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세계 최대 규모의 주얼리 제조시설이 바로 이곳이라고?

이탈리아 발렌차 지역에 위치한 '마니파투라 불가리'에 가다.

프로필 by 이진선 2025.08.24

SUSTAINABLE VISION


19세기 초 금세공 예술이 꽃핀 발렌차 지역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주얼리 제조 시설, ‘마니파투라 불가리(Manifattura Bvlgari)’. 메종의 제조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한 공간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발견하다.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마니파투라 불가리의 외관.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마니파투라 불가리의 외관.

유럽에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온 지난 6월 말, 불가리의 초청으로 밀라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년 11월, 로마를 방문해 불가리의 대표적 아이콘인 세르펜티 컬렉션을 탐구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발렌차(Valenza)에 자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주얼리 매뉴팩처, ‘마니파투라 불가리’를 탐방할 계획.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 알레산드리아 지방에 있는 발렌차는 이탈리아 금세공의 진원지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주얼리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금세공에 뛰어난 장인들이 이곳에 모여 있죠. 저는 발렌차에 위치한 몇몇 하우스들의 공방을 여러 번 취재했고, 마니파투라 불가리는 두 번째 방문이에요.” 지난번 로마에 이어 함께 투어에 참석한 이탈리아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마시모 루소가 친절히 덧붙였다. 올해 4월 16일, 불가리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의 가치를 기리는 의미로 발렌차 금세공 지구에 위치한 자사의 생산 시설을 대규모로 확장 개관하며 혁신과 장인정신, 지속가능성이 어우러진 독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9년까지 생산 역량을 두 배로 확대해 2017년 대비 4배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여기에 숙련된 장인의 세대 간 기술 전수를 위해 새로운 교육 센터인 ‘스쿠올라 불가리(Scuola Bvlgari)’를 설립해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대중에게 개방하는 교육의 장도 열었다.

건물 내부에는 불가리의 아이콘 피스들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다.

건물 내부에는 불가리의 아이콘 피스들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다.

본관 위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가리의 비전을 느낄 수 있다.

본관 위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가리의 비전을 느낄 수 있다.

밀라노에서 약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마니파투라 불가리. 마니파투라는 이탈리아어로 ‘공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장이라 하기엔 너무도 세련된 외관과 엄청난 규모가 시선을 압도했다. 2017년 첫 개관 이후 8년 뒤, 새롭게 공개된 이곳은 총 면적 약 3만3천㎡에 일하는 직원도 1천100명에 달한다.(2017년에는 370명이었다.) 확장된 공간은 생산 전용 빌딩과 스쿠올라 불가리가 들어서는 교육 공간. 이 2개의 신규 건물은 기존 본관과 외부 연결 브리지를 통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불가리는 이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한 물리적 확장을 넘어 하우스가 추구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의 핵심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을 수립했다. 쉽게 말해 원재료 수급부터 완제품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해내겠다는 것이다. “발렌차의 마니파투라 불가리는 환경적 책임, 지식의 전수, 직원의 웰빙을 아우르는 불가리의 제조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한 공간입니다. 전체 생산 과정을 수직 계열화하려는 불가리의 전략적 이정표이자, 지속적인 혁신과 개선을 장려하는 일터의 모델이라 할 수 있어요. 30개국 이상에서 온 장인들이 모여 열정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이곳은 럭셔리를 향한 공동의 헌신으로 연결되어 있는 불가리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죠.” 불가리 CEO 장 크리스토프 바뱅(Jean-Christophe Babin)의 말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듯 마니파투라 불가리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먼저 건물 자체도 주변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완전한 지속가능성 중심의 설계 철학에 따라 조성되었다. 전체 에너지 수요의 절반이 자체 시스템으로 충당되고, 나머지는 100%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통해 공급받는다는 사실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본관 및 주차 공간 위로 설치된 4천100개 이상의 태양광 패널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가리의 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마니파투라 불가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보호, 그리고 원자재 공급망 관리 전반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준을 수립했다. 2022년 1월부터 불가리는 모든 주얼리 제작에 RJC CoC(Responsible Jewelry Council Chain of Custody) 인증을 받은 골드만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 제품에 대해 완전히 인증된 골드만을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하이 주얼러로 기록되기도.

“열정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이곳은 럭셔리를 향한 공동의 헌신으로 연결되어 있는 불가리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 장 크리스토프 바뱅(불가리 CEO)

디자인 센터에서는 스케치 작업이 이뤄진다. 메종 최초의 공개형 교육 센터인 스쿠올라 불가리. 불가리의 아이콘 피스인 투보가스, 세르펜티 등을 제작하는 과정 중 일부. 전체 생산 과정을 수직 계열화하려는 메종의 전략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불가리의 아이콘 피스인 투보가스, 세르펜티 등을 제작하는 과정 중 일부. 전체 생산 과정을 수직 계열화하려는 메종의 전략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불가리의 아이콘 피스인 투보가스, 세르펜티 등을 제작하는 과정 중 일부. 전체 생산 과정을 수직 계열화하려는 메종의 전략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불가리의 아이콘 피스인 투보가스, 세르펜티 등을 제작하는 과정 중 일부. 전체 생산 과정을 수직 계열화하려는 메종의 전략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불가리의 아이콘 피스인 투보가스, 세르펜티 등을 제작하는 과정 중 일부. 전체 생산 과정을 수직 계열화하려는 메종의 전략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불가리의 메종 최초의 공개형 교육 센터, 스쿠올라 불가리 역시 지속가능성과 맥락을 같이한다. 다가오는 9월에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할 예정으로, 오직 주얼리에만 집중된 공간에서 현미경을 활용한 금세공 및 젬스톤 세팅 등 전문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이는 이탈리아 마르차니세(Marcianise)의 금세공 훈련 기관인 ‘타리 디자인 스쿨(TADS: Tari Design School)’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되며 학생들은 불가리의 정수를 담은 전통 기술과 혁신적인 현대 기법을 함께 배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얼리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전반적인 역량을 습득하게 된다. 실제로도 이 프로젝트의 중심이자 상징적인 존재인 스쿠올라 불가리는 새 건물과 기존 마니파투라를 잇는 공간에 위치해 있었다. 그 모습이 과거와 미래, 숙련된 장인과 다음 세대,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떠올리게 했음은 물론이다. 마니파투라 곳곳을 둘러본 뒤, 불가리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투보가스, 세르펜티 그리고 디바의 제작 과정을 간략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하나의 아름다운 주얼리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섬세하고 기술적인 행위가 수반되는지, 얼마나 많은 이의 손을 거쳐가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19세기 초부터 금세공 예술을 꽃피운 발렌차 지역에서 하이주얼리 메종으로서의 존재감을 떨치고 있는 불가리. 마니파투라 불가리는 그에 대한 강력한 증거이자 지속가능한 미래일 것이다.

Credit

  • 사진/ ⓒ Bvlgari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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