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가 100년 동안 ‘색’을 다루는 법
300여 점의 주얼리부터 중국의 오행, 현대미술까지. 상하이에서 펼쳐진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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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리가 상하이 당대예술박물관에서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 상하이 에디션을 공개했다.
- 300점 이상의 컬러 마스터피스를 통해 100년에 걸쳐 이어진 불가리의 색채 헤리티지를 조명한다.
- 직접 전시를 둘러보고, 불가리가 생각하는 ‘색’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불가리가 100년 동안 색을 다루는 법
루비와 에메랄드, 사파이어와 아메시스트, 여기에 튀르쿠아즈까지. 불가리의 주얼리에서는 쉽게 한데 섞을 수 없을 것 같은 색들이 만나고, 예상하지 못했던 조화를 만들어낸다. 불가리를 이야기할 때 ‘색’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불가리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색을 어떻게 자신만의 언어로 만들어왔을까? 그 답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상하이로 향했다.상하이 당대예술박물관(Power Station of Art)에서 막을 올린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Bvlgari Kaleidos: Colors, Cultures and Crafts)’ 상하이 에디션. 하이 주얼리를 비롯해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과 세계 각지의 프라이빗 컬렉션에서 엄선한 300점 이상의 컬러 마스터피스가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명 ‘칼레이도스(Kaleidos)’는 고대 그리스어로 아름다움을 뜻하는 ‘칼로스(kalos)’와 형상을 뜻하는 ‘이도스(eidos)’에서 유래했다. ‘만화경(kaleidoscope)’의 어원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름의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진다. 하나의 색을 보여주기보다, 색과 색이 만나면서 계속해서 달라지는 장면을 따라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얼리를 보는 전시가 아니라, ‘색’을 보는 전시
전시는 ‘색채의 과학(The Science of Colors)’, ‘색채의 상징성(Color Symbolism)’, ‘빛의 힘(The Power of Light)’이라는 세 개의 챕터로 이어진다. 첫 번째 공간부터 불가리가 색을 다뤄온 방식이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양식 펄과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다이아몬드를 한 작품 안에 담은 1991년 네크리스, 튀르쿠아즈와 다이아몬드를 선명하게 대비시킨 1960년 네크리스, 아쿠아마린에 아메시스트와 루비를 조합한 1989년 네크리스까지. 가까이에서 볼수록 흥미로운 건 보석의 크기나 화려함만이 아니다. 어떤 색 옆에 어떤 색을 놓았는가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 비슷한 색을 안전하게 연결하기보다 전혀 다른 색을 과감하게 맞붙이고, 그 대비 자체를 디자인으로 만든다.
전시장을 따라 걷다 보면 결국 불가리에게 색은 주얼리를 장식하는 요소라기보다 디자인을 시작하는 하나의 언어에 가깝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로마에서 온 색, 상하이에서 달라지다
이번 전시가 더욱 흥미로운 건 기존 ‘칼레이도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하이라는 도시와 만나면서 중국의 문화적·철학적 관점이 새롭게 더해졌다. 그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두 번째 챕터 ‘색채의 상징성’이다. 중국의 오행(Wu Xing) 사상에서 색은 자연의 기운과 방위, 계절 등에 연결되고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닌다. 전시는 이러한 동양의 색채관과 불가리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젬스톤을 한 공간 안에 놓는다.
예를 들어 루비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1993년 골드 네크리스의 레드는 중국 문화에서 생명력과 번영이라는 의미로 확장된다. 약 1977년 제작된 말 머리 브로치에서는 오닉스와 루비가 만들어내는 블랙과 레드의 대비에 중국 십이지에서 말이 갖는 상징까지 겹쳐진다. 같은 주얼리와 같은 색도 어떤 문화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것. 상하이 에디션만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처음 공개된 1973년의 소투아르
이번 상하이 에디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 있다.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 1973년 제작 소투아르(sautoir)다. 골드에 코랄과 오닉스,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중앙에는 인그레이빙 제이드 메달리온을 배치했다. 코랄의 강렬한 레드와 오닉스의 블랙, 제이드의 그린이 한데 놓인 조합부터 불가리답게 대담하다. 특히 중국의 예술적 전통을 떠올리게 하는 제이드 메달리온은 불가리의 창의성에 오랜 시간 영향을 미쳐온 동서양 문화의 교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쇼케이스 밖으로 나온 색
전시 중반을 지나면서 색은 작은 주얼리에서 벗어나 공간 전체로 커진다. 중국 현대미술 작가 량 만치(Liang Manqi)의 몰입형 설치 작품 <무한한 공감각(Boundless Synesthesia)>에서는 색이 캔버스를 넘어 벽과 바닥, 입체적인 공간 전체를 채운다. 장 딩(Zhang Ding)의 <빛의 형상(The Form of Ligh)>에서는 골드 컬러의 라이트 패널과 투명한 유리 두상을 통해 색을 만들어내는 ‘빛’ 자체가 주인공이 된다. 공간 디자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일본 건축 스튜디오 SANAA와 이탈리아 디자인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즈마(Formafantasma)가 협업해 완성한 전시장은 주얼리와 현대미술, 빛과 건축을 따로 떼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쇼케이스 속 주얼리를 들여다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내가 서 있는 공간의 색과 빛까지 함께 보게 된다. ‘칼레이도스’라는 제목이 가장 실감 나는 순간이다.
불가리에게 ‘색’이란 무엇일까?
300여 점의 주얼리를 따라 불가리의 색채 세계를 둘러본 뒤, 한 가지 궁금증이 남았다. 불가리에게 색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수많은 색 가운데 불가리를 단 하나의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일까. <바자>가 지슬랭 오크레망(Gislain Aucremanne) 불가리 헤리티지 큐레이터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Q. ‘칼레이도스’가 상하이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상하이에서 선보이는 것은 불가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상하이는 칼레이도스의 여정에 새로운 시각을 더해주는 도시입니다. 불가리가 오랫동안 이어온 색채에 대한 탐구를 중국의 풍부한 문화적·철학적·예술적 전통과 연결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불가리의 색채 언어를 서로 다른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동양과 서양 사이의 새로운 연결점을 발견하고, 색이 국경과 문화, 시대를 넘어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불가리만의 색채 미학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불가리는 언제나 색을 자유롭고 대담하게 다뤄왔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색의 조합과 대비, 그리고 컬러 젬스톤이 지닌 강렬한 표현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죠. 불가리에서 색은 단순히 디자인을 보완하는 요소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디자인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직관적이고 두려움 없는 색채 접근법은 오늘날 불가리의 정체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특징이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불가리를 단 하나의 ‘색’으로 표현한다면요?
A. 저는 노랑(Yellow)을 선택하겠습니다. 로마의 따뜻한 분위기와 지중해의 빛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주얼리를 대하는 불가리의 대담하고 생동감 넘치는 태도를 잘 보여주는 색이기 때문입니다. 노랑은 강한 존재감을 지니면서도 다른 색과 결합했을 때 매우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색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너지와 낙관성, 그리고 자유롭게 실험하는 정신이라는 불가리의 본질적인 면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나 공간이 있다면요?
A. 한 점의 작품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시 전체를 하나의 여정으로 경험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색채의 상징성(Color Symbolism)’에 해당하는 챕터는 상하이에서 특히 의미가 깊습니다. 불가리의 색채 언어를 중국의 오행 철학과 연결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색이라는 보편적인 언어가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나선 뒤 가장 오래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관람객들이 색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감각을 가지고 전시장을 나서기를 바랍니다. 색은 감정과 기억을 담을 수 있고, 문화적인 의미와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 칼레이도스가 색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와 관점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각자가 세상을 조금 더 호기심과 상상력을 가지고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 상하이 에디션은 2026년 10월 31일까지 상하이 당대예술박물관에서 열린다.
Credit
- 사진/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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