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이야기하는 멜랑콜리
밀리언셀러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의 작가 미셸 자우너이자 뮤지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4년 만에 공개되는 그의 신보는 멜랑콜리라는 감정을 붙들며 써내려간 서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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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ODYSSEY
밀리언셀러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의 작가 미셸 자우너이자 뮤지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4년 만에 공개되는 그의 신보는 멜랑콜리라는 감정을 붙들며 써내려간 서사시다.

무려 10곡을 담은 네 번째 정규 앨범 <For Melancholy Brunettes(& Sad Women)>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재작년 유럽 투어를 돌며 고전 책과 예술작품을 자주 접했고, 곡을 쓰는 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언제나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은 ‘멜랑콜리’다. 격렬한 슬픔도 아니고 극단적 감정도 아닌 그저 사색에 잠긴 일반적인 상태. 이번 앨범의 많은 곡들에 이런 종류의 감정이 담겼다.
선공개 싱글 ‘Orlando in Love’는 세이렌 신화와 르네상스 시인 마테오 마리아 보이아르도의 미완성 시 등에 영감을 받았다고. 신화 속에는 항상 실수를 저지르고 벌을 받는 사람들의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은 법이다. 나 역시 예술가로서 작업하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유혹이나 집착, 자부심 같은 감정을 자주 생각하곤 하는데, 신화의 그 부분에 매료되는 것 같다. 이 곡은 세이렌 여신에게 유혹당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신화에서 사이렌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유혹하지만 사실은 매우 위험하고 사악한 바다의 여인인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이 곡의 뮤직비디오 역시 연극적이다. 중세시대 백작 같은 코스튬을 입고 올랜도를 연기했는데. 명확한 스토리를 가진 곡인 만큼 어떤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싶었다. 로맨틱하면서도 어리숙한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화가 에드워드 그리트너(Edward Gritchner)의 작품 <The Connoisseur>에 묘사된 사랑스러운 수도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고, 머릿속에 바로크 시대를 연상시키는 선명한 비주얼이 떠올랐다. 내 음악 판타지는 이렇듯 꿈을 꾸게 하는 예술작품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회화 같은 앨범 재킷 역시 작품에서 영향받은 건가? 맞다. 여성들이 마치 기절한 듯 고개를 떨군 그림을 보게 된 게 시작이었다. 그 그림을 본 내 첫인상은, 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지만 너무 배가 불러 오히려 지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지난 3년간 내 삶도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를 돌고, 작업에서 큰 성과도 거뒀다. 행복해야 마땅한데 정작 나는 지쳐 있었다.
이전 앨범에서는 신시사이저나 키보드 사운드가 강했는데, 이번 앨범은 사운드적으로 어떤 차이를 보이나? 2021년 발매한 <Jubilee> 이후 기타가 주가 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직접 친구들과 내 작업실에서 녹음하지 않고, 처음으로 스튜디오에서 전문 프로듀서와 협업해 만든 앨범이다. 음질의 부족함을 감추려 여러 악기를 겹겹이 더하지 않고, 좀 더 절제되고 의도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앨범이랄까. 전체적으로 차분하지만 굉장히 강렬한 곡들이 섞여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1년간 머물렀다. 한국에서 머문 경험이 작가 미셸 자우너에게, 뮤지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언젠가 한국 노래들로 커버 EP를 녹음해보고 싶다. <H마트에서 울다>를 출간한 뒤, 출판사가 두 번째 책을 쓸 계획을 물었을 때만 해도 그럴 자신은 없었는데. 투어로 지친 날들을 보내자 오직 “한국에서 1년 동안 언어를 배우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엄마가 한국에서 1년만 살면 유창해질 거야, 하셨는데 사실 아니었다.(웃음) 너무 어려워서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하는 데 보냈다. 서른 중반이 넘어 20대 초반 K-팝을 사랑하는 학생들과 학교를 다닌다는 게 민망하고 당황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 경험에 관해 쓸 거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몇 해 전 황소윤과 협업한 싱글 'Be Sweet'처럼 당신이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를 듣고 싶다. 작년 아시안 팝 페스티벌에서 이랑, 이민휘와 함께 무대에 서서 '백만 송이 장미'를 부른 적이 있다. 언젠가 다시 만나 작업해보고 싶다. 머릿속에 ‘다시 한국에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어서, 분명 미래에 그런 프로젝트를 하게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을 한단어로 말한다면? 슬로 번(Slow Burn). 한국에도 이런 표현이 있을까? 바로 확 와닿는 음악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스며드는 앨범이랄까. 인내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웃음)
※ <For Melancholy Brunettes(& Sad Women)>은 3월 21일 발매 예정이다.
Credit
- 사진/ 데드오션스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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