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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새로운 핫플이 없다면? 여름에 꼭 가봐야 할 발효 맛집 5

발효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서촌부터 성수동까지 발효의 세계로 떠나는 여름 미식 여행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08.21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서촌부터 성수동까지, 발효 뷰티의 맛

✓ 발효 문화의 진수를 담은 서울 맛집들을 소개합니다.

✓ 서촌의 서울집시 퍼멘테리아는 발효를 기반으로 한 요리를 제공하고, 강남의 애시드 하우스는 북유럽 발효 중심의 독창적인 다이닝 체험을 제공합니다.


여름은 가히 발효의 계절이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미생물의 활동은 활발해지고, 채소와 곡물, 과일은 더욱 빠르게 발효되기 때문이다. 음식의 깊고 짙은 맛은 발효 과학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산균과 효소가 소화를 돕고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하는 과학적 이점은 물론, 발효는 여름철 지친 입맛을 깨우는 산뜻한 산미와 깊은 감칠맛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일찍부터 된장과 김치, 고추장이 발달했던 우리나라 발효는 단순한 보존법 이상으로 다채로운 식문화의 기초가 되어 왔다. 일본의 누룩, 북유럽의 사워링과 달리 손맛에 따라, 지역에 따라 저마다의 스타일로 기다림의 미학을 멋지게 승화시켜 오기도 했다.



서울집시 퍼멘테리아 서촌 Seoulgypsy Fermenteria Seochon

사진/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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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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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엔 맥주! 서촌에선 맥주 양조장이 만든 발효 푸드 프로젝트 공간 ‘서울집시 퍼멘테리아’를 만날 수 있다. 꼭 맛봐야 하는 건 단연 양조장에서 직접 배양한 씨앗 효모로 3일간 숙성한 사워도우 피자. 액체빵(맥주)으로 고체빵(사워도우)을 만들게 된 경위는 서울집시가 만들어온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고. 뉴욕에서 가장 핫한 피자리아 린더스트리L'industrie에서 헤드베이커로 일하던 전문가가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 거듭해 찾아낸, 바삭하고 촉촉한 도우가 특징이다. 외에도 40일간 발효한 레몬을 더한 감자 피자는 시그니처 메뉴. 태국식 발효 소세지인 ‘넴’을 발효해 채운 태국식 고추튀김과 일본식 누룩인 코지(koji)로 염지한 인도식 양념 치킨과 같은 디시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음식과 맥주의 조화다. 헬레스 라거부터 산미가 팡팡 터지는 IPA까지, 도우의 산미가 맥주가 지닌 복잡한 향미와 만나, 다채로운 맛의 레이어를 만든다. 널찍한 공간에 큰 통창 앞에는 큰 가로수가 드리우고 있어, 낮에도 밤에도 분위기가 좋다. 발효 기술을 즐거움으로 풀어낸 공간에서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62, 3층
화-금 4pm - 11pm, 토-일 3pm - 11pm



퍼멘츠 Ferments

사진/에디터 제공 사진/에디터 제공 사진/업체 제공
사진/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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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푸드와 발효 요리도 충분히 멋지고 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공간. 용리단길에 위치한 퍼멘츠는 콤부차 전문점에서 시작해 지금은 발효 주방이자 분위기 좋은 어엿한 내추럴 와인 바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메뉴는 놀랍도록 다층적이다. 발효 토마토 라멘은 토마토의 산미와 깊은 감칠맛이 육수를 대신해 라멘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발효 버섯과 대파를 올린 후무스는 채소를 콤부차로 숙성시켜 쫄깃한 식감과 짙은 향을 전한다. 외에도 가벼운 안주로 제격인 병아리콩 딥과 제철 채소, 직접 담근 피클 하나에도 발효의 과학이 적용된다. 채광 좋은 낮의 카페와 달리, 저녁의 퍼멘츠는 와인 바로 변모해, 조도는 낮아지고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며 감각적이다. 발효가 지루한 기다림이 아닌, 즐거운 실험이 될 수 있음을 체험하고 싶다면 퍼멘츠가 답이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62, 3층
매일 11:30 - 23:00 (금, 토요일 24:00까지 영업)



레타주 Letage

사진/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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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지하 공간에 신비롭게 숨은 듯 자리한 레타주는 ‘발효 감자 뇨끼’라는 독창적 요리를 포함한 프렌치 실비집으로 이름을 알렸다. 감자를 일정 시간 발효시켜 은은한 산미와 쫀득한 질감을 살린 뇨끼는 특이하게 인도풍 마크니 커리 소스와 만나 땅과 향신료의 강렬한 조화를 보여준다. 불판에 구워먹는 치즈 같기도 하다. 외에도 명란을 얹은 알배추 스테이크, 발효 감태 버터를 곁들인 치즈 라자냐 등 한식의 발효를 거친 식재료를 프렌치 조리법에 절묘하게 녹여낸 메뉴가 꽤나 많다. 은은한 조명과 재즈 음악이 흐르는 공간은 바쁜 동네의 리듬 속에서 혼자만 잠시 멈춘 듯한 기분을 준다. 발효가 낯선 실험이 아니라 정성 어린 조리의 다른 이름임을 보여주는 품격 높은 다이닝이다. 주류 필수 조건이 없어지고, 편하게 실비 코스와 단품 메뉴를 즐길 수 있어 무척 합리적이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0길 19-2 B1F
월-금 18:00~24:00, 토 17:00 ~24:00



애시드하우스 Acid House

사진/에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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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골목 끝에 자리한 애시드 하우스는 이름처럼 ‘산미’를 중심축으로 삼고 독창적 다이닝을 펼쳐낸다. 산미와 발효기법은 모두 북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특히 세련된 미식 문화의 성지인 코펜하겐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 디쉬 모두 산뜻하고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신맛을 내세우지만, 탄탄하고 밸런스 높은 구조가 보장된다. 셰프의 어머니로부터 10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천연 발효종을 사워도우 번, 포카치아, 라이 브레드, 사워도우 피자 도우에 모두 활용한다. 여름 시즌에 선보이는 멜론 세비체는 발효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메뉴. 기존 메뉴 애플 소렐 샐러드에 사용하던 발효 주스(소스)를 적용했다. 적양파와 고수, 라임 등 다양한 향신료를 발효 및 숙성해 산미와 감칠맛을 살린 주스에 가까운 소스가 킥. 중독성 있는 맛 덕분에 그릇째로 들이키는 손님도 있다고. 한 모금의 와인과 독창성 강한 메뉴의 페어링은 보다 명료한 산도를 느끼게 한다. 공간 인테리어 역시 화이트와 원목으로 미니멀리즘을 지향해 북유럽적 고요함을 더한다. 북유럽에서 경험할 발효의 산미를 미학으로 끌어올린, 가장 세련된 해석을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18 1층
화-일 11:30~22:00, (15:00~17:00 브레이크 타임)



낫투두 낫토 앤 바 Nottodo Natto & Bar

사진/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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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공원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작은 가게 ‘낫투두 낫토앤바’는 낫토 전문 다이닝을 표방한다. 점심에는 낫토를 이용한 식사 메뉴를, 저녁에는 맥주, 하이볼, 니혼슈와 위스키 등과 잘 어울리는 여러 낫토 안주를 선보인다. 낫토를 올린 토스트와 낫토 아이스크림, 여름낫토소바 등과 같은 창의적인 안주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점은 특별하다. 직접 발효해 만드는 수제 낫토도 따로 구매할 수도 있어 단골이 많다고. ‘발효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공간의 철학을 증명하는 행보를 보이는 곳. 따뜻한 조명과 나무 소재 인테리어는 혼자서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분위기로 혼밥과 혼술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낫투두는 낫토를 아직도 국내에서 낯선 음식이 아니라, 식탁 위 친근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다양한 노력과 협업을 시도하는 도전적 공간이다. 영업일은 인스타그램을 미리 확인하자.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55길 3-9 1층
낮 영업 11:30~14:00, 밤 영업 19:00~23:30 (영업 시간 매달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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