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내 어린 날의 풍경

브라질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가 흐리고 불확실한 유년의 기억을 추상회화로 펼쳐낸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6.08.28

내 어린 날의 풍경


마리나 라인간츠(Marina Rheingantz)는 유년 시절 바라본 고향의 자연 풍경을 추상회화로 그린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린 날의 기억 속 새겨진 한 장면을 마주한다.

마리나 라인간츠 스튜디오 전경.

마리나 라인간츠 스튜디오 전경.


Marina Rheingantz, <Quiriquiri>, 2026, Oil on linen, 130 x 150cm. © Marina Rheingantz. Photo © White Cube (Theo Christelis).

Marina Rheingantz, <Quiriquiri>, 2026, Oil on linen, 130 x 150cm. © Marina Rheingantz. Photo © White Cube (Theo Christelis).

고향은 영원히 변하지 않길 바라는 장소이자, 설령 변한다 해도 한 사람의 기억 속에 그대로 존재하는 장소다. 브라질 회화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의 고향은 상파울루주 아라라쿠아라. 처음 알게 된 지명이지만 이런 곳일 것만 같다. 비 내린 다음 날이면 안개 자욱한 숲에는 축축한 이끼 향이 나고, 오색 물빛이 신비로운 연못이 하나쯤 있을 것 같은 장소. 광대한 볕이 드는 초원에는 수십 가지 들꽃과 들풀이 조화롭게 피어 있을 것 같다. “내가 자라온 풍경. 그 광야와 자유로움의 감각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지난 1년 동안 작가는 아라라쿠아라의 자연을 그리고 또 그렸다.

대부분의 추상회화가 작가의 모호한 내면 세계로 데려다 놓는 감각을 주지만, 마리나 라인간츠의 작업은 섬세하게 손짓하는 듯하다. 동굴 속 벽화에 남겨진 이슬 흔적처럼 세밀한 붓질의 형태와 물감의 두터운 질감. 작가는 그 흐릿한 감각을 굳이 정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감을 흘리고 겹쳐 그 불확실함 자체를 캔버스에 옮긴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던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하나를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기억이란 흐리고 불확실하고, 어딘가 붙들린 채 남는 것이니까. 캔버스 위에 흘리고 겹친, 정제되지 않은 흔적들을 통해 작가는 풍경화의 경계를 넓힌다.

무엇보다 파격과 처절함과 실험적인 것들에 에너지를 쏙 빼앗기는 아트위크 기간에 마주한다면, 아름다움을 의심할 필요 없는 작업이다. 전체로 보아도 떼어다 보아도, 하염없이 감상하고 싶은 장면.


※ 마리나 라인간츠 개인전 «편린(Míope)»은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9월 1일부터 10월 2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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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화이트큐브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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