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숨결을 품은 반클리프 아펠의 새로운 꽃
반클리프 아펠의 반짝이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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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 TO BE
정원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간이 감각과 기억을 심고 가꾸는 공간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새로운 컬렉션은 꽃을 조형한 주얼리 너머, 시간을 돌보고 손끝으로 피워낸 정원의 세계를 펼친다. 아름다움은 심고 기다리고 돌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반클리프 아펠은 킹스 파운데이션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그 관계가 시작된 퀸 엘리자베스 월드 가든 내에 위치한 ‘반클리프 아펠 로즈 가든’.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화가 클로드 모네는 인생의 마지막 30년을 오롯이 정원을 가꾸는 데 바쳤다. 정원은 그의 회화였고, 회화는 그의 삶 그 자체였다. 그는 식물을 고르고, 연못을 파고, 수련을 심고, 햇살이 머무는 방향까지 계산해가며 정원을 설계했다. 그에게 정원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붓끝에 담긴 빛과 감정, 시간의 원천이었다. 정원을 삶으로 받아들인 이는 모네만이 아니었다.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간다. 글쓰기에서 도망칠 수 있는 나의 안식처, 노동을 가장한 휴식, 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 영혼이 자란다. 즐거움이 자란다.” 헤르만 헤세가 묘사한 정원은 쉼과 몰입이 공존하는 은밀한 세계였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에서 정원을 “존재가 뿌리를 내리는 장소이자, 기억과 감각이 동시에 자라는 구조물”이라 정의했다. 꽃을 심고, 물을 주고, 계절을 기다리는 일은 단순한 식물 가꾸기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리듬을 되찾고, 감정을 가다듬고, 삶의 속도를 스스로 정하는 일이다. 자연을 소유하거나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함께 숨 쉬고 돌보는 존재로 받아들일 때 인간은 비로소 단단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예술가와 사유자들은 오래전부터 그것을 말해왔다. 더 멀리 갈 것도 없다. 태초의 인간 역시 정원에서 시작됐다. 에덴의 정원에서. 신은 인간에게 그 안에 단지 ‘살라’고 하지 않았다. ‘경작하고 돌보라’고 했다. 인간의 기원은 가꾸는 존재였고 그 첫 무대가 바로 정원이었다.

미스터리 세팅이 돋보이는 브로치를 착용한 모델.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은 이번 컬렉션에서 이 원형에 대해 조용하고도 정교한 응답을 보낸다. ‘플라워레이스(Flowerlace)’와 ‘플레르 드 하와이(Fleurs d’Hawai)’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새로운 컬렉션은 꽃을 하나의 정물로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기, 손끝의 감각, 기다림 같은 것들을 품은 작은 정원으로 완성된다. 주얼리를 장식을 뛰어넘어 나의 감정을 가꾸는 도구로 본다. 바깥의 계절은 다를지라도 내 안에서 피우고 싶은 정원 말이다.

오픈워크 기법으로 화관의 실루엣을 표현한 플라워레이스 비트윈 더 핑거 링.
이번 컬렉션은 장소에서도 그 철학을 드러낸다. 스코틀랜드의 덤프리 하우스(Dumfries House). 파리도 런던도 아닌 이 정원 한가운데서 컬렉션이 공개된 이유는 분명했다. 찰스 3세가 설립한 자선 단체 킹스 파운데이션(The King’s Foundation)의 중심인 이곳에는 반클리프 아펠이 후원하고 직접 조성에 참여한 ‘반클리프 아펠 로즈 가든’이 자리한다. 메종이 수년간 함께한 이 프로젝트는 예술·생태·지역 커뮤니티라는 서로 다른 개념을 하나의 공간에서 꽃피우는 실천으로 이어졌고, 이번 컬렉션은 그 구체적인 결실 중 하나다. “우리는 이 정원을 통해 주얼리와 정원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고 싶었어요.” CEO 캐서린 레니에(Catherine Renier)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정원이라는 실제 공간과 상상의 정원을 하나의 예술로 연결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녀는 “정원은 우리가 늘 창작해온 세계였고, 이제 그 세계를 현실로 확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클리프 아펠 로즈 가든.
컬렉션 중 먼저 눈에 들어오는 플라워레이스는 이름처럼 섬세하고 건축적이다. 플라워 모티프는 오픈워크 기법으로 표현되었으며, 세 겹의 레이어로 구성된 꽃잎은 중심을 향해 밀도 있게 집결한다. 이 구조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정원의 반복과 대칭, 숨은 리듬을 닮았다. 컬렉션은 링과 이어링, 펜던트, 그리고 두 가지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클립까지 총 다섯 개의 모델로 구성되었으며, 모두 옐로 골드와 다이아몬드의 조합으로 완성되었다. 특히 ‘비트윈 더 핑거 링’은 반클리프 아펠의 대표적 디자인 코드로 두 손가락 사이에 꽃이 피어난 듯한 착시를 주는 구조다. 중심의 암술 부분은 골드 비즈와 다이아몬드를 조합해 미묘한 비대칭으로 배치되었고, 손의 움직임에 따라 은은하게 흔들린다. 이 모든 디테일은 수공예 장인들에 의해 완성되며 특히 폴리싱 단계에서는 금속의 광택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섬세하고 인내심 많은 작업이 요구된다. 메종이 ‘구조적 우아함’이라 칭한 이 컬렉션은 그야말로 레이스처럼 얽힌 금속 위에 꽃을 피워낸 장인의 정원이다. CEO 레니에는 “플라워레이스는 정제된 건축 구조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쿠튀르적인 섬세함이 있습니다. 골드를 마치 천처럼 다루어 곡선을 만들고, 꽃잎을 리본처럼 표현했죠”라고 말한다. 1930년대 실루엣 클립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착용감을 유지하는 점 역시 메종의 장인정신이 만들어낸 혁신이다.

덤프리 하우스 내에 전시된 반클리프 아펠의 새로운 컬렉션들.
반면 플레르 드 하와이는 한 송이의 꽃이 아니라 하나의 계절이 착용자 몸 위에서 만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컬렉션은 메종이 오랫동안 애정을 기울여온 컬러 젬스톤을 중심으로 한다. 시트린, 애미시스트, 로돌라이트, 아콰마린, 페리도트. 각기 다른 성질의 다섯 가지 스톤이 골드 세팅과 조화를 이루며 이어링, 링, 펜던트, 시크릿 워치로 구성되었다. 특히 시계는 구조적으로도 대담한 실험을 시도했다. 꽃잎 모양의 커버 아래 다이얼이 숨겨진 시크릿 워치는 머더오브펄로 제작된 정중앙 다이얼을 중심으로 12개의 페어 컷 젬스톤이 방사형으로 둘러 있다. 이 워치는 브레이슬릿, 클립, 펜던트로 자유롭게 변형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착용자에게 주도권을 맡긴다. 실제로 플레르 드 하와이의 각 작품은 착용 시 손의 움직임과 피부의 곡선을 고려해 약간 기울어진 각도로 스톤이 배치되어 있고, 그 미세한 방향성은 꽃잎의 생동감을 재현한다. 컬렉션 전반에 걸쳐 사용된 스톤들은 강도, 컬러 균일도, 커팅의 정밀함, 그리고 다이아몬드와의 조화까지 전 과정을 통과한 소재만이 최종 선택된다. 이 두 컬렉션은 꽃을 모티프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표현 방식은 극명하게 다르다. 플라워레이스가 하나의 구조체처럼 정원의 균형과 규칙을 보여준다면, 플레르 드 하와이는 자유롭게 피어난 야생의 질감을 담아낸다.

그린 컬러의 페리도트가 돋보이는 플레르 드 하와이 펜던트.
주얼리는 ‘어떤 감각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일상적인 결정이다. 손 위에, 귓불에, 목선에 내가 선택한 감각을 얹는 일. 그건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이고, 아주 작게나마 어떤 세계를 다듬어가는 일이다. 반클리프 아펠이 정원과 이번 컬렉션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결국, 아름다움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모든 돌봄의 시작은 아주 작고 반짝이는 하나의 손짓에서부터 비롯된다.

시트린이 세팅된 플레르 드 하와이 시크릿 워치.

브레이슬릿, 클립 또는 펜던트로 변형할 수 있는 플레르 드 하와이 시크릿 워치.
Credit
-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반클리프 아펠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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