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아티스트가 제안하는 2026 F/W 뷰티 트렌드
1996년 <하퍼스 바자> US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쇼케이스'를 모티프로 한 30주년 프로젝트. 글로벌 뷰티 신을 이끄는 K-아티스트 6인이 1990년대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026 F/W 뷰티 트렌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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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바자> 코리아가 태어난 해. 미국에서는 팻 맥그라스, 로라 메르시에, 바비 브라운, 샬롯 틸버리, 프랑수아 나스, 케빈 어코인 등 당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모여 그해 봄을 대표할 룩을 선보였다. 30년이 흐른 지금, 글로벌 뷰티 신을 이끄는 K-아티스트 6인이 1990년대 미학을 품은 F/W 트렌드를 제시한다.
GREYISH EDGE
2026 F/W 런웨이에서는 그레이 메이크업이 한층 정교해졌다. 1990년대에는 매트한 질감이 주요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매트와 시머 등 서로 다른 텍스처를 레이어드해 입체감을 살린 것이 특징. 스키니 브로와 날렵한 아이라인, 슬릭 헤어를 매치해 그레이 특유의 냉랭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드레스는 Annakiki.
METALLIC NOIR
1990년대 그런지 네일의 반항적인 무드에서 출발한 룩. 블랙 베이스 위에 실버 메탈릭 컬러를 겹쳐 바르고, 롱 스틸레토 셰이프로 날 선 실루엣을 완성했다. 불규칙하게 배치한 스터드가 거친 무드에 위트를 더한다.
실버 반지는 Tee Ring Jay.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UPER CURLS
과거 슈퍼모델의 시그너처였던 풍성한 컬이 이번 시즌 런웨이로 귀환했다. 뿌리부터 촘촘하게 말아 올리던 1990년대와 달리, 볼륨은 유지하되 컬을 느슨하게 풀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강조했다. 블론드 헤어로 입체감을 극대화하고, 클래식한 레드 립으로 힘을 실었다.
슬리브리스 드레스는 Gabriela Hearst.
HAIR ARTIST Lee Hyunwoo
네일 아티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현우는 우연히 접한 패션 화보 백스테이지에 매료되어 헤어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독학과 무수한 현장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왔다. 건축·인테리어·하이엔드 패션 컬렉션에서 포착한 구조와 질감을 작업에 반영하고 가발과 피스, 오브제를 더해 낯선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패션 매거진과 브랜드 캠페인은 물론 태양, 방탄소년단, 코르티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그 모든 작업을 지탱하는 건 탄탄한 기본기, 그리고 집요할 만큼 세심한 디테일이다.
2026 F/W 헤어 트렌드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사실 트렌드를 크게 의식하는 편은 아니에요. 귀도 팔라우나 유진 슐레이먼도 유행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 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룩을 만들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시대를 이끄는 것이죠. 다만 최근에는 키치한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긴 해요.
특히 인상 깊었던 룩이 있나요? 2027 S/S 프라다 남성복 쇼가 기억에 남아요. 뒷머리에 작은 브레이드를 더한 룩이었는데, 디테일이 인상적이었어요. 스타일을 크게 바꾸기보다 작은 포인트 하나를 더하는 게 요즘 흐름이고, 이번 시즌에도 그런 요소가 많이 보여요.
오늘 화보에는 무엇을 담았나요? 1990년대 유행했던 풍성한 컬을 그대로 표현하면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어서 위쪽 볼륨을 최대한 눌러줬어요. 대신 밑으로 갈수록 입체감이 살아나는 실루엣으로 균형을 잡았죠. 블론드 컬러를 선택한 것은 헤어가 하나의 패션 요소처럼 보였으면 했기 때문이에요.
컬 헤어를 연출할 때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면요? 컬 방향을 한쪽으로 통일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같은 방향으로 말면 컬이 뭉쳐서 글램한 느낌이 강해지거든요. 스타일링을 마친 후 돈모 브러시로 가볍게 빗어주면 자연스럽고 풍성한 볼륨을 만들 수 있어요.
작업 과정을 보면 작은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이 느껴져요. 최근 태양의 재킷 촬영에서도 브레이드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출한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완성까지 4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섹션을 자로 재며 간격을 일정하게 나누고, 젤로 한 줄씩 굳혀가며 형태를 잡았죠.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두상까지 계산해서 전체 실루엣을 맞췄고요. 작업 하나하나에 시간과 품을 아끼지 않는 편이에요.
그렇게 쌓아온 시간이 앞으로는 어디를 향할까요? 다양한 형태의 헤어스타일을 사진집과 전시로 선보이고 싶어요. 사물을 보며 떠오른 이미지를 헤어로 구현하는 작업인데, 틈날 때마다 메모장에 아이디어를 적고 계속해서 다듬고 있죠. 최종적으로는 200여 점의 작업을 한 권의 아트북으로 묶을 계획이에요. 목표는 마흔 살 전까지. 책 제목도 이미 정해뒀어요. 이제 시작만 하면 됩니다.(웃음)
MAKEUP ARTIST Oh Gayoung
오가영은 매거진의 트렌드 코멘터리와 제품 리뷰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새로운 비주얼을 고민할 때 에디터들이 가장 먼저 찾는 조언자이기도 하다. 미술을 기반으로 메이크업을 시작한 그에게 얼굴은 하나의 캔버스다. 섬유미술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며 다진 조형 감각으로 컬러와 질감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과감하게 조합한다. 정교한 테크닉에 유연한 발상을 더하며 아이돌부터 광고, 브랜드 캠페인까지 폭넓은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한동안은 색을 덜어낸 룩이 주목받았다면 요즘은 원색이나 네온처럼 존재감 있는 포인트 컬러가 다시 힘을 얻고 있어요. 여기에 메탈릭한 광택과 다양한 텍스처를 활용하는 흐름도 눈에 띄고요. 저 역시 컬러와 텍스처를 다양하게 쓰는 작업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변화예요.
1990년대 그레이 섀도도 트렌드로 손꼽혀요. 이번 화보에서 어떻게 표현했나요? 과거에는 매트한 그레이 섀도 자체가 포인트였다면, 지금은 텍스처와 제형의 선택지가 훨씬 다양해졌잖아요. 덕분에 같은 그레이라도 제형과 펄의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무드를 만들 수 있죠. 이번 룩은 그레이 섀도를 베이스로 깔고, 바이올렛 펄이 빛의 각도에 따라 은은하게 반사되도록 연출했어요.
일상에서 응용한다면 어떤 점을 기억해야 할까요? 컬러를 한 번에 진하게 올리기보다 얇게 여러 번 레이어링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면 그레이 컬러도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죠. 립도 모브나 플럼처럼 채도를 낮춘 컬러를 선택해 밸런스를 맞춰보세요.
작업 방식을 보면 회화를 그리는 것처럼 느껴져요. 미술을 먼저 배운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저에게 얼굴은 캔버스예요. 화장품은 물감이고요. 그래서 한 가지 제품만 쓰기보다 여러 가지를 섞어 원하는 색과 질감을 만들어가는 편이에요.
이번 화보에선 무엇을 신경 썼나요? 눈매와 입술 라인은 또렷하게 살리되 전체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어요. 눈썹은 앞머리 결을 살리고 아이라이너로 가느다랗게 연결했고, 입술산은 또렷하게 그리지만 가장자리는 스머지했죠. 모브 핑크 블러셔를 광대뼈를 감싸듯 발라 인상을 부드럽게 정리했어요.
메이크업을 구상할 때 참고하는 레퍼런스도 남다를 것 같아요. 뭐든 많이 보려고 해요. 다만 일반적인 메이크업 레퍼런스는 크게 참고하지 않아요. 같은 분야 안에서만 답을 찾으면 비슷한 결과가 나오기 쉬우니까요. 옷의 컬러와 텍스처, 인테리어, 자연물 등 전혀 다른 곳에서 힌트를 얻죠. 그 과정이 훨씬 재미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올라요.
NAIL ARTIST Kim Suji
K팝 아이돌의 손끝을 책임지는 김수지. 르세라핌, 있지, 트와이스, 엔믹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무대와 앨범 콘셉트를 네일 위에 섬세하게 구현해왔다. 옷의 패턴과 컬러, 일상의 사물, 낯선 소재에서 영감을 얻어 풀어내는 것이 그의 강점이다. 과자 포장지나 화장품처럼 예상치 못한 재료도 거리낌 없이 활용하는 실험적인 접근 역시 김수지만의 시그너처. 최근에는 네일 브랜드 아톤스턴을 론칭하며 작업 영역 또한 확장하고 있다.
F/W 네일 트렌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요즘은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취향이 다양해졌어요. 예전처럼 큰 파츠를 화려하게 올리기보다 컬러 자체를 포인트로 쓰거나 질감으로 변화를 주는 디자인이 눈에 띄죠. 전반적으로 간결한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화보 룩에선 어떻게 풀어냈나요? 메탈릭 네일은 베이스 컬러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져요. 이번에는 블랙을 먼저 바른 뒤 실버 파우더를 덧입혀 메탈릭 특유의 질감을 선명하게 끌어올렸어요. 여기에 블랙 그러데이션과 스터드를 더해 그런지 무드를 완성했어요.
일상에서 활용하는 방법은요? 모든 손톱에 적용하기보다 한두 손가락만 포인트로 활용해도 충분해요. 블랙이나 그레이처럼 차분한 컬러를 베이스로 선택하면 메탈릭한 질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답니다.
작업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부분이 있나요? 어떤 디자인이든 베이스를 먼저 봐요. 형태와 좌우 균형이 잘 잡혀 있어야 아트도 돋보이거든요. 이번에도 팁이 실제 손톱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최대한 얇게 작업하는 데 공을 들였어요.
K팝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가장 중요한 건 그룹과 앨범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거예요. 그다음 의상을 보며 멤버마다 어울리는 요소를 하나씩 풀어가죠. 리본이나 스팽글처럼 의상 디테일을 녹여내기도 하고요. 네일은 작은 영역이지만 전체 스타일링을 하나로 이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요? 르세라핌 정규 2집 <PUREFLOW> 프로젝트요. ‘두려움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앨범의 메시지가 인상적이었고, 멤버마다 개성이 뚜렷해 다양한 콘셉트를 풀어낼 수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괴물 네일’은 가장 도전적인 작업이었는데, 멤버들이 완벽하게 소화해줘서 특히 기억에 남아요.
Credit
- 사진/ 윤송이
- 모델/ 유에멍
- 헤어/ 이현우
- 메이크업/ 오가영
- 네일/ 김수지
- 스타일리스트/ 김수린
- 어시스턴트/ 천유경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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