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품고, 끝까지 헌신하며
헌신과 신념으로 자신의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2026 ICONS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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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품고, 끝까지 헌신하며
올해 ICONS가 조명하는 인물들에게 어떤 분야와 학문, 산업, 혹은 권력 구조를 새롭게 상상하고 다시 만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용기나 창의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흔들리지 않는 신념의 문제다.
재킷과 팬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네크리스는 Tubogas와 Monete, 링은 Bvlgari.
“질문에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어떤 것들과 화해하고, 그것을 받아들인 뒤 앞으로 나아갈 뿐이죠. 결국 우리는 모두 너무 큰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고 있는 거예요.” 샬럿 램플링(Charlotte Rampling), 배우
최근 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다시 봤다. 아마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짙고 선명한 디럭스(DeLuxe) 컬러 하늘과 줄리 앤드루스의 매끄럽고 보송한 얼굴, 그리고 뛰어난 노래 실력이 한 가족을 파시즘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는 그 확신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나는 마리아(Maria)가 약혼한 뒤 대령과 함께 부르는 듀엣곡 ‘Something Good’도 잊고 있었다.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가 영화를 위해 특별히 만든 이 노래는, 수녀 수련생이 되기 전 정신 질환과 학대를 일삼던 삼촌 아래에서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이후 수녀원을 떠나 나치 점령기를 견디며, 여러 가족이 하나가 된 대가족을 음악으로 빛나게 키워낸 실제 마리아의 삶을 되새기는 노래이기도 하다. 가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아 / 그럴 수도 없지 / 그러니 어린 시절의 어느 순간엔가 / 나는 분명 무언가 좋은 일을 했을 거야.”
드레스와 모자는 Bottega Veneta.
“무슨 일을 하든 저는 항상 제 자신에 대해, 혹은 다음에 도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됩니다. 저는 그저 저를 두렵게 만들 만큼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 안나 사와이(Anna Sawai), 배우
아마도 그 장면의 마법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푸른빛이 감도는 여름 저녁을 배경으로 실루엣만 드러낸 줄리 앤드루스(Julie Andrews)와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가 머리를 맞댄 채, 사전 녹음된 노래와 플러머의 목소리를 덧입힌 더빙을 통해서조차 마치 속삭임의 정수를 전하는 듯한 그 장면은 내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아(Nothing comes from nothing)”라는 구절을 맴돌게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한편으로는 허무주의의 공허함을 이겨내는 이야기이며, 자신의 두려움과 의심을 넘어 사랑이나 신처럼 더 크고 깊은 무언가를 믿는 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곳이든 더 나은 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방향을 향한 작은 한 걸음이라는 토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르게 말하면, 오랫동안 살아남을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헌신의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술가에게 헌신은 종교가 선사하는 황홀경 속에서 발견될 수도 있고, 한 번의 붓질이 지닌 순수함 속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 또한 수학 방정식이 품은 우아함 속에서, 혹은 뉴멕시코 채찍도마뱀(New Mexico whiptail lizard)의 번식 주기가 보여주는 절묘한 균형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 그렇기에 이번 포트폴리오에 등장하는 예술가들, 배우들, 모델들, 그리고 문화적 아이콘들은 모두 자신의 작업을 향한 두려움 없는 헌신을 보여준다. 그 헌신은 줄리 메레투(Julie Mehretu)의 캔버스를 가득 메우는 선들의 율동 속에서, 알리사 리우(Alysa Liu)가 2026년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금메달 연기 속에서, 혹은 샬럿 램플링(Charlotte Rampling)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는 순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뮤지션이자 아티스트 킴 고든(Kim Gordon), 모델이자 배우, 그리고 뮤지션 카라 델러빈(Cara Delevingne), 코미디언 크리스 플레밍(Chris Fleming), 배우 안나 사와이(Anna Sawai), 그리고 모델 개브리에트(Gabbriette)의 작업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음악, 패션, 스포츠, 연기, 예술 등 자신이 활동하는 각자의 영역을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들이 진실하다고 느끼는 무언가에 다가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왔다.
“우리는 지금 엄청난 폭력과 파괴가 뒤엉킨 수렁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화가 줄리 메레투(Julie Mehretu)는 말한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아직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만약 다른 해법을 찾기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없는 전쟁만 되풀이되는 메아리의 방에 갇혀버리고 말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문화는 진정성을 쉽게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원인을 지난 10년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른바 ‘캔슬 컬처’라는 유령에서 찾는다. 가장 온건한 의미에서 이는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할까 두려워하는 심리를 뜻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 두려움이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이 왜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될 수 있는지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자.) 물론 틀릴까 봐 두려운 마음도 한 원인이지만, 그보다 더 큰 두려움은 아마도 ‘상품성이 없어질까 봐’ 하는 불안일 것이다. 인간의 창의성이 시장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 기술을 갈고닦거나 악기를 연습하고, 실패를 거듭하며 다시 도전하는 데 필요한,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시간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창작에는 정말 많은 씨름이 따릅니다.” 킴 고든(Kim Gordon)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계속 생각만 하다 보면 결국 지쳐버려요. 그래서 그냥 무언가를 해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거죠. 어떤 문제는 아무리 생각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아요. 결국 직접 해봐야 합니다.”
이러한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은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결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예술가인 당신만이, 운동선수인 당신만이, 무대 위의 퍼포머인 당신만이, 그리고 꿈꾸는 사람인 당신만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마음속에 그려온 이상에 끝내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슴 아픈 가능성을 받아들인 채 계속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손끝으로 희미한 흔적 하나를 남길 만큼 가까이 다가선 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영혼이 그런 초월적인 몰입과 변화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해낼 수 있겠는가. “저는 스케이트를 완전히 떠날 만큼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지점에 이르러야 했어요.” 알리사 리우(Alysa Liu)는 말한다. “그리고 스케이트를 떠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죠.”
나는 우리의 문화가 끝없는 허무주의에서 벗어나 다시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믿는다. 무심함은 때때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래도록 흥미를 끄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이든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그 중심에는 살아 뛰는 심장이 있어야 한다. HB
톱, 팬츠, 글러브는 Balenciaga. '투보가스' 이어링과 '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는 Bvlgari.
“저는 늘 한 가지 이상의 일을 하고 싶었어요. 마치 손 세 개로 저글링을 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믿어요. 창의성은 정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카라 델러빈(Cara Delevingne), 모델, 배우, 뮤지션
코트, 보디수트, 스커트, 타이츠, 힐은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세르펜티' 세두토리 워치는 Bvlgari.
“자기야, 나는 퍼포머야, 알겠지? 모든 런웨이는 다 달라. 나는 매번 같은 사람이 아니야. 나는 하나의 쇼를 만들어내고 있는 거라고.” 개브리에트(Gabbriette), 모델
코트와 팬츠는 Dior. '투보가스' 링은 Bvlgari. 슈즈는 Bottega Veneta.
“내게 정말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만 무대에 올려주세요. 그렇지 않다면 괜히 시간을 차지하고 싶지는 않아요.” 크리스 플레밍(Chris Fleming), 코미디언
드레스는 Louis Vuitton.
“저는 스케이트를 완전히 떠날 만큼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지점에 이르러야 했어요. 그리고 스케이트를 떠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죠.” 알리사 리우(Alysa Liu), 피겨스케이팅 선수
코트는 Miu Miu. '투보가스' 네크리스와 비제로원 링은 Bvlgari.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도록 강하게 요구받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창작 과정의 일부죠. 예술가들은 그런 방식의 사고를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려 노력하니까요.” 줄리 메레투(Julie Mehretu), 아티스트
점프수트는 Hermes. 투보가스 이어링과 비제로원 링은 Bvlgari.
“창작은 결국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에요. … 계속 생각만 하다 보면 결국 지쳐버려요. 그래서 그냥 무언가를 해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거죠. 어떤 문제는 아무리 생각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아요. 결국 직접 해봐야 합니다.” 킴 고든(Kim Gordon), 뮤지션, 아티스트
샬럿 램플링(Charlotte Rampling): 스타일링 아나스타샤 바르비에리(Anastasia Barbieri), 헤어 조 버윈(Joe Burwin, Oribe), 메이크업 패트릭 글라트하르(Patrick Glatthaar, Shiseido), 매니큐어 프레실리아 드몽소(Prescilia Demonceaux)
킴 고든(Kim Gordon), 줄리 메레투(Julie Mehretu): 스타일링 말리나 조지프 길크리스트(Malina Joseph Gilchrist), 헤어 에스더 랭엄(Esther Langham, Oribe), 메이크업 한나 머리(Hannah Murray), 매니큐어 마유미 아부쿠(Mayumi Abuku, Chanel Le Vernis), 세트 디자인 휘트니 헬레슨(Whitney Hellesen)
카라 델러빈(Cara Delevingne), 크리스 플레밍(Chris Fleming), 개브리에트(Gabbriette), 알리사 리우(Alysa Liu), 안나 사와이(Anna Sawai): 스타일링 야슈아 시먼스(Yashua Simmons), 헤어 에바니 프라우스토(Evanie Frausto, Matrix), 메이크업 호마 사파르(Homa Safar, Marc Jacobs Beauty), 매니큐어 마리사 카마이클(Marisa Carmichael, Kiara Sky Nails), 세트 디자인 휘트니 헬레슨(Whitney Hellesen)
캐스팅: 애니타 비튼(Anita Bitton), 더 이스타블리시먼트(The Establishment)
Credit
- 에세이/ 케이틀린 그리니지 (KAITLYN GREENIDGE)
- 사진/ 캐스퍼 코피 (CASPER KOFI)
- 스타일링/ 아나스타샤 바르비에리(ANASTASIA BARBIERI) 말리나 조지프 길크리스트(MALINA JOSEPH GILCHRIST) 야슈아 시먼스(YASHUA SI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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