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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에서 하룻밤을 꿈꾼다면? OMO7 요코하마

건축적 헤리티지와 예술적 감각이 만나는 신상 호텔 투숙기

프로필 by 손안나 2026.09.22

일본 근대의 여러 '최초'는 요코하마에서 시작됐다. 1859년 개항 이후 이 작은 항구 마을은 일본이 서양과 만나는 첫 창구가 됐고, 최초의 신문, 최초의 맥주, 최초의 아이스크림, 최초의 가스등이 모두 이 도시에서 태어났다. 도쿄가 근대 일본의 심장이었다면, 요코하마는 늘 바깥 세계의 공기를 가장 먼저 들이마신 폐였던 셈이다. 이국적인 항구 도시라는 이미지 뒤에 숨은 이 '최초'의 역사도 궁금했지만, 사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요코하마는 수도권 거주자들이 뽑은 '살고 싶은 동네' 1위 자리를 9년째 지키고 있는 도시. 도쿄는 수십 번을 갔어도 요코하마는 늘 지나치기만 했다. 이번엔 조금 다른 쉼터가 필요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내가 택한 숙소는 'OMO7 요코하마 by 호시노 리조트'다. 간나이역 앞, 요코하마 시민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옛 시청사가 올봄 다시 문을 열었다. 1959년, 건축가 무라노 도고가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며 세운 건물. 시대의 흐름 속에 역할을 다하고 자취를 감췄던 곳이, 호시노 리조트의 손을 거쳐 새로운 문패를 달았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목제 난간이다. 옛 시민 광장 중앙 계단의 1단부터 8단까지, 무라노 건축 특유의 곡선을 그대로 옮겨왔다. 로비 천장을 밝히는 원형 조명은 시의회 본회의장을 위해 무라노 도고가 설계했던 조명을 모티프로 새로 제작한 것. 의원석으로 쓰이던 초록 의자는 다리와 천갈이만 새로 입은 채 2층 라운지 체어로, 체크인 카운터 기둥엔 옛 시민 광간의 대형 시계가 여전히 시간을 새긴다. 라이브러리 라운지 문손잡이는 옛 시의회 본회의장 문에 달려 있던 것, 로비 바닥의 비스듬한 헤링본 타일도 대부분 옛 행정동 것을 그대로 썼다. 공사 중엔 뜻밖의 발견도 있었다. 3층 도그 라운지 벽 안쪽에서 창건 당시 외벽 벽돌이 그대로 드러나, 지금은 '歴史の再発見(역사의 재발견)'이라는 이름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2층 'OMO 베이커리' 벽면엔 조각가 쓰지 신도가 만든 타일 부조 '海・波・船(바다·파도·배)'가 그 자리 그대로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는 교토산 태산 타일. 빵 굽는 냄새와 옛 시장실의 기억이 은은히 뒤섞인다. 로비이자 라운지인 OMO 베이스와, 2층 다이닝 창가를 장식하는 레이스 커튼은 텍스타일 디자이너 안도 요코의 작업이다. 쓰지 신도의 타일 부조에서 착상을 얻은 패턴이다. 이 부조 바로 등 뒤편엔 타일 장인 듀오 '유클리드'가 옛 폐타일과 새 타일 약 2400조각을 백은비 패턴으로 엮어 만든 신작 'このさきゆくさき(이 앞으로 가는 길)'이 걸려있다. 백은비(약 1 : 1.414)는 서양의 황금비(1:1.618)에 대응하는 일본식 미의 기준이다. 이들은 일본 전통 비례미를 현대적 타일 모자이크에 적용한 셈이다. 말하자면 OMO7는 오래된 것과 새 것이 끊임없이 마주하는 공간이다.

276개 객실 문에 붙은 객실 숫자 폰트는 무라노 도고가 손수 그린 것인데, 원래 1부터 8까지뿐이던 숫자에 새로 필요해진 0과 9는 옛 무라노 건축사무소 출신 스즈키 시로가 그의 필체를 연구해 새로 그려 넣었다고 한다. 복층 구조로 넓은 인원을 수용하는 '야구라 스위트'와 'OMO 하우스', 대형견까지 함께할 수 있는 '도그 프렌들리 스위트'를 포함해 총 9가지 타입. 반려견도 나름의 방식으로 요코하마를 여행할 수 있다.

내가 묵은 객실은 담소하는 공간이란 뜻을 담은 ‘카타리바’로 이름처럼 대형 소파를 중심에 둔 '아지트' 같은 방이었다. 창밖에는 요코하마 스타디움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하필 원정 기간과 겹쳐 경기가 없었던 게 못내 아쉬웠다. 7회 말 관중석에 울려 퍼진다는 응원가를 들으며 그라운드를 내려다봤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을 것. 실제로 이 호텔은 원정 온 야구 팬들이 즐겨 찾는 숙소로도 꼽힌다고 들었다. 아쉬운 마음은 숙소가 속한 BASEGATE 요코하마 칸나이 단지 안, 베이스타즈 공식 굿즈숍 'BAYSTORE Flagship YOKOHAMA'에서 파란 모자를 하나 사는 것으로 달랬다. 정면에 큼직한 'B' 자와 별 하나가 수놓인 모자였는데, 그 모자를 쓰고 다니는 내내 이 동네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었다. 야구 도시다웠다.

이튿날 아침 9시, 'OMO 레인저'와 함께 '요코하마 레거시 워크'에 나섰다. 칸나이와 차이나타운, 노게를 걸으며 가이드북엔 실리지 않는 거리의 이면을 듣는 70분. 스쳐 지나갔을 골목과 간판 하나하나에, 개항 이래 뒤섞여온 문화의 층위를 실감했다. 낯선 골목이 순식간에 친숙해진다. 덕분에 오후 내내 요코하마 골목 이곳저곳을 현지인의 자신감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달까. 저녁은 다시 호텔 안에서. 내가 고른 건 나폴리탄 파스타였는데, 요코하마가 이 케첩 베이스 스파게티의 발상지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식사를 마치고 와인 바 '브레드 앤 와인'으로 얼굴을 바꾼 OMO 베이커리에서 타일 아트가 조명 삼아 와인 잔을 밝혔다. 7시 쯤엔 옥상 'HAMAKAZE 테라스'로 자리를 옮겼다. 옛 시청사 옥상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크래프트 맥주와 재즈 라이브를 즐기는 'Feeling Great, Hamai-ism'가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정해진 스윙 타임이 되면 연주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눕거나 기대어 저마다의 방식으로 음악에 빠져든다. 페스티벌 같기도, 동네 옥상 파티 같기도 한 이 자유로움. 그래, 딱 이번 여행에서 기대했던 바다.

아쉬웠던 걸까. 약간의 취기와 함께 방으로 돌아와서는 선반에 놓인 카탈로그에 시선이 꽂혔다. 이 호텔의 역사를 설명하는 그림책이었다. 거기엔 이 리노베이션을 지켜본 이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었다. 무라노 도고의 손녀는 조부가 남긴 계단과 손잡이가 새 옷을 입고도 원래의 정신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했고, 옛 시청사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재개장한 로비에서 건물이 '오카에리(잘 왔어)'라며 반기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반세기 넘게 이 건물 계단 앞에서 시민 연주회를 이어온 한 피아니스트는, 그 전통이 새 시청사에서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OMO7 요코하마는, 도시가 역사를 지우지 않고도 다음 장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그 사이 어딘가에서,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INFO

주소 : 〒231-0017 神奈川県横浜市中区港町1-1-1. 체크인 15:00 · 체크아웃 11:00. 요금 1박 1실 36,000엔~(2인 기준, 세금 포함, 식사 별도).


Editor’s TIP

쇼핑을 좋아한다면 근교에 위치한 미츠이 아울렛파크 요코하마 베이사이드도 추천한다. 호텔에서 차로 20분 남짓이라, 쇼핑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체크아웃 길에 들러볼 만하다. 주소 : 神奈川県横浜市金沢区白帆5-2. 영업시간: 10:00~20:00


Credit

  • 사진/ 호시노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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