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다음은 여기? K-뷰티 쇼핑 성지로 변신한 K-약국
피부 진단부터 족욕 체험까지… 약국의 경계를 허문 K-뷰티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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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HARMACY EVOLUTION
약을 조제하던 공간에서 K-뷰티의 뜨거운 쇼핑 성지로 변신 중인 약국의 오늘.
알고는 있었다. 기사 기획을 위해 뉴스를 찾을 때마다 ‘약국의 경계가 무너진다’ ‘MZ들의 놀이터가 된 약국’ 같은 헤드라인이 눈에 띄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이렇게까지 다양하고 많은 약국이 생겨났을 줄이야. 요즘 푹 빠진 가챠 투어를 위해 홍대, 성수, 명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화려한 간판을 앞세워 환자, 아니 ‘쇼핑객’을 기다리는 약국들이 즐비하다. 건강기능식품은 기본, 화장품이 빽빽하게 채워진 매대부터 피부 진단과 맞춤형 뷰티 추천까지. 이제 약국은 단순히 약을 처방받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쇼핑 채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단연 K-뷰티가 있다.
K-약국의 새로운 얼굴
약국이 새로운 뷰티 성지로 부상한 데는 달라진 소비 트렌드가 있다. 성수, 명동, 강남 등에 위치하며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된 도레미약국 총괄 이혜우는 K-뷰티의 무게중심이 ‘유행’에서 ‘성분과 효과’로 옮겨 갔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전에는 유명 브랜드나 인기 제품을 구매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피부 고민에 어떤 성분이 필요한지 까다롭게 찾아보는 소비자가 많아졌어요. 성분을 비교하고 맞춤형 제품을 추천받길 원하죠. 이런 변화 속에서 전문성과 신뢰도를 갖춘 약국이 대체 불가능한 채널로 떠오른 것입니다.” 매장에 약사가 상주하며 성분부터 올바른 사용법, 주의사항까지 디테일하게 상담해준다는 점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여기에 일반의약품부터 건강기능식품, 더마 스킨케어까지 한 공간에서 둘러볼 수 있는 편의성 역시 K-약국의 차별점이다.
라이프스타일프로젝트 마케팅팀 이하규는 이 흐름을 ‘원스톱 쇼핑’ 경험과 ‘전문성’의 결합으로 바라본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을 통해 편리한 원스톱 쇼핑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전문성까지 갖춘 공간을 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약국 특유의 높은 신뢰도에 스킨케어와 더마 코스메틱이 결합하면서 ‘전문가가 큐레이션하는 K-뷰티’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이 구축된 거죠.” 실제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에서는 의약품보다 스킨케어 카테고리가 더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며 주요 고객층은 20~30대다. 도레미약국 또한 재생·보습 라인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헤어와 두피 케어까지 관심사가 확장되는 추세다.
고객의 변화는 약국의 풍경마저 바꿔 놓았다. 처방과 조제를 중심으로 설계됐던 과거 공간 구조와 달리, 기능성 화장품과 더마 코스메틱의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사의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상품과 공간을 구성한다. 홍대, 성수, 부산 등 11개 지점을 둔 레디영약국은 약사가 성분과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입점 브랜드를 직접 엄선하고, 전 지점 판매 데이터와 고객 반응을 분석해 진열과 상담 방식을 업데이트한다.
큐레이션 기술도 정교해졌다. 베리뉴약국은 전문 피부 진단 기기로 피부 상태를 분석한 뒤 약사 상담을 거쳐 제품을 제안한다. 90% 이상이 외국인 고객인 퓨어약국은 피부 측정 결과를 출력해주고, 추천받은 제품을 매장에서 직접 테스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외국인 쇼퍼를 향한 서비스 패치도 촘촘하다. 상담을 위한 다국어 안내 체계와 전담 통역 인력을 배치하는가 하면, 현장 택스 리펀드와 환전 기기를 갖췄다. 일부 약국은 알리페이·위챗페이·라인페이 등 글로벌 간편결제 수단을 완비해 쇼핑 문턱을 더욱 낮췄다.
나아가 약국은 K-뷰티와 웰니스를 만끽하는 놀이터로 변모하고 있다.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 북촌점은 이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족욕 존과 티 큐레이션 존을 마련해 한국적인 웰니스 문화를 체험하게 했다. 퓨어웰니스 대표 유지선은 “약국이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되었다고 느껴요. 한국에서 올리브영에 들르고, 일본에서 돈키호테를 구경하며, 미국에서 CVS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죠”라고 전한다.
도심의 체험형·뷰티 특화 약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길을 끄는 곳도 있다. ‘선진국형 드러그스토어’를 지향하는 메가타운약국은 넓은 매장에 다양한 제품을 갖춘 창고형 약국이다. 일반의약품부터 영양제, 제약사 스킨케어 라인까지 손수 비교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이 강점. 아직은 내국인 고객 비중이 높지만 외국인 방문객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메가헬스케어 대표 김광민은 “약사의 상시 복약 지도는 물론 7개 언어로 제공되는 QR 복약 지도서를 운용 중이며, 택스 리펀드와 다국어 안내도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전문적인 큐레이션을 강조한 뷰티 특화 약국, 체험을 결합한 웰니스형 약국,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약국의 역할과 형식이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워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약국이 쇼핑 공간으로 부상하면서 일반의약품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약국 관계자들 역시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안전장치를 통해 오남용 가능성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K-약국이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주목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럴수록 정확히 안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혜우의 말.
한국 약국은 앞으로 어디까지 변하게 될까? 업계에서는 K-뷰티와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한 약국을 향한 발걸음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유지선은 “약국의 변화가 K-뷰티 성장에도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존 뷰티 리테일과 경쟁하기보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가 키워온 뷰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며 유기적인 시너지를 내길 바라요”라고 기대감을 표한다.
다만 그 변화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화려한 진열대도, 더 많은 인기 상품도 아니다. 피부와 건강 고민에 맞는 제품을 정확히 안내받을 수 있다는 확신. 결국 약국이 쌓아온 신뢰와 전문성을 잃지 않을 때 K-약국은 일시적인 관광 트렌드를 넘어 뷰티와 헬스케어를 잇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뿌리내릴 것이다.
Credit
- 러스트/ 노여진
- 도움말/ 이하규(라이프스타일프로젝트), 이혜우(도레미약국), 유지선(퓨어웰니스), 박선아(홍대 레디영약국), 김솔이(성수 베리뉴약국), 김광민(메가헬스케어)
- 어시스턴트/ 천유경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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