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이번 시즌 패션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번 시즌 눈여겨봐야할 트렌드 키워드 11

프로필 by 이진선 2026.08.29

2026 F/W RUNWAY NOTES


다섯 명의 패션 에디터가 주목한, 새로운 시즌의 키워드와 이슈.


Purple Rain

2026년 가을/겨울 런웨이를 적신 다채로운 보랏빛 룩을 눈여겨보라. 지난 시즌 예고되었던 퍼플 컬러가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스며들며 강렬한 룩을 선보인 것. 볼드한 액세서리를 매치한 과감한 보랏빛 가죽 트렌치코트와 백이 어우러진 룩을 제안한 셀린느의 마이클 라이더, 퍼플 컬러의 풍성한 퍼프 슬리브 블라우스에 채도가 다른 퍼플 컬러 팬츠를 매치한 끌로에가 대표적인 예.


Troublesome Student

러플 블라우스와 겹겹이 프릴이 잡힌 체크 무늬 티어드 스커트에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를 매치한 보헤미안풍 프레피 걸을 선보인 끌로에부터 발목까지 떨어지는 롱 코트 실루엣과 아방가르드한 재킷에 셔츠, 타이, 사이하이 부츠를 더하며 프레피가 얼마나 대담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드리스 반 노튼까지. 많은 디자이너들이 교복이라는 익숙한 문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주한 프레피 룩을 완성했다. 이처럼 이번 시즌 프레피는 우리가 익히 알던 아이비리그 모범생 무드가 아닌, 교실을 막 뛰쳐나온 자유분방한 학생의 착장에 가깝다는 사실!


미세한 근육이나 뼈의 위치까지 드러나 보일 정도로 타이트한 라텍스 티셔츠와 슬릭한 데님 팬츠 등 보디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구찌의 관능미. 그리고 우아한 테일러링에 살짝 어긋난 디테일이 묘하게 쿨한 셀린느. 새 시즌, 동시대성을 담은 이 룩들에 푹 빠졌다. - 에디터 서동범



Simple Life

알라이아에서 마지막 쇼를 선보인 피터 뮐리에는 브랜드와 작별을 고하며 이번 컬렉션에 대해 “가장 순수하고 미니멀하며 본질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미우미우 역시 순수함과 단순함을 강조했고 코튼 포플린, 리넨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 클래식한 셔츠와 스커트를 선보인 프라다와 질 샌더, 구찌, 더 로우, 캘빈 클라인 등 많은 디자이너들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심플한 실루엣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때로는 절제가 미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Animal Print

새 시즌 맹렬한 기세로 런웨이를 장악한 애니멀 프린트의 다채로운 룩을 보라. 마르니는 소가죽 코트와 더불어 작지만 대담한 애니멀 프린트 슈즈를 선보였고, 셀린느와 지방시의 우아한 코트는 표범 무늬로 뒤덮였다. 치타 무늬 트리밍 파카를 선보인 프라다와 호랑이 무늬 베스트, 코트, 바게트 백이 강렬한 펜디 컬렉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애니멀 프린트가 다시 유행하는 걸까? 아마도 강인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집단적인 욕구와 패션을 통해 자신을 최대한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Go Big

불확실한 세상과 혹독한 추위에 맞서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해답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원초적이다. 퍼로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것. 물론 지금의 퍼는 과거와 다르다. 인조 모피와 다양한 대체 소재로 그 풍성한 볼륨과 화려함을 오히려 극대화했으니. 발렌티노, 톰 포드, 구찌, 발렌시아가, 샤넬, 보테가 베네타 등 이번 시즌 런웨이를 장악한 퍼 코트를 보라. 공식은 명확하다. 클수록 좋다. 그중 나의 픽은 허리를 벨트로 질끈 조여 거대한 볼륨에 우아한 굴곡을 더한 생 로랑의 코쿤 코트.


Bag of Tricks

네 살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이번 시즌 런웨이를 보며 묘한 기시감에 빠졌다. 장난감 상자에서 봤음직한 것이 하나둘 가방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마치 ‘무엇이든 가방이 될 수 있다’는 상상력 대결이라도 하는 듯 루이 비통은 통나무 집을, 샤넬은 탐스러운 사과를, 디올은 개구리를, 끌로에는 앙증맞은 도자기를 손에 들려 내보냈다. 정교한 공예와 유쾌한 상상력이 만나 완성된, 어른을 위한 값비싼 장난감. 패션이 잠시 진지함을 내려놓자 런웨이는 한층 즐거워졌다.


Code Red

얼마 전 빨간 티셔츠를 샀다. 챗GPT에 따르면, 지금껏 거들떠보지 않던 빨간색을 선택한 건 노화(?)에 따른 심리적 변화 때문이라고. 선명한 원색은 눈에 잘 띄고, 피부톤을 밝히며, 본능적으로 활력을 찾게 된다는 꽤 그럴듯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순간 조금 씁쓸했지만, 이번 시즌 런웨이를 보고 이내 안도했다. 패션계 전체가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빨강에 제대로 꽂혔으니 말이다. 샤넬과 알라이아의 단아한 드레스부터 끌로에와 블루마린의 로맨틱한 시어 드레스, 발렌시아가의 날카로운 레더 룩까지. 같은 빨강이지만 그 얼굴은 우아하고, 관능적이고, 때로는 도발적이다. 결국 레드는 나이도, 스타일도 가리지 않는다. 올가을 조금 더 대담해지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처방은 빨강이다.


My Choice

쇼장에 들어서자 아티스트 코지마 폰 보닌의 거대한 동물 인형이 게스트를 맞았다. 이 유쾌한 풍경은 잭 맥컬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로에베를 예고했다. 듀오는 ‘가죽의 명가’가 쌓아온 공예적 유산에 하이테크적인 상상력을 더했고, 오프닝의 레몬 컬러 슬립 드레스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단숨에 나의 위시리스트에 오른 이 드레스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라텍스로 정교하게 구현한 것이다. 레이스부터 포인텔 도트, 리본 장식까지 모든 디테일을 얕은 부조처럼 입체적으로 새겼다. 익숙한 것을 낯선 방식으로 구현하는 이 기발한 반전이야말로 지금 로에베가 가장 흥미로운 이유다.


Shrink Wrapped

옷장에 줄지어 걸린 오버사이즈 코트를 보니 왠지 벌써부터 지루하다. 새로운 답을 찾던 중 발견한 흥미로운 단어, ‘슈링크맥싱(Shrinkmaxxing)’. ‘shrink(움츠러들다)’와 무언가를 극대화한다는 인터넷식 표현 ‘-maxxing’을 합친 말로, 몸을 한껏 웅크리는 것이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실루엣을 부풀리는 대신 안으로 수축시켰다. 공교롭게도 모두 그레이 코트라는 점도 재밌다. 그중 시선을 사로 잡은 건 ‘광활한 세계 속 작은 인간의 몸’을 이야기한 미우미우. 좁고 둥근 어깨선, 손목을 훌쩍 드러낸 짤막한 소매의 낯선 비율이 묘한 귀여움을 자아낸다.

Wrap it up

머플러가 단순한 방한 아이템을 넘어 룩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새로운 스타일링의 귀재로 떠오른 셀린느의 마이클 라이더는 실루엣을 바꾸는 장치로 머플러를 선택했다. 단조로운 코트에 과장된 머플러를 더해 엉뚱한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 가장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한 건 로에베. 공기를 빵빵하게 불어넣은 튜브 스카프로 목 주변의 볼륨을 극대화했다. 프라다는 투박한 컬러 블록 머플러를 무심하게 둘러 현실적인 방식을 제안하기도. 소재도,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공식은 하나다. 목을 가릴수록 쿨하다.


Ribbon or Ruffle

패션계의 로맨티스트들이 한층 대담해졌다. 디자이너들은 리본과 러플이라는 익숙한 여성성의 코드를 더 크게 부풀리고 겹치고, 반복하며 새로운 형태로 변주했다. 시몬 로샤, 에르뎀, 지방시는 리본과 보를 크게 부풀리거나 반복했다. 그런가 하면 디올, 스키아파렐리, 알라이아는 겹겹이 흐르는 러플로 실루엣에 풍성한 볼륨과 극적인 움직임을 더했다. 작고 앙증맞은 로맨스는 잠시 잊을 것. 리본이든 러플이든, 이번 시즌은 조금 과해야 제맛이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익숙한 실루엣에 예상치 못한 변수를 하나씩 던졌다. 더 크게, 더 선명하게, 더 낯설게, 더 과감하게. 패션은 그래서 여전히 재밌다. - 에디터 윤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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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진선, 서동범, 윤혜영, 윤혜연, 김경후
  • 사진/ Launchmetrics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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