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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2'의 세미, 원지안의 말간 얼굴

머지않아 디즈니플러스 '북극성'과 '메이드인코리아'로 만날 예정인 원지안.

프로필 by 안서경 2025.02.22

Daylight


햇살처럼 말갛게 웃는 얼굴로, 원지안이 믿음이란 것을 꼭 쥐고서.


하퍼스 바자 오늘 촬영에선 스물다섯 살 지안의 장난기 어린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원지안 웃으면서 사진 찍는 거 진짜 오랜만이에요. 너무 좋았어요.

하퍼스 바자<D.P> <소년비행> 등 전작과 달리 <오징어게임> 시즌 2의 세미를 통해 그 모습을 엿본 것 같기도 해요. 쇼트커트가 인상적이었어요.

원지안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세미와 타노스 팀에 관심 가져주시는 게 참 신기하고 감사해요. 항상 긴 머리 상태로 있다가 처음 잘라봤어요. 감독님께 제가 먼저 “머리를 잘라볼까요?” 했죠.

하퍼스 바자 380번 참가자 세미는 같은 팀인 민수를 챙기는 것 외엔 유독 서사가 밝혀진 게 없는 인물이에요. 인물에 어떻게 다가가려고 했어요?

원지안 그곳에서 그리는 인간 군상 중 나 혼자만 생각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민수와의 관계를 잘 다루는 게 가장 큰 숙제였죠. 세미는 민수 같은 남동생이나 친구가 있을까,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면이 있는 걸까, 어떤 면에서 공감한 걸까. 이유 없이 끌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챙기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겠고요. 여러 생각을 열어놓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다른 인물들과 달리 욕망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말수도 적어서 그런지, 오히려 세미의 무심한 표정이나 이따금 남규를 경멸하는 듯한 표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원지안 따로 준비할 것도 없이 실제 노재원 선배의 연기를 눈앞에서 보면 저절로 그렇게 반응하게 돼요. 남규, 너무 얄밉잖아요.(웃음)

하퍼스 바자 세트장 안에서 내내 촬영하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원지안 세트가 워낙 화려해서 ‘대박이다’, 신기했어요. 대기 시간이 기니까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 거예요. 제가 오락부장처럼 할리갈리 같은 보드게임들을 가져갔거든요. 또 거기 소품이 있잖아요. 맨날 공기놀이 하자고 하고, 같이 줄넘기 하고 그랬어요. 답답하긴 해도 친구들이 있으니 잘 견딜 수 있었어요.

하퍼스 바자 시즌 2가 팀을 이루는 배우들의 합이 돋보이는 이야기인 만큼, 같은 조 배우들과 무척 가까워졌나 봐요.

원지안 노재원, 이다윗 배우를 포함해 다들 잘 맞는 성격이었던 것 같아요. 진지하게 연기 얘기 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놀고. 단체 카톡방도 있고, 가끔 카페에서 만나 커피 마시고 그래요. 그냥 친구가 된 거죠. 작품을 떠나 제 삶에도 연이 닿은 거라고 생각해요.


블라우스는 Recto. 팬츠는 Marine Serre.


드레스는 H&M. 안경은 Louis Vuitton. 펌프스는 Sportmax.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지금 촬영 중인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현대사를 다루죠. 로비스트 최유지 역할을 맡았는데, 색다른 이미지를 보게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있어요.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어땠어요?

원지안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웃음) 다른 언어를 다뤄볼 수 있다는 면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애니를 좋아해 듣기는 좀 되는데, 대사로 말하는 건 다른 일이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이 역할로 저를 염두에 두었다고 확신을 주셔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아직 태국 로케이션 촬영이 남았다고요. 몇 해 전 해외에서 촬영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말한 적 있는데 이루어졌네요.

원지안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집 떠나 일하는 게. 현장 자체도 낯선 상태에서 타지에서 촬영하다 보니 입맛도 없고 살도 좀 빠졌어요.

하퍼스 바자 데뷔 초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별명을 ‘먹선이’라고 답했던 거 기억나요? 야무지게 챙겨 먹는 편인 줄 알았는데 입맛을 잃었군요.

원지안 먹선이! 오랜만이다.(웃음) 특히 면 요리를 진짜 좋아해요. 냉면도 좋아하고, 짬뽕도 좋아하고…. 쉬는 날엔 일본 음식도 찾아 먹었어요. 우동이 어쩜 그렇게 맛있죠? 또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데, 닌텐도 게임 중에 <동물의 숲>이라는 게 있거든요. 비둘기 아저씨가 운영하는 ‘비둘기둥지’라는 카페와 너무 비슷한 커피집을 일본에서 발견한 거예요. 거기서 주로 잘 쉬었어요.

하퍼스 바자 작품 사이사이 시간이 날 땐 주로 무얼 하며 보내요?

원지안 작년에는 특히 그런 짬이 많이 났어요. 드문드문 한두 달 정도 텀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일상을 잘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가도 시작하고, 취미를 가져봤죠.

하퍼스 바자 어떤 취미가 생겼어요?

원지안 작년부터 일렉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아직 초보예요.

하퍼스 바자 어쿠스틱 기타가 아니라.

원지안 고등학생 때 학원 선생님께서 메탈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메탈리카부터 너바나, 밴드 계보를 쭉 읊어주시며 대표적인 곡들을 추천해주셨거든요. 한동안 제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두고 빠져 있던 때가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무의식 중에 남아 있었나 봐요. 문득 ‘배워볼까?’ 싶더라고요. 일주일에 두 번 레슨을 받고, 컴퓨터랑 연결해 방에서 혼자 연습하고. 일본에 촬영갈 때도 간이 기타를 들고 갔어요.(웃음) 좋아하면 뭐든 끝까지 가는 편인데, 계속 꾸준히 해보려고 해요.


코쿤 실루엣 드레스, 더비 슈즈는 Louis Vuitton.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셔츠, 크로셰 드레스, 타이, 팬츠는 모두 Wooyoungmi. 옥스퍼드화는 Repetto.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지안 씨처럼 차분해 보이는 사람들이 강한 사운드의 음악을 좋아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요.

원지안 왜 좋아할까… 모르겠어요. 그냥 끌리는데요.(웃음) 음, 이상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면 무언가 차오르잖아요. 연기하다 보면 마음이 막 오르락내리락해요. 자기도 모르게 그 신이나 상황이 마음에 쌓이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일상을 살다가 이따금 울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때 메탈을 틀어놓으면 울기 편해요. 제 울음소리가 안 들리니까. 틀어놓고 울어요. 청승맞게 막 울진 않고(웃음) 펑펑 울지도 않지만…. 그냥 편해요. 아직 방법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죠.

하퍼스 바자 언젠가 연주해보고 싶은 곡을 꼽아본다면요?

원지안 아직 탐구 중이에요. 제가 원하는 곡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혼자 기타를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한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곡을 만들고,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하퍼스 바자 담담한 지안 씨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 궁금해져요. 처음 연기를 배우기로 했을 때 어머니께 편지를 썼다고요.

원지안 중3 겨울방학이었어요. 3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는 건데, 뭐 하고 살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생각이 정말 많았어요. 그때 단짝 친구가 영화를 좋아해서 매일같이 영화관에 갔거든요. 학교 마치면 같이 너구리 끓여 먹고, 영화 한 편 보고. 자연스레 연기가 배워보고 싶어졌고, 엄마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기에 편지를 썼죠.

하퍼스 바자 막상 연기를 배워보니 어떻던가요?

원지안 입시 학원과 한예종에서 연극을 접했는데 그냥 너무 좋았어요. 배울수록 더 좋아졌던 것 같아요. 사실 너무 어려웠지만요. 제가 워낙 소심한 성격이어서 목소리도 작고 발표하러 나가면 말도 제대로 못했어요. 처음엔 나를 꺼내놓는 것 자체가 되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포기하고 싶지 않은 오기가 생기는 거예요. 잘 안 되고 너무 어렵고 엄청 무서운데, 그 무서움에 지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그런 오기가 든 건 처음이었나요?

원지안 네. 이 벽을 깰 수 있을지, 넘어설 수 있을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죠. 그러다가 공동체 속에 속해서 같이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가 닿는다는 게 너무 각별하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내가 이거 좋아하나 보다’ 확신을 가지게 됐죠.


파워 숄더 블라우스, 팬츠,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케이프 톱은 Leha. 코르사주 장식 셔츠는 Bmuet(te). 스커트, 이너 브리프는 Open YY.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작품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한 적 있어요?

원지안 전과 지금, 가장 다른 건 믿음인 것 같아요. 전에는 쉽게 불안해했거든요. 처음엔 내 천직이야, 라고 느낀 적 없기 때문에 늘 쌓여왔던 불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믿어요.

하퍼스 바자 그 믿음은 어떻게 생기게 됐어요?

원지안 남들이 뭐라고 하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른 원인만을 쌓아가는 것뿐이더라고요. 요즘은 뭐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얽매이지 않고 그냥 지금 이 순간에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믿음이 따라오게 돼요.

하퍼스 바자 원지안이라는 사람은 같이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연극이 좋아진 순간도, 언젠가 하고 싶은 밴드 합주도.

원지안 몰랐는데, 저 사람들 만나는 거 되게 좋아하나 봐요. 그중에서 연기가 좋은 건, 그 핵심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셨던 할머니가 책을 많이 읽게 해서 그런지 이야기라는 것과 가까운 유년 시절을 보냈거든요. 거의 도서관에서 지내다시피 했던 것 같아요. 친구 사귀는 법도 잘 몰랐고요. 그런데 제 일이 결국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 된 거예요.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과정을 만들고 원인을 쌓아나가는 것, 그 자체가 좋은가 봐요.(웃음)

하퍼스 바자 공개를 앞둔 <북극성>과 <메이드 인 코리아>, 곧 촬영 예정인 작품까지. 올해 꽤 바쁜 한 해가 되겠어요.

원지안 <경도를 기다리며>의 한 해로 보내겠죠. 그래도 기타는 계속 칠 거예요. (웃음)



Credit

  • 사진/ 김신애
  • 스타일리스트/ 김지원
  • 헤어/ 최은영
  • 메이크업/ 황희정
  • 어시스턴트/ 정지윤
  • 디자인/ 이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