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카디'가 말하는 밴드로 사는 법

바야흐로 밴드의 시대

프로필 by 손안나 2025.03.07

밴드의 시대


“위대한 서막이 모두의 눈앞에.” - 카디의 ‘No Need’ 중. 태동하는 밴드들.



(왼쪽부터) 박다울이 착용한 톱, 팬츠는 John Varvatos. 벨트는 Bell&Nouveau. 페도라는 Brown Hat. 반지는 Portrait Report.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황인규가 착용한 재킷은 Polysooem. 슬리브리스, 레이어드한 셔츠는 From Arles. 슈즈는 Timberland. 목걸이, 약지의 반지는 Dana Burton. 왼손 검지의 반지는 Bell&Nouveau.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예지가 착용한 원피스는 Jello.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벨트는 Weekend MaxMara. 스터드 벨트는 Bell&Nouveau. 부츠는 Dr. Martens. 황린이 착용한 아우터는 John Varvatos. 슬리브리스는 From Arles. 팬츠는 Moemyu. 목걸이, 벨트는 Bell&Nouveau. 슈즈는 H&M.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카디 KARDI


하퍼스 바자 이름의 의미는?


예지 심장을 의미하는 접두사 ‘cardi-’에서 국악기 멤버가 있으니 앞 글자만 한국을 의미하는 ‘K’로 바꾸어 짓게 된 이름이다. 심장을 뛰게 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다.


하퍼스 바자 어떻게 만들어졌나?


2021년 방송된 Jtbc <슈퍼밴드 2>를 통해 결성되었다. 이후 음반을 내고 이런저런 공연도 하면서 지금까지 흘러왔다.


하퍼스 바자 거기서 3등을 했지 않나.


좀 서러웠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3등이라니…. 하지만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퍼스 바자 카디가 추구하는 한국적인 색채는 무엇인가?


다울 다원색.


예지 도깨비처럼 장난스럽고 자유로운 한국적인 색채. 익숙하면서도 낯선,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을 담고 싶다.


딱히 인위적인 시도를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 모두 한국인이고 국악기 멤버까지 있으니 한국적 색채는 자연스럽게 담기지 않을까, 정도의 마인드셋.


하퍼스 바자 밴드 내의 직접적인 포지션과 간접적인 포지션은 무엇인지.


다울 거문고, 음식 감별사.


예지 보컬, 딴소리 하기(꿈 얘기, 험담 등).


인규 베이스를 친다. 웹소설, 영화 , 게임, 드라마 등 좋아하는 게 많아 문화 잡식 담당이다.


기타, 서브 보컬, 그리고 정리 담당. 소거법으로 정해진 리더이기도 하다.



하퍼스 바자 작년 말에 EP <No Doubt>을 냈다. 무엇을 담으려고 했나?


타이틀 곡 ‘No Need’ 뮤직비디오에서 일부러 흉한 메이크업을 했다. 자신이 못났다 생각되더라도 본인에 대한 의심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싶은 마음을 담았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때로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 되기도 한다.


예지 ‘No Need’의 가사 “I can’t deny no more” “I won’t stop” “No doubt in me”처럼 우리 자신에 대한 확신과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거라는 의지를 담았다.


하퍼스 바자 우리의 명곡.


다울 ‘선’.


예지 ‘No need’.


인규 ‘Skybound’. 가장 희망차고 당찬 게 맘에 든다.


요즘은 ‘별밤지기’가 제일 좋다. 가사 쓰는 게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좋은 가사가 나왔다.


하퍼스 바자 카디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를 꼽는다면.


다울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예지 “긴긴 밤에 잊혀 사라지지 않기로 해.” 밤에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룰 때가 있지 않나. 나 역시 한없이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에 파묻혀 밤이 길게 느껴진 적이 많다. 하지만 새벽은 반드시 오고 불안도 사라진다는 작은 희망을 리스너 분들에게 드리고 싶었다. 영원한 슬픔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규 더 올려봐 위를, through all kind of battles.


“위대한 서막이 모두의 눈앞에.” SNS에서 한 팬분이 이 가사로 깃발을 만든 사진을 봤는데 많이 뭉클했다.



하퍼스 바자 영향받은 밴드가 있다면.


예지 라디오헤드, 자우림.


인규 너무 많지만 최근에는 311을 다시 듣고 있다.


일단 킹 누(King Gnu)를 진짜 사랑한다. 매일매일 바뀌는데 최근에는 인큐버스(Incubus)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


하퍼스 바자 창작에 영향받는 것들은?


다울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예지 예민하고 감성적인 성격이라 일상에서 무언가를 강렬하게 느낄 때가 많다. 감정에 따라 부르고 싶은 멜로디가 생긴다.


인규 아무래도 서브컬처에서 많이 받고 회의를 하면서 가져온 소스를 취합하는 과정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는다.


그때그때 듣는 음악들.


하퍼스 바자 다시금 밴드가 주목받는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예전에 즐기던 신과 지금 신이 어떻게 같고 다르다고 느끼는지, 요즘 밴드 신의 특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나?


다울 역사는 반복되고 유행은 돌고 돈다.


예지 밴드 음악이 주류에서 멀어진 적은 있어도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다. 2000년대 초·중반의 밴드 붐이 지나고 한동안 솔로 아티스트나 아이돌 음악이 중심이 되었지만 밴드는 꾸준히 활동해왔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가진 밴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 같다. 다만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앨범 단위로 음악을 소비하고 라이브 공연이 음악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유튜브, 틱톡, 스트리밍 서비스가 중심이다. 덕분에 밴드들도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인규 밴드 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때에는 홍대에 공연장도 많았고 공연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관객의 수는 지금보다 적었던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공연 기회는 줄었지만 각 밴드별 팬의 수는 많아졌다고 느낀다.


SNS가 발달하면서 무언가를 좋아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인식하지만 그 방식이 좋다 나쁘다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 밴드와 팬의 사이뿐 아니라 팬분끼리도 유대감을 가지기 쉬워진 것 같다. 그들만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생기고.



하퍼스 바자 DIY 음악이 주된 시대에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밴드 활동을 한다는 것은?


다울 우리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찰.


예지 단순한 음악 활동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밴드는 팀워크와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예술인 것 같다. 솔로 아티스트와 달리 밴드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이니까. 그만큼 팀워크가 중요하고 음악적 방향성도 서로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밴드는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시너지와 에너지는 솔로 활동으로는 얻기 어려운 귀한 부분이다.


인규 대중적인 것은 잘하는 분들이 많고 기업화, 객관화가 잘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밴드, 인디의 음악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개인적인, 주관적 음악이라 생각한다.


모든 걸 편하게 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어렵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 이 재빠른 시대에 70년 된 음악이면 어쩌면 일종의 전통 음악이 아닐까?(웃음) 지금의 음악은 고전을 존중하되 답습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많은 걸 흡수해서 현재의 소리와 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하퍼스 바자 앞으로의 계획.


인규 작업실을 가지고 싶다. 함께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게 올해의 목표이다.


올해는 제대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일단 3월 29일에 국카스텐과 함께하는 공연이 있다. 좀 더 많은 공연과 작업들로 올 한 해를 채우지 않을까 싶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박의령
  • 사진/ 이우정
  • 헤어&메이크업/ 장하준
  • 스타일링/ 이명선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