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와 만난 루카 구아다니노와 스테파노 바이시의 욕망의 지도
가구부터 옷까지, 200여 점에 담긴 두 사람의 취향. 자라와 협업한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와 프로덕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스테파노 바이시와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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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 건축가 스테파노 바이시
바이시 구아다니노 포 자라홈 컬렉션 캠페인
누군가의 좋은 취향은 닮고 싶기 마련. 지난 10년간 영화와 건축, 패션을 넘나들며 함께 작업해온 루카 구아다니노와 스테파노 바이시가 자라, 자라홈과 함께 자신들의 세계를 새롭게 펼쳤다. 바로 ‘바이시 구아다니노 포 자라홈(Baisi Guadagnino for Zara Home)’을 통해 말이다. 가구와 조명, 테이블웨어부터 캔들, 레디투웨어까지 200여 점으로 구성한 자라홈 역대 최대 규모의 협업 컬렉션이기도.
빈 분리파의 기하학적 구조와 프랑스 아르데코의 곡선, 브라질 모더니즘과 이탈리아 래디컬 디자인에서 가져온 영감은 두 사람의 손을 거쳐 새로운 형태로 거듭났다. 이들이 이번 협업 컬렉션에 담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협업의 출발점부터 오래 간직해온 물건, 앞으로의 계획까지 <바자> 코리아가 국내 단독으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LUCA GUADAGNINO
바이시 구아다니노 포 자라홈 컬렉션 캠페인
이번 자라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200여 점으로 확장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인 스테파노 바이시와 함께 스페인 라 코루냐를 방문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곳에서 무엇을 새롭게 만들 수 있을지, 어떤 형태로 구현할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이번에는 영화감독인 저 혼자가 아니라, 스테파노와 제가 디자이너이자 서로의 파트너로 함께 작업한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자라의 열정과 지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자유롭게 디자인을 확장하고, 함께 창작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구상한 오브제는 무엇인가요? 그 오브제가 컬렉션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과거 한 클라이언트를 위해 함께 디자인했던 테이블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보다 조금 앞서 빈의 레오폴드 미술관에서 열린 ‘Poetry of the Ornament’ 전시를 봤습니다. 빈 공방과 관련된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였죠. 이를 계기로 당시 사람들이 오브제를 바라보고 디자인하는 방식, 특히 빈 분리파와 빈 공방의 장식적 기하학과 모더니즘의 절제된 조형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후 함께 디자인한 작품들의 아카이브를 살펴보다가, 이미 이런 고민이 담겨 있던 테이블에 주목했습니다. 그 테이블을 출발점으로 디자인 언어를 정립하고 다른 오브제에도 적용해 나갔죠. 과거의 영향을 오늘날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 탐구하면서요.
특정 공간을 위한 주문 제작 가구와 달리, 이번에는 기성품을 만들었는데요.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특별히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자라홈 팀의 전문성 덕분에 기성품에서도 기존 맞춤형 제품에서 추구했던 섬세함과 정교함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우리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구현 과정에서 가장 많은 조정이 필요했던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타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특히 스틸로 만든 제품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다듬어야 했습니다. 저는 타협하는 편이에요. 타협의 가치를 믿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이면 그 안에서 더 아름다운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의 '바니다드(The Vanidad)' 책상과 '바네시안다(The Vacesianda)' 의자.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의 '시그니(The Cygni Coffee)' 테이블과 '바네시오(The Vanesio)' 스툴.
이번 협업을 설명하는 ‘욕망의 지도(Atlas of Desire)’라는 개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오브제는 무엇인가요?
‘욕망의 지도’라는 아이디어는 스테파노와 이번 파트너십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처음부터 제게는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 개념이었죠. 제게 욕망은 내 안에 있지만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정과 깊이 연결돼 있습니다. 반대로 진정으로 원하던 것을 끝내 얻지 못하더라도, 그 갈망이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죠. ‘언컬렉티드 소파(The Uncollected Sofa)’가 이런 생각을 가장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오브제라고 생각합니다.
언컬렉티드 소파(The Uncollected Sofa)
언컬렉티드 소파(The Uncollected Sofa)
각 오브제에 붙인 이름 가운데 가장 개인적인 의미가 담긴 것은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한 ‘언컬렉티드 소파’와 ‘오빗 월 램프(The Orbit Wall Lamp)’입니다. ‘언컬렉티드 소파’라는 이름은 보냈지만 끝내 답장을 받지 못한 메시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살아가며 끊임없이 마주하는 모순과도 연결돼 있죠. 사람을 편안하게 맞이하는 듯한 소파의 형태는 오히려 이름에 담긴 개념과 대조를 이룹니다.
‘오빗 월 램프’는 별을 중심으로 궤도를 그리는 수많은 행성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복잡한 시스템 안에서 개인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그에 비해 집단은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하죠.
‘오빗 월 램프(The Orbit Wall Lamp)’
‘오빗 월 램프(The Orbit Wall Lamp)’
테이블의 컬러 장식과 슈즈 밑창에는 비슷한 돌기 형태가 반복되는데요. 어디에서 출발한 디자인인가요?
컬렉션의 출발점이 된 테이블은 콜로만 모저가 디자인한 은과 산호 소재의 작은 상자를 연구하는 과정과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는 당시의 오브제를 살펴보면서 큰 가구에만 집중하기보다, 그 시대의 디자인 방식을 다른 크기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이 요소는 컬렉션을 관통하는 모티프가 됐습니다. 제품에 따라 기능적이거나 건축적인 요소, 혹은 장식으로 변형되면서 슈즈까지 이어졌죠.
'세이크리드(The Sacred)' 테이블
컬러 배색이 돋보이는 슈즈.
홈 컬렉션에 레디투웨어를 포함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옷을 입을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상상했나요?
디자인 오브제뿐 아니라 옷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방향을 아우르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용성과 편안함을 담는 동시에, 일상에서도 특별한 저녁에도 자신을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반영했습니다. 무엇보다 전형적인 여성상이나 남성상에 머무르지 않는 여성과 남성을 떠올렸고, 그 생각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영화 속 인물 가운데 이번 컬렉션으로 꾸민 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비거 스플래쉬(A Bigger Splash, 2015)>에서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해리입니다. 영화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이 컬렉션에 둘러싸여 지내는 것을 무척 좋아했을 거예요. 특히 담요를 마음에 들어 했을 것 같네요.
당신이 디자인한 의자나 소파에 앉은 사람에게 영화 한 편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장 뤽 고다르의 <미녀 갱 카르멘(Prénom Carmen, 1983)>. 에로티시즘과 정치가 어떻게 동시에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죠. 1980년대의 위대한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집을 옮기면서도 계속 간직해온 가구나 오브제가 있나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지오 폰티의 화병입니다. 꽃을 꽂아도 좋고, 비워두어도 좋죠. 저는 일 년 내내 정원에서 꽃을 꺾어 화병에 꽂는데, 스틸로 만든 이 화병은 꽃을 비추며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꽃 없이 본연의 형태로 돌아왔을 때도 그 자체로 아름답죠. 무척 소중해서 절대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물건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한 문장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잠시 쉬어가는 것입니다. 영화와 디자인을 오가며 계속 새로운 작업과 세계를 만들어온 만큼, 지금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다음을 생각해 보려 합니다.
STEFANO BAISI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영화 제작처럼 복잡한 시스템 안에서는 각자가 감독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고, 자신이 맡은 부서를 이끌어야 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가 전하려는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죠. 프로덕션 디자인은 단순히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일과 다릅니다. 인물의 심리를 깊이 파고들어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 설득력과 일관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처음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을 기억하나요?
본능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의 세계를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과 호기심에 이끌렸습니다. 가족들은 주로 전자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저 역시 그 길을 가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수 있어요.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탐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루카와 함께 작업할 때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과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 따로 있나요?
루카가 먼저 아이디어를 낼 때도, 제가 먼저 제안할 때도 있죠. 대화를 나누며 함께 발전시키고 구체적인 형태로 만듭니다. 단순히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실현할 수 있으면서도 프로젝트의 목표와 일관성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더 중요하죠. 결과물은 언제나 두 사람의 대화에서 탄생합니다.
취향이 다를 때는 어떻게 결정하나요? 이번 컬렉션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제품이 있었나요?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두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디자인하고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에서는 특별히 의견이 엇갈린 제품이 없었죠.
영화와 달리 정해진 인물이나 서사가 없는 홈 컬렉션에서는 어떤 사람과 생활을 상상했나요?
특정한 인물이나 생활 방식을 상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우리가 생각하는 주거 공간에 대한 비전을 보여줍니다. 그 안에는 저와 루카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자신의 성격과 가장 닮은 오브제는 무엇인가요?
‘오키드 플로어 램프(The Orchid Floor Lamp)’.
앞으로 꼭 디자인해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영화는 제게 훌륭한 영감의 원천입니다. 특히 <퀴어(Queer, 2024)>처럼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를 처음부터 만드는 프로젝트를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SF 영화 작업이 무척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실제 건축 프로젝트, 즉 건물 한 채를 직접 디자인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고요.
이들의 취향과 욕망이 담긴 바이시 구아다니노 포 자라홈 컬렉션은 오는 9월 26일부터 자라 공식 온라인 스토어(https://www.zara.com/kr/)와 자라홈 공식 온라인 스토어(https://www.zarahome.com/kr/) 그리고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Credit
- 사진/ ⓒ Z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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