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유령 서점'이 가장 잘하는 것

슈게이징 붐은 온다.

프로필 by 손안나 2025.03.08

밴드의 시대


“위대한 서막이 모두의 눈앞에.” - 카디의 ‘No Need’ 중. 태동하는 밴드들.



(왼쪽부터) 김이미르가 착용한 아우터는 From Arles. 슈즈는 New Balance. 셔츠, 팬츠,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다니엘이 착용한 트랙 재킷은 Reebok. 셔츠는 Draw Fit. 팬츠는 Langer. 슈즈는 New Balance. 레이어드한 저지, 넥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디디가 착용한 아우터는 Cotchs. 톱, 팬츠는 24ans. 목걸이는 Bell&Nouveau. 슈즈는 New Balance. 김수가 착용한 저지는 Langer. 팬츠는 From Arles. 목걸이는 Tokokkino. 슈즈는 Converse.



유령서점 GHOST BOOKSTORE


하퍼스 바자 이름의 의미는?


김수 ‘유령서점’은 랜덤 단어 생성기로 만든 말이다. 살을 붙여 노래도 만들었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담고 있더라. 그래서 밴드 이름도 유령서점으로 정했다.


하퍼스 바자 어떻게 결성되었나?


김수 취업을 위한 학원을 다녔는데 거기서 김이미르를 만났다. 서로 밴드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작업물을 공유했다. 내가 보낸 데모 곡 중 지금은 발매된 ‘Sailor’에 이미르가 노래를 불러 보내줬을 때 느낌이 진짜 좋았다. 그래서 덥석 같이 하자고 했고 둘이서 먼저 곡 작업을 시작했다.


김이미르 멤버를 물색하던 중 공연장에서 자주 보이던 디디가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 밴드를 해본 사람은 아니지만 음악을 엄청 아끼고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닌다는 점이 좋았다. 좋아하는 일일수록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할 것 같아서 실력과 상관없이 꼭 우리 밴드로 데려오고 싶었다. 디디는 정말 국내 모든 밴드의 공연을 봤을 거다. 우리나라 밴드맨의 페달은 다 디디가 사줬을지도. 모두 디디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도 될 것 같다.


디디 취미로 집에서만 일렉 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건너 알고 있던 미르가 함께 밴드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없어 한 번 거절했는데 두 번째로 제의받았을 때 그냥 해보자 싶었다.


강다니엘 세션 드러머를 했는데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좋아서 ‘절대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역으로 내가 영입 제안을 던졌다. 두 번째까지 “아직 시기가 아닌 것 같다”라는 대답을 들었지만 세 번째 제안 때 정식 멤버가 되었다. 진정한 삼고초려의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웃음)


하퍼스 바자 밴드 내의 직접적인 포지션과 간접적인 포지션은 무엇인지.


김수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고 작곡과 작사 등 대부분의 음악을 만든다. 다들 나를 대장님 혹은 사장님이라고 해줘서 밴드 활동을 나의 마음대로 하고 있다.(웃음)


김이미르 베이스를 치고 노래도 가끔 한다. 밴드의 추진기이자 억제기다. 김수가 사장이라면 나는 팀장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디디 리드 기타와 마스코트를 맡고 있다. 언젠가 공연 때 멤버 소개를 하면서 김수가 나를 마스코트로 소개했다. 어리둥절해하며 “언제부터요…?”라고 물었더니 “지금부터”랬다. 그때부터 마스코트가 되었다.


강다니엘 유령서점에서 드럼과 월간 유령신문(유령서점의 뉴스레터)의 국장, 그리고 햇빛 담당이다. 어떤 팬분께서 내 모습에 양기가 가득하다고 해주셔서 스스로 그렇게 짓기로 했다.



하퍼스 바자 작년 말에 첫 EP <유령서점>을 냈다. 무엇을 담으려고 했나?


김수 일단 무조건 ‘유령서점’의 <유령서점>을 하고 싶었다. 삶은 절망적이고 외롭고 괴롭지만 덤덤하게 살아가자. 희망이나 사랑, 행복이 있다면 그것을 믿고 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쨌든 살아갈 테니 너무 처절하고 슬퍼 보이지 않게, 그렇게 담백하게 가자.


디디 앨범 커버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자면 불타버린 장소에 유일하게 남겨진 상자 같은 이미지를 의도했다. 미스터리하게 남겨진 상자를 열면 위저보드가 들어 있고 CD 위 위저보드 지시판이 돌아가면 유령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퍼스 바자 유령서점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를 꼽는다면.


김수 ‘Sue’에서 “but also a dirty day and dirty night”.


김이미르 ‘Sue’의 후렴구를 들어주시길. 너무너무 슬프다.


디디 ‘유령서점’의 “그대가 바랬던 이야기의 결말을 다 알게 되더라도 나를 다시 한 번 찾아줘요.”


강다니엘 ‘유령서점’의 “그대가 읽었던 그 책의 이름을 대답해 주고 가요.” 누군가 지나가면서 들은 우리의 노래를 한번쯤은 궁금해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꼽아보았다.


하퍼스 바자 창작에 영향받는 것들은?


김수 다른 좋은 음악들.


김이미르 보고 듣는 것 대부분에서 영향을 받는다. 책, 영화, 게임, 사람 등등.


디디 다른 좋은 음악을 들으면 ‘나도 이런 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강다니엘 무수히 많다. 자연, 도시, 장면, 순간, 모든 것이 창작의 재료다.


하퍼스 바자 무대에서 가장 잘하는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은?


디디 신발 쳐다보기. 기타 칠 때 이펙터를 밟느라 내내 발만 보고 있고 내성적이라 멘트를 할 때도 객석을 잘 쳐다보지 못한다.


강다니엘 스틱 부러뜨리기. 작년 11월 대구 공연 때 처음으로 스틱이 부러졌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요새는 헤드뱅잉을 자주 하고 있다. 신나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머리를 흔드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하퍼스 바자 릴리 잇 머신과 슈게이징 공연에 함께 섰다고 들었다. 슈게이징 붐은 온 것 같나?


김이미르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면 좋다.


디디 이 장르가 이 정도면 붐이 온 게 맞다.


강다니엘 슈게이징뿐만 아니라 모든 장르에 붐이 찾아온 것 같다. 즐기다 보면 붐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하퍼스 바자 다시금 밴드가 주목받는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예전에 즐기던 신과 지금 신이 어떻게 같고 다르다고 느끼는지, 요즘 밴드 신의 특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나?


디디 전보다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킨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많아진 것이 재밌다. 유령서점만 해도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밴드다. 그런 다양성이 요즘 밴드 신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강다니엘 오래전 록 밴드를 하거나 밴드 음악을 즐기면 반항아, 문제아라고 생각하던 시대가 있었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밴드 음악을 즐기면 하나의 취향과 문화로 존중받는다는 게 특징인 것 같다.


김이미르 커뮤니티나 SNS 같은 인터넷 활동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요즘은 어떤 신에 있든 인터넷을 많이 하면 좋은 것 같다.



하퍼스 바자 DIY 음악이 주된 시대에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밴드 활동을 한다는 것은?


김수 하고 싶으면 하는 것.


김이미르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나 할 수 있고, 그냥 다른 음악들처럼 표현 수단 중 하나로 본다. 어쨌든 무척 재밌는 일이다.


디디 밴드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기 때문에 익숙한 일.


강다니엘 밴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의식이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모든 밴드들이 각자 뜻하는 바를 잘 이뤄나가시길.


하퍼스 바자 소개하고 싶은 동료 밴드나 봄과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해준다면?


김수 드러머 강다니엘 군이 DCT라는 재즈 밴드를 하고 있어 응원 겸 라이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재즈의 에너지가 대단한 걸 새삼 느끼게 되어 좋아하게 되었다. 봄과도 잘 어울린다.


김이미르 야자수, 미역수염, 세이수미, ddbb, 녹이녹, 행간소음, 공공카펫. 봄과 어울리는 노래는 유령서점의 ‘봄노래’를 추천한다.


디디 ‘공공카펫’이라는 밴드를 추천한다. 편하게 듣기 좋은 음악에 솔직하고 예쁜 가사들이 매력적이다. 공연도 재미있다. 봄에 듣기 좋은 곡은 ‘Homecoming’! 슈게이징, 포스트록 밴드로는 비둘기우유, 사막꽃, 잔류파를 추천하고 시카고 베이스지만 한국어 가사를 쓰는 Precocious Neophyte도 소개하고 싶다.


강다니엘 내 솔로 앨범에 있는 ‘대교’라는 곡을 추천한다. 봄날의 강가를 떠올리며 듣기 좋다.


하퍼스 바자 앞으로의 계획.


김수 1집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계획은 그냥 지금처럼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하기!


김이미르 여유롭고 즐겁게 생활하기.


디디 재밌는 거 많이 하고 싶다!


강다니엘 유령서점 활동과 동시에 3월 22일에 서울브루어리 성수에서 하는 솔로 앨범 쇼케이스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박의령
  • 사진/ 이우정
  • 헤어&메이크업/ 장하준
  • 스타일링/ 이명선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