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모노그램이 박힌 비프 만두를 완성한, 윤태균 셰프를 만났다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 '르 카페 루이 비통'을 오픈하기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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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FUL PARADISE
역동적인 서울의 다이닝 신을 한층 풍부하게 만드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루이 비통 컬리너리 커뮤니티의 새로운 일원이 된 윤태균 셰프는, ‘르 카페 루이 비통’이라는 미식의 낙원으로 당신을 인도한다.

여행의 기분을 일상에서 향유하는 방법으로 미식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여행의 예술’을 기리는 루이 비통은 2020년 오사카의 ‘르 카페 V’를 필두로 전 세계 곳곳에 로컬 및 스타 셰프들과 협업한 카페와 레스토랑을 열어왔다. 국내에서는 피에르 상 보이에 셰프의 팝업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알랭 파사르, 이코이의 제레미 찬, 5인의 한식 셰프(‘한식공간’의 조희숙, ‘온지음’의 조은희와 박성배, ‘밍글스’의 강민구, ‘리제’의 이은지)와 ‘우리 루이 비통’이라는 이름으로 개성적인 미식 경험을 선사한 바 있다. 단기간 누릴 수 있던 루이 비통 메종 공간이 9월, ‘르 카페 루이 비통’으로 변신한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완성한 파사드에 들어서면 마치 도서관처럼 푸드, 여행, 아트 서적들이 가득하고, 다채로운 요리와 음료, 디저트가 마련돼 있다. 인터뷰 내내 담담하고 신중히 요리에 관한 생각을 말하던 윤태균 셰프가 고안한 메뉴 리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쓰여 있다. “요리는 감정을 전하는 언어입니다. 장인정신과 문화적 유산을 기리며, 발견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윤태균 셰프.
하퍼스 바자 정식 오픈을 앞두고 최근 ‘르 카페 루이 비통’의 익스클루시브 론칭을 마쳤다.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이었나?
윤태균 올 게 왔구나.(웃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르노 동켈레(Arnaud Donckele) 셰프, 막심 프레데릭(Maxime Frédéric) 페이스트리 셰프와 꾸준히 의견을 나눴고, 한 달 가까이 생트로페와 파리에 머물며 음식의 디테일적인 부분을 잡아나갔다. 오늘날 ‘럭셔리 스내킹’은 무엇인지, 좋은 원물의 중요성, ‘Voyage’ 정신을 어떻게 전달할지…. 구체적인 레시피를 교류하기보다 철학을 공유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 점이 기억에 남는다. 방향에 있어 일치하는 점이 많았고, 특히 정제된 맛을 추구하는 점이 잘 맞았다.
하퍼스 바자 ‘정제’된 맛은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가?
윤태균 지금 계절에 가장 맛있는 재료가 무엇인지, 이 접시 위 주인공은 어떤 재료인지, 그 재료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어디이고 나머지 부분들은 어떻게 잘라낼 것인지, 곁들임과 소스가 주인공을 부각시키는지, 오히려 해치는지. 이 질문을 품고 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정제’라 표현하고 있다.

갖가지 제철 채소와 로즈메리 드레싱, 토마토 소르베로 만든 산뜻한 스타터 메뉴, 시즈널 팔레트(Seasonal Palette).
하퍼스 바자 그동안 이끌어온 임프레션의 메뉴는 각각의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특색을 지닌 반면, 르 카페의 메뉴를 완성할 때는 색다른 접근법을 따랐을 듯한데. 수십 가지 메뉴를 구현하는 데 있어 어떤 점을 가장 고심했나?
윤태균 르 카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반 카페가 아니라 프랑스의 프랑스의 카페(Café)를 구현하는 공간이기에, 럭셔리 스내킹에 적합한 메뉴를 만드는 일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전 세계 르 카페에 공용으로 판매되는 시그너처 메뉴와 더불어 한국, 특히 서울에서 보여줄 수 있는 한국적 터치가 들어간 로컬 메뉴를 루이 비통의 색 안에 담아내는 게 과제였다. 한국 사람들에겐 설득할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야 했고, 동시에 외국 손님들에게 어렵지 않게 한식 메뉴에 기대하는 맛을 보여주는 밸런스를 잡는 게 가장 어려웠다. 치킨 메뉴를 예로 들면, 청매실 고추장 소스를 더한 닭고기에 포르치니 에스푸마를 올리는 식이다. 한식의 터치가 들어간 스낵이라고 해서 단순히 프라이드 치킨을 낼 수는 없는 거다.
하퍼스 바자 특히 애착이 가는 메뉴를 꼽아본다면?
윤태균 인터내셔널 클래식 메뉴인 ‘피시 앤 칩스’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튀김 재료로는 사용하지 않는 고급 어종인 덕자병어를 사용했다. 보통 찜이나 구이로 먹을 때 고소한 생선인데, 튀겼을 때 맛이 없을 수 없다.(웃음) 가장 좋은 재료를 쓰는 접근은 고수하면서 그 지점에서 럭셔리함을 추구하려고 했다. ‘비프 만두’의 경우, 만두소를 생다짐육이 아닌 한우갈비를 사용해 맛간장으로 갈비찜을 만들고 살을 발라내 양념을 더해 소를 완성한다.
하퍼스 바자 모노그램 로고를 더한 프레젠테이션이 인상적이다. 만두피에 로고를 새긴 비프 만두가 사전 론칭 당시 특히 인기였는데. 브랜드의 유산을 새길 때 고민한 점은 무엇인가?
윤태균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장인정신이란 철학을 담고 있다는 걸 체득하기 위해 생트로페와 파리의 하우스와 장인의 작업 공간을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노그램이 선명히 각인되는, 최적의 배합을 지닌 반죽의 농도를 찾기 위해 수입 밀가루를 공수하는 등 수개월을 테스트했다.(웃음) 또 로컬 메뉴는 기물을 새롭게 만들어 한국적인 터치를 조화롭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하퍼스 바자 안성재 셰프가 당신의 요리를 경험한 뒤 “단언컨대 서울 레스토랑 중 미세한 디테일이 가장 많이 숨어 있는 곳”이라고 언급한 일화가 떠오른다.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고려해야 하는 지점은?
윤태균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라는 집착.
하퍼스 바자 전 세계 르 카페는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으로도 명성을 얻곤 하는데, 이 공간이 음식을 완성하는 데 있어 어떤 영향을 끼쳤나?
윤태균 공간에 어울리는 음식을 하는 것은 셰프에게 매우 중요한 자질이라 생각한다. 파인다이닝처럼 정찬을 즐기는 곳이 아니니,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식을 셰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상상했다. 돔 도서관 형태의 선반, 탁 트인 천고와 식물이 많은 테라스. 완성되기 전부터 도면을 참고해 음식을 준비했다. 연초 파리 본사에 방문했을 때 텍스타일이나 소재의 색 등을 직접 대면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완성된 이후 소파에 앉으니 일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편했다.(웃음)

르 카페 로컬 디저트 메뉴 중 하나인 페어 샬로트(Pear Charlotte). 배 콩포트와 페퍼 초콜릿 크리스프, 아몬드 바닐라 비스킷이 조화로운 달콤함을 선사한다.
하퍼스 바자 어릴 적 식문화 관련 콘텐츠를 즐겨 보다 셰프의 길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각에 예민한 아이였나?
윤태균 입이 짧고 까다로웠다. 어머니께서 피자를 먹자고 하면 녹두전을 만들어달라고 하는.(웃음) <오센> <밤비노> 같은 드라마나 만화부터 다큐멘터리, 서적까지 식문화 관련된 콘텐츠를 보는 게 취미였다. 그러다 유학을 가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걸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게 되면서, 고등학생 때 한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금융을 전공하다가 1년 만에 휴학을 하고 곧장 요리학교에 다시 진학했다.
하퍼스 바자 도쿄와 코펜하겐 등 다양한 도시, 재패니즈 프렌치, 노르딕 퀴진 등여러 장르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이런 다국적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윤태균 그때 그때 배우고 싶은 것을 좇았다. 자연 재료에 대한 애정으로 노르딕 퀴진에 매료되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팜 투 테이블’을 실현하고 싶어 박미영 농부의 농장에서 일하던 중 강민구 셰프님의 제안을 받고 ‘페스타 바이 민구’에 합류하게 되었다. 경계를 두지 않는 접근방식과 다양한 영감을 받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퍼스 바자 미식 경험은 내밀한 기억이나 사회적 경험이 뒤섞인 한 사람을 이루는 주관적 세계의 일부다. 당신의 세계를 형성한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언제인가?
윤태균 여러 정형화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크게 보면 비슷한 범주에서 갈고 닦고 숙달하던 때였다. 호주 멜버른의 아티카(Attica)라는 레스토랑에서 민물가재 요리를 먹고 모든 기준이 바뀌었다. 어렴풋이 상상하지만 원하던 맛. 당시 접근하고 있던 방향이 완전히 깨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추구하는 요리를 만드는 그곳에서 일할 수 있었다. 메뉴를 개발할 때나 어려움을 맞이할 때, 여전히 그 메뉴를 떠올린다. 내 요리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기준이 되어주는 리트머스지 같은 요리다.

한우갈비와 셰리 버터 소스, 훈연한 표고버섯 피클을 곁들인 비프 만두(Beef MANDOO).
하퍼스 바자 셰프라는 육체적으로도 고되고 정신적으로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직업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동력은 무엇에서 비롯되나?
윤태균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쉽지 않은 노동 강도의 일이고 직업으로 여기면 결코 오래 할 수 없는 일인 건 맞다.(웃음) 내가 선택한 삶의 형태라 여기고, 매일 조금씩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수밖에.
하퍼스 바자 한국 사회에서 파인다이닝이나 미식 경험에 관해 점점 관심세가 높아지고 있다. 한 구성원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윤태균 문화를 얘기할 때 다름을 얘기할 수는 있어도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문화를 이루는 데 있어서 다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식문화 신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파인다이닝을 통해 다양한 방향성의 요리를 보여주려 한다. 르 카페 루이 비통처럼 새로운 형식의 다이닝 경험 또한 그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퍼스 바자 마지막으로 르 카페의 음식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단 하나의 어드바이스를 준다면?
윤태균 익숙함 속에서 의도된 낯섦을 느껴보시길.
Credit
- 사진/ 루이 비통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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