가 먼 음악을 해온 뮤지션으로서 골든걸스라는 걸그룹 활동이 특별한 자극이었을 것 같아요. 공연이 일상인 당신도 이번 기회에 무대에 대해 새로 배운 점이 있나요?
이은미 몸을 아름답게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안무를 배우면서 ‘여기를 이런 각도로 쓰면 더 아름답게 보이는구나’ 같은 걸 느꼈고 재밌어졌어요. 그래서 사실 안무 선생인 모니카에게 따로 “골든걸스가 끝나도 계속해서 춤을 배워보고 싶다”고 얘기해놓았어요. 모니카가 “정말요 선생님?” 엄청 깜짝 놀라면서 본인이 꼭 레슨을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지금도 잘하지는 못하지만, 이걸 무대 위에서 잘 활용한다면 큰 즐거움이겠다 싶어요. 그렇게 변한 거죠. 제게는 가장 큰 변화이고, 그 변화가 아주 신선하고 기분 좋아요.
하퍼스 바자 음악적으로는 어떤가요?
이은미 솔직히 말하면 불편한 점도 있었죠. 그렇지만 팀으로 하는 작업이잖아요.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만 고집해선 안 되죠. 팀 색깔에 잘 녹아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기 때문에 팀에 맞추려고 최대한 노력했어요. 결론적으로는 박진영 씨도 만족했고 저도 만족한 것 같아요. <골든걸스> 제작진에게 “저에게는 이 프로그램이 꼰대 자가진단 키트 같아요”라고 말한 적 있어요. 정말 그래요. 나도 모르게 고착화되어 있는 생각을 돌아보고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이런 건?’ ‘저런 건?’ 하고 스스로에게 확인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지금껏 막연하게 제가 오픈마인드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냥 이게 편하니까’라며 저도 모르게 저 자신을 주저앉혀버린 부분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에요. 의상만 해도 그렇죠. 저는 반짝이 안 입은 지 20년도 더 됐다니까요?(웃음) 하지만 ‘너무 다른데?’라고만 생각하면 몰입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나는 지금 이은미가 아니라 골든걸스의 이은미’라고 마인드컨트롤해요. 그래서 저는 실제로 무대를 할 때면 다른 멤버들이 부르는 모든 파트를 속으로 따라 불러요. 그러면서 안무도 하죠. 그렇게 즐기는 거예요.
하퍼스 바자 당신의 음악에 대해 박진영 씨가 “거칠고 충동적이고 즉흥적이고 날것 같다”고 말한 것에 크게 공감했어요. 음악도 오래 하면 무뎌질 텐데요. 오랫동안 이 신에 머물면서 어떻게 그 날카로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이은미 자극을 좋아해요. 그림이든, 영화든 다른 예술 행위나 작품을 통해 얻는 자극 말이죠. 궁극적으론 그런 경험이 제가 하는 일이나 저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주니까 그런 자극을 기꺼이 즐기려고 해요. 고여 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가능하면 전시 같은 것도 안 놓치고 싶고 다른 가수의 콘서트도 직접 가서 보려고 하고 음악도 다양하게 듣고자 해요. 이걸 일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냥 즐겁게 받아들이면 또 그럴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일과 나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창작자로서의 날카로움을 지키는 방법인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주세요. 일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지속가능하고 건강할까요?
이은미 사이 간격을 지키는 거죠. 젊었을 때 목숨 걸고 했던 것들, 맹목적으로 올인했던 것들은 금방 사람을 지치게 하잖아요. 가끔은 소원하게, 조금은 내버려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열정적이었던 경험이 없으면, 그런 거리를 두기가 쉽지 않죠. 뜨거웠던 적이 있어야 내려놓을 수도 있는 거거든요. 저 또한 젊은 시절 그래 봤고 이제는 알 만한 나이가 됐죠. 한때는 음악이 저의 생명줄이었지만 지금은 음악이 저의 좋은 친구예요. 전 인생의 3분의 2 이상 음악을 했고, 심지어 전문 직업으로 생계까지 해결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친구와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그걸 위해서 저를 몰아붙이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왜 그것밖에 못해? 더 잘할 수 있어. 더 노력을 해! 이러면서 스스로를 다그쳤다면 지금은 약삭빨라진 걸 수도 있겠네요. 제가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잘 파악하는 만큼 그걸 능숙하게 감추는 방법도 알죠.
하퍼스 바자 보컬리스트 이은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이은미 저는 지금의 소리를 갖기 위해서 오랫동안 노력을 했어요. 저음역에서 나오는 배음이 고음역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배음의 폭을 넓고 풍성하게 만드는 게 제 목표였고, 그 창법을 만들기 위해서 한 8년 정도 무던히 애를 쓰고 몰입했고요. 어떨 때는 소리를 마구 질러서 성대에 상처를 내기도 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그 소리가 너무 무겁게 들릴 때가 있다는 게 단점이에요. 장점은 그 단점을 감추는 방법을 제가 알고 있다는 거고요.
하퍼스 바자 노래에서 재능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이은미 저는 한 80% 정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그 재능에는 음악적인 표현력뿐만 아니라 무대 장악력, 그걸 즐기는 자세, 사회성 등등이 모두 포함이 되어 있어요. 학생들과 만나면 항상 그런 얘기를 해요. “이 세상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나같이 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무대에 오르라고. 그래서 너를 보여주라고. 무대는 누구처럼 하는 것보다 자신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그러려면 그 무대를 즐겨야 되는데 그게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노래는 정말 잘하는데 무대에만 올려놓으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친구들도 꽤 있죠. 그러니까 제가 말한 재능은 그 모든 걸 다 아우르는 거예요.
하퍼스 바자 유튜브 영상이었는데, 2002년 <윤도현의 러브레터> 무대에서 당신이 긴 생머리에 히피 원피스를 입고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노래하는 걸 봤어요. 거기에 달린 최근 댓글이 이렇더라고요. “이은미는 20년 전에도 똑같이 노련했네”. 당신에게도 어설펐던 시절이 있나요?
이은미 제 데뷔 전 별명이 3집 가수였어요.(웃음) 사라 본이라는 재즈 보컬리스트처럼 노래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분의 다양한 음악들을 계속 찾아 들으면서 저도 그런 모습으로 비쳐지길 바랐나 봐요. 진짜 프로가 되고 싶었어요. 보컬리스트로서 아주 멋지게 해내고 싶었죠. 가끔 그런 저의 모습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하퍼스 바자 어리숙한 모습이 없어서일까요?
이은미 하지만 저에겐 롤모델이 있었고 이 모습이 편해요. 사실 내적으로 보자면 34년 동안 가수 하면서 수도 없이 들쭉날쭉했어요. 음악을 그만두려고 도망도 몇 번 갔었는데 운이 좋게도 다시 돌아오고 또 돌아왔죠. 그때마다 음악, 그리고 음악가들이 저를 다 끌어줬어요.
하퍼스 바자 20년 뒤에는 어떻게 노래하고 있을 것 같나요?
이은미 저는 대중음악가이고 대중의 선택에 따라 가는 거죠. 제가 20년 더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 욕심은 없습니다. 그건 감히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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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하퍼스 바자 “박미경 목소리 이대로 끝내?” <골든걸스> 첫 화에서 합류를 망설이다 박진영 프로듀서의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죠. 워낙 가까운 사이라 솔직한 발언을 건네더군요.
박미경 듣는 순간 한 방 맞은 것 같았어요. 오기가 생기고, 다시 보여줘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제가 평소엔 자존심을 부릴 때가 없는데 무대에서는 절대 무너지기 싫은 자존심이 생겨요. 첫 미션으로 아이브의 ‘I AM’을 부르면서도 6명이 소화하는 곡이라 부담감도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나 90년대엔 고음 좀 한다는 사람이었는데!” 같은 생각도 들었죠.
하퍼스 바자 박진영 프로듀서와 30여 년 전부터 남매처럼 친밀히 지내왔지만 함께 앨범 작업을 한 건 처음이었죠.
박미경 그 시절 바비 브라운, 샤카 칸, 스티비 원더를 들으며 우린 알앤비, 블랙 뮤직에 열광했어요. 매일 “이 노래 알아?” 하고 추천해주고.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듀서로 만나니 진영이가 왜 이 산업에서 최고의 프로듀서가 됐는지 알 수 있었죠. 밀당을 너무 잘해요. 아티스트가 필요한 모든 걸 제때 알아채고 미션을 던지죠. 웃으며 사적인 얘기를 나누다가도 레슨에선 달라져요. 우리가 완전체로서 하나가 되는 느낌을 만들어주었어요.
하퍼스 바자 짐짓 분위기가 얼어붙거나 미션이 힘든 상황에서 ‘미경어’로 통하는 엉뚱한 농담을 던지고, 허당미를 발산하기도 했죠. 오랜 시간 알아온 네 사람인데, 서로의 어떤 점을 새롭게 발견했나요?
박미경 제가 줄곧 강한 노래를 불렀다 보니 할 말을 다하는 스타일인 줄 아는데 실은 아니에요. 6남매 중 맏딸이라 ‘이래도 좋고, 저래도 괜찮아’ 하고 지내죠. 털털한 성격 탓에 남자 친구들은 늘 저보고 ‘형’이라 부르고요. 효범이는 모두를 동등하게 대해요. 원래 알던 점이었지만, 그룹 활동을 하니 서로가 오해가 생길 법한 상황에서 중간자 역할을 자처하죠. 은미는 장군처럼 “얘들아 가자!” 하는 추진력이 있고요. (인순이) 언니는 너무 너그러워요. 선배로서 일침을 가하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늘 말을 아끼고 저희가 까불어도 귀엽게 봐주죠. 다들 너무 사랑스러워요.
하퍼스 바자 촬영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본다면요?
박미경 진영이까지 다섯 명이 대전으로 공연하러 가는데 버스 안에서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에도 2시간 내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놀았어요. 술도 없이. 소풍 가는 것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 그 마음이 똑같아요. 이게 우리 공통점이에요.
하퍼스 바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시절에 가수 박미경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박미경 ‘나는 디바가 될 거야’라는 꿈이 너무 컸어요. 간절했고, 저는 결코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 자신을 돌아봤을 때 음악밖에 없었고 다른 것엔 관심도 없었어요. ‘골든걸스’를 시작하고 느끼는 점도 같아요. 인생이 그렇듯 스스로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나조차 내 무대를 잊고 포기하고 살았는데, 다시 한 번 덤벼들고자 도전하니 모든 게 바뀌었어요.
하퍼스 바자 대표곡인 ‘이브의 경고’는 90년대의 상징 같은 곡이에요. 많은 여성들이 나쁜 남자와 헤어진 후 찾아 듣곤 했죠.
박미경 당시만 해도 사회가 훨씬 가부장적인 분위기였는데 그 곡이 그런 분위기를 딱 깬 거죠. 대리만족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때 첫사랑과 헤어진 시기였는데 “이 가사는 내 노래다!” 싶었어요. 실컷 소리를 내질렀죠.(웃음)
하퍼스 바자 한동안 무대에서 팬들과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무대가 그립진 않았어요?
박미경 아닌 척 지냈어요. 어릴 때는 힘든 줄도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너무 달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대에서 누군가에게 희망이나 좋은 에너지를 줄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제 삶의 기둥과도 같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완전히 무너져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어요. <골든걸스>를 하면서 가장 고마운 게 오히려 그 힘을 제가 받게 되고 줄 수 있게 된 거예요. 지금은 저 진짜 건강해졌어요.
하퍼스 바자 <뮤직뱅크> 녹화 때 K-아이돌의 세계를 경험하기도 했죠.
박미경 경험해보니 정말 생사를 오가는 현장이더라고요.(웃음) 우리 때도 바빴지만 이렇게 타이트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수개월 연습한 곡을 선보이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대기하고. 멤버가 열 명이 넘는 그룹은 대기실 바닥에서 쪽잠을 자는 걸 보니 안타까웠어요. 새싹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결과를 얻길 바랄 뿐이죠.
하퍼스 바자 박미경에게 <골든걸스>란 어떤 의미인가요?
박미경 말 그대로 제2의 인생. 용기를 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제도 전국투어 콘서트 연습을 하느라 10시간 가까운 지옥훈련을 했는데 그냥 너무 좋아요. 누워서 안무를 시작하는 ‘Good-bye Baby’를 30번 연속으로 쉬지 않고 연습했는데, 한 명도 화장실도 안 가고 물도 안 마시고 몰입했죠. “와, 이 여자들 프로구나” 하고 자극받아요.(웃음) 오늘 촬영은 골든걸스를 위한 파티였죠!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예전 같으면 ‘아이고 허리야’ 하겠지만, 요즘 몸을 쓸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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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범
」하퍼스 바자 첫 화에서 근황을 묻자 “음악과 별거 상태에 있다”라는 말을 하셨죠. 한동안 유기견, 유기묘들을 돌보며 전원생활에 몰두해왔어요.
신효범 사실 음악 산업과 시스템에 대한 상처가 컸어요. 해볼 만큼 해봤으니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죠. 제가 바라는 건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저만의 방향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그걸 찾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마음이 부스러질 것 같은 시간을 지나니 순수한 재미를 느끼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던 때였어요.
하퍼스 바자 줄곧 혼자 무대에 서다가 걸그룹으로 함께 무대에 서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을 텐데요.
신효범 넷 다 색이 강하기에 무대에서도 스타일이 다를 거란 건 각오하고 있었어요. 힘들지 않고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오겠어요. 가는 길이 쉽진 않겠지만, 뭐든 각오하고 시작하면 해볼 만하죠. 처음 제작진과 회의할 때에도 “우리가 30대였다면 불가능할 텐데, 50대라 가능하다”라는 말을 했어요. 이젠 배려와 허용을 깨우친 때이니까.
하퍼스 바자 프로듀서로 만난 박진영 씨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신효범 즉흥적인 상황이나 변수에 적응을 하느라 애를 먹었죠. 진영이는 원하는 기준을 정확히 계산하고 집요하게 제시해요. 그 과정이 힘들 땐 참고 참다 욱하기도 했고요. 결국 우리를 위한 마음과 역량을 알게 되니 모든 게 ‘오케이’ 되더라고요. 내 표현법과 그 친구의 표현법이 다르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새롭게 소리를 내는 방식도 적응하기 시작하고요.
하퍼스 바자 첫 미션에서 트와이스의 ‘Feel Special’이라는 곡을 불러 화제를 일으켰죠. 새삼 원곡이 지닌 가사의 의미를 다시 보게 됐다는 반응이 많아요.
신효범 보컬리스트는 소리로 곡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도록 전할지 연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배우에 빗대면 대사가 잘 들리게 하는 거죠. 연기는 영화 안에서 1시간에서 2시간 동안 감정을 전달하지만, 우리는 3~4분 안에 응축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일이에요. 가사가 내 안에 완전히 들어와야 하고 그다음 그걸 자유로이 부릴 수 있어야 하죠. 기술적인 노하우도 필요하지만, 에너지의 노하우라는 게 있는데 그걸 알아봐주셨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요즘 K팝 곡들을 접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발라드 가수들조차 정통 발라드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말하기도 해요. 헤어진 연인의 안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즉각 알 수 있고, 애달프고 절절한 감성을 촌스럽게 여기기도 하는 시대이니까요.
신효범 좋은 곡은 불러보면 알아요.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반응하고요. 트와이스의 곡을 처음 부를 때에도 “그런 날이 있어, 갑자기 혼자인 것만 같은 날” 첫 소절을 듣고 바로 지금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곡을 내가 불러도 좋을 때 가수로서 큰 만족감을 얻죠. 발라드라고 해서 굳이 느린 템포로 애절한 감정만 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만의 감각이 있고 맞춰 표현하면 되는 거니까요.
하퍼스 바자 전성기와 다름없는 고음을 선보일 수 있는 데에는 타고난 재능 탓이 클 것 같아요.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하던 데뷔 이전,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될 거라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했나요?
신효범 이 발성을 갖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어요. 보컬 학원도 학과도 없던 시절 LP판이 선생님이었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들으며 발성을 연습했고, 감성을 건드리는 훌륭한 영화 음악들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죠. 어머니,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집에 LP가 많았거든요. 두 분이서 술잔을 기울이며 춤도 추시고. 그 모습을 형제들과 나란히 앉아 구경하고요.
하퍼스 바자 <골든걸스>를 연출한 양혁 PD는 당신을 ‘윤활제’ 같은 역할이라 언급하기도 했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새롭게 깨우치게 된 점이 있다면요?
신효범 도전에 있어서 적당한 때는 없다는 것. 예상한 만큼 재미있어서 좋았어요. 노래를 부를 때 재미를 못 느끼던 시절도 있었어요. 이젠 내가 재미있겠다, 싶으면 그냥 하는 거야. 우리 네 사람이 모두 가수로서 어떤 상황이든 도전하는 마음이 꼭 같아요. 무대 위에서 변명하지 않고 임해왔거든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느낌들을 공유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앞두고 있는 콘서트도 더욱 기대되고요.
하퍼스 바자 첫 화의 질문으로 마무리할까요. 지금 가수 신효범은 어떤 상태인가요?
신효범 톱스타가 되고 싶다거나, 가수로서 명예 같은 가시적인 것들을 좇지 않았어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을 연구하고, 따라야 하는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다시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저는 현재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골든걸스 전국투어 콘서트는 전국 12개 도시에서 6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 파이널 콘서트는 6월 22일 서울이다. 예매는 위 사진을 눌러 확인할 수 있다!
Credit
- 사진/ Less
- 헤어/ 안미연
- 메이크업/ 이아영
- 스타일리스트/ 김지원
- 프롭 스타일리스트/ 황서인
- 어시스턴트/ 허지수,조혜원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Celeb's BIG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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