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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한 방에 -10kg? 위고비 다이어트 광풍의 진실

가격 인하부터 부작용 논란까지, 위고비 다이어트가 만든 뜨거운 현실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09.02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v 비만 치료제 돌풍, 위고비 대응과 패션업계 반응을 한눈에

v 위고비는 무엇? 비만 치료 신약의 가격 인하로 변화된 시장 구도와 소비자 태도 탐색



마운자로 상륙, 흔들린 위고비 다이어트 시장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위고비’가 곧장 전략을 바꿨다. 시작 용량 기준 10~40%가량 가격을 낮췄고, 일부 용량은 약국가 24만 원선 까지 깨졌다. 소식이 들려오면서 ‘비만 치료제’는 우리 생활에 더 깊이 침투해 가고 있다. 가격은 내려가고 관심은 치솟고 있다. 마운자로의 상륙과 위고비의 가격 인하는 웰니스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의료, 리테일, 플랫폼, 패션업계까지, 어디서나 편리한 아름다움은 지금 시대에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된다. 제약업계 내 단순한 신약 경쟁으로 볼 수 없는 건 몸을 관리가능한 상품으로 보는 시대정신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웰니스, 리테일, 의료가 긴밀하게 묶이고 엮인 한국식 뷰티·헬스 생태계는 마법 같은(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신약을 일상에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어준다.


사진/노보노디스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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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라이릴리 제공

사진/일라이릴리 제공


주사 한 방의 달콤한 유혹, 그러나 뒤따르는 그림자


최근 유행하는 주사형 다이어트가 판매하는 것은 편리함과 즉각성이다. 주 1회 주사만으로 ‘식욕 회로’를 조절해서 실패로 점철된 다이어트를 멈추고 지난 과거를 덮을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 그러나 편리함엔 대가가 따라 붙는다.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최신작 『매직 필』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식품 환경을 만들고, 다시 또 다른 ‘주사’로 그 결과를 되돌리려 한다”라고 맹렬히 비판한다. 그 원인은 방치한 채 해법만 빠르게 소비하는 태도와 ‘마법의 약’이란 판타지적 서사가 불러온 집단적 자기기만에 있다. ‘의지가 전부’라는 낡은 신화를 신약 하나로 대체하는 순간,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개인에게 돌아간다. 한국 사회는 치료법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열렬히 환호하는 유망한 시장이다. 관리되는 몸은 곧 능력이 된 지 오래다. 공중파 방송은 위고비를 맞은 연예인과 방송인을 등장시키고, 인플루언서들도 당당히 자신의 투약 사실을 밝힌다. 비만 치료제의 이름을 단 채 미용 목적의 처방이 공공연해지는 풍경은 사회 규범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흐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약효에 대한 과도한 낙관과 오남용의 위험은 동시에 상승한다.


사진/악뮤 수현 SNS스토리 캡처

사진/악뮤 수현 SNS스토리 캡처

사진/SBS 영상 캡처

사진/SBS 영상 캡처


여성의 몸, ‘관리 대상’으로 규정


여전히 답답한 현실은 젠더 문제를 빼고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체중 관리가 여성에게는 유난히도 ‘도덕적 의무’로 부과되는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관리를 받고 변화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유진 한겨레 기자의 책 <바디올로지>가 지적하듯, 한국 사회의 여성 신체 규율은 아이돌의 ‘키빼몸’ 공식에서 일상적 수치심까지, 규범의 미세정치로 작동해왔다. 이 때 치료약은 낙인을 지우지 않는다. 낙인의 분류체계를 더 세밀하게 만들 뿐이다. 약물 다이어트는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다. 모든 것을 개인 윤리의 문제로 오인하게 만든다. 주사 없이 살을 빼지 못하고 있는 여성에게는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음을 혼내고, 주사로 감량한 여성에게는 편법을 썼다고 치부한다. 이중 잣대는 결국 무엇을 하든 혼내려고 정해둔 낙인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말해준다. 이중 잣대는 사생활이 노출되고 비난하기 쉬운 어린 여자 연예인에게 가차 없이 가해진다. 최근 사례는 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8월 19일, 악동뮤지션 이수현은 자신의 SNS 스토리에 “위고비(비만 치료 주사)를 맞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다”라는 입장을 올리며 체중 변화가 약물이 아닌 생활 습관·운동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살이 빠졌다면 주사를 맞았겠지’라는 자동 추정은 곧장 젊은 여성에게로 향한다. 이들은 설명을 요구받으며 ‘노력’이냐 ‘편법’이냐의 심문대에 오른다.


패션 산업의 풍경 변화는 치료제 도입과 가격 인하의 파급효과를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25 S/S 시즌엔 세계 주요 패션위크 런웨이에서 플러스 사이즈 룩의 비율은 1%에도 못 미쳤다. 비슷한 치료제 중 하나인 오젬픽 열풍에 한때 확장되던 사이즈 포용성은 크게 후퇴했고 ‘극도로 마른’ 이미지가 대세인 시대로 되돌아왔다. 패션 브랜드들이 입을 모아 외쳤던 바디 포지티브가 미덕이 아닌, 일시 유행하는 마케팅이었는지를 질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약은 미의 기준을 교정할 수 없고, 오히려 고정된 아름다움을 고착화할 뿐이다. 이 때 소셜 플랫폼은 트렌드를 더욱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간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투여 후 며칠 만의 드라마틱한 감량기를 전시하는 숏폼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약물 처방의 안전성은 조회 수 뒤로 완전히 밀려난다. 값싸고 손쉬운 구매처를 찾아다니는 소비자,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다니며 불티나게 파는 시장, 경고보다 달콤한 후기들뿐이다.심지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했던 ‘프로아나(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아나(anorexia)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신조어이며, 마른 몸을 추구하여 거식증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의미함.)’ 문화가 다시금 새로운 설 자리를 찾게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가장 먼저, 약은 아름다움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GLP-1 계열 약물은 유의미한 이점을 갖기도 한다. 동시에, 약은 유전·대사·동반질환 등으로 체중 감량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건강 개선의 실질적 도움을 준다. 그러나 가격 인하가 접근성을 넓히는 동시에 오남용의 문턱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계급화된 아름다움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이다. 가격 경쟁으로 시작 용량이 20만 원대까지 내려갔다 해도 비용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돈이 있는 몸’과 ‘없는 몸’의 간극은 건강 격차와 미의 격차를 더욱 심화한다. 셋째, 결과를 소비하는 시스템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하리가 그의 책에서 지적했듯, 가공식품과 플랫폼 광고가 만든 식환경을 방치한 채 약만 주사하는 사회는 개인의 의지를 신화화하고 감량 실패를 개인에게 귀속시킨다. 약의 등장이 몸의 다양성을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정상’이라는 상상의 중간값을 좇는 집단적 후퇴와 회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약은 해방이 아니라 스스로를 옭아매는 규제의 새로운 얼굴이 된다.


소비자의 위치에 선 모두가 제약업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정부, 사회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의학적 안전성에 대한 의사–환자 동의를 엄격히 지킬 것, 부작용에 대한 투명한 공유와 중단 후 체중 증가(요요현상)과 같은 장기 데이터를 냉정히 확인할 수 있게 할 것, 식환경·노동시간·도시 설계 등 비만을 일으키는 사회구조적 원인을 정책으로 다룰 것, 무엇보다 미디어가 몸의 다양성을 더 많이 보여주고 이야기할 것. 미의 규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남용할 때, 약은 치료제로의 기능을 전혀 이행할 수 없다. 소비자의 똑똑한 의심과 선택만이 경계선을 그을 수 있다.



이 시점, 생각하며 읽어볼 책 4




<매직 필> 요한 하리, 어크로스

사진/어크로스 제공

사진/어크로스 제공

전작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가 오젬픽을 투여하고 감량한 체험을 낱낱이 기록한 책. 체중이 줄고, 외모가 달라지며 자신감이 생겼는데. 왜 애초에 이렇게 평생 살찐 몸이 됐을까에 대한 질문을 따라가본다. 비만과 과체중이 개인 의지의 문제인지, 우리는 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바디올로지> 이유진, 디플롯

사진/디플롯 제공

사진/디플롯 제공

총 5개의 챕터를 통해 우리 몸에 대해 쌓아 올려진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이야기한다. 가슴, 엉덩이, 머리카락, 얼굴, 살집, 털, 피부 등 가부장제 사회에서 욕망과 성적상품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우리의 몸에 대해 다각도로 들여다 보며 편견을 부순다.


<슈퍼 호르몬> 조영민, 21세기북스

사진/21세기 북스 제공

사진/21세기 북스 제공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럭에 화제의 '당뇨 명의'로 등장했고, 장 호르몬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가 20년 넘는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책. 비만 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떤 호르몬과 체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를 알 수 있어서 치료제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러네이 엥겔른, 웅진지식하우스

사진/웅진 지식 하우스 제공

사진/웅진 지식 하우스 제공

여성들이 크게 공감할만한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에 관한 책. 그동안 몸과 외모에 들이댄 잣대에 대한 미묘한 불편함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언어화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가게 해주는 책이다. “여성에게 가장 필요치 않은 것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말해주는 일이다.”라는 문장이 강렬하게 남는다.



Credit

  • 사진/브랜드 제공 및 각 채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