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광호가 20여 년 만에 초상화를 그리기까지, 프로젝트 'Faces'
<바자>와 이광호가 함께한 프로젝트<Faces>의 면면을 공개한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BEING PORTRAIT
김민하, 김성령, 김신록, 선우정아, 홍진경이 작가 이광호의 초상화 모델이 되었다. <바자>와 이광호가 함께한 프로젝트<Faces>의 면면을 공개한다.
셔츠는 Jiyong Kim.
이광호
본다는 것, 그린다는 것
작가 이광호가 천착하는 질문은 언제나 하나였다.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러므로 선인장과 습지 같은 자연의 풍경에서 회화의 물질성과 시간성을 집요하게 길어올린 작가가 얼굴에 시선을 돌리게 된 건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아니다. 낯설게 오래 들여다보면 대상은 어느 순간 그 이름을 잃는다. 선인장은 선인장이 아니고 습지는 습지가 아니듯 얼굴도 더 이상 얼굴이 아니다. 30주년을 맞이한 <하퍼스 바자> 그리고 30호를 맞이한 <바자 아트>와 함께한 신작 연작 <Faces>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번 연작에서 이광호가 마주한 얼굴은 김민하, 김성령, 김신록, 선우정아, 홍진경, 다섯 명의 배우, 음악가, 방송인이다. 이미 대중에게 얼굴이 각인된 이들을 그린다는 것은 작가에게 부담인 동시에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사람들은 그림 앞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기억하는 얼굴과 그림 속 얼굴을 비교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무언가를 보는 순간 이미 그것을 ‘의미화’한다. 타인의 얼굴을 보면서도 자신의 기억과 경험으로 ‘누구다’ ‘아름답다’ ‘이런 사람일 것이다’라고 대상을 빠르게 정의해버린다. 그의 작업은 그 규정을 걷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촬영 단계부터 핀홀 카메라를 사용해 정보를 의도적으로 희석시키고,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을 틀어놓은 채 모델이 카메라를 의식하는 표정이 서서히 풀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무슨 직업인지, 어떤 성격인지보다 그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색과 형태, 빛과 표면의 변화에 집중해 하나의 얼굴 앞에 머무른다.
캔버스에 옮겨진 얼굴은 실제 크기보다 훨씬 확대되어 있다. 그가 오래전부터 써온 ‘Blow-Up’ 방법론이다. 습지를 그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습지의 이미지를 확대하면 그것이 지닌 의미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풀이나 사물의 구조가 하나의 선과 질감으로, 회화적 조건 안의 추상성으로 바뀌어간다. 초상화가와 모델 사이에는 관습적으로 180센티미터 정도의 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이번 작업은 그 거리를 훌쩍 뛰어넘어 얼굴 안으로 깊이 파고든다. 그렇게 익숙한 거리감이 무너지면 눈, 코, 입 같은 ‘의미’는 지워지고 어떤 추상적인 형상이 대신 떠오른다. 멀리서 보면 분명 한 사람의 얼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눈과 입, 피부는 이름 붙이기 어려운 색과 굴곡, 붓질의 흔적으로 흩어진다. 대상을 더 가까이, 더 구체적으로 보려 할수록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는 오히려 흐려지고 물질 자체가 도드라지는 역설. 이광호는 그 거리 사이를 오가는 감각에 관심이 있다.
같은 얼굴을 사진과 회화, 두 매체로 나란히 보여주는 것도 이 연작의 중요한 축이다. 이광호에게 사진과 그림은 같은 얼굴에서 출발하지만 전혀 다른 시간을 담는다. 사진이 100분의 1초, 빛이 머문 찰나의 기록이라면, 회화는 몇 주 몇 달에 걸쳐 그 얼굴을 바라본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그래서 사진 속 한순간의 표정은 그리는 동안 다시 희석되고, 캔버스 위에는 결정적 순간이 아니라 오랜 관찰이 축적된 얼굴이 남는다. 15세기 플랑드르 초상화 속 웃지도 울지도 않는, 무표정에 가까운 옛 얼굴들이 오히려 지금보다 더 현대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작가는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얼굴을 매우 순간적인 이미지로 경험해요. 사진이나 인스타그램에서는 웃는 얼굴처럼 즉각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표정을 많이 접하게 되고,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의식하면서 표정을 만들기도 하죠. 이번 <Faces>에서는 그런 표정을 가능하면 요구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촬영되고 있다는 의식,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의식이 잠시 느슨해지는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웃거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얼굴보다는 비교적 중립적이고 고요한 표정이 남게 된 것 같아요. 그 표정을 보고 어떤 사람은 엄숙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약간 우울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한순간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보다 그 사람에게 조금 더 지속적으로 머물 수 있는 얼굴을 찾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얼굴을 다시 오랜 시간 그림으로 옮깁니다. 사진의 한순간에서 출발하지만,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계속 바라보고 그리면서 그 순간의 표정은 다시 시간 속에서 희석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Faces>의 얼굴은 결정적인 한순간의 표정이라기보다, 여러 시간의 관찰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얼굴입니다.”
이 모든 사유의 밑바탕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친구였던 화가 R.B. 키타이가 호크니에게 해줬다는 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이다”라는, 그가 오래 붙들어온 믿음이 있다. 개인적이라는 것은 사적인 이야기를 고백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경험과 감각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다. 특히 몸을 움직여 그리는 회화에서는 붓질 하나하나에 각자의 속도와 힘, 망설임과 판단이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으리라. 유명인의 얼굴 앞에서 대중의 기억과 선입견을 걷어내려 애쓴 이번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캔버스에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작가 자신의 시선과 손길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흔적이다.
이광호는 이번 다섯 명을 기점으로 시간을 두고 계속 얼굴들을 만날 생각이다. 50명의 얼굴을 담은 50개의 초상화가 모였을 즈음엔 사진과 회화를 나란히 걸고, 그 얼굴들을 한 공간에 모아보고 싶다는 다음 계획을 품고서. <Faces>는 아직 끝나지 않은 프로젝트다.
※ 이광호가 그린 김민하, 김성령, 김신록, 선우정아, 홍진경의 초상화는 30호 <바자 아트> 5종 커버에서 만나볼 수 있다.
behind the scenes
」작가 이광호의 연남동 작업실에서, 초상 프로젝트를 위해 아티스트 5인과 작가가 처음 마주한 그날의 장면들.
선우정아가 입은 스웨터는 Ferragamo.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홍진경이 입은 셔츠는 개인 소장품. 김신록이 입은 니트 베스트는 Cos. 김성령이 입은 블라우스는 Ralph Lauren. 김민하가 입은 니트 베스트는 개인 소장품.
사진/ 이중명(홍진경, 김성령, 선우정아, 이광호), 전의철(김민하, 김신록) 스타일리스트/ 이명선(김성령, 김신록), 이진혁(선우정아)
Credit
- 사진/ 윤송이
- 헤어/ 장하준
- 메이크업/ 장하준
- 스타일리스트/ 이경은
- 프롭 스타일리스트/ 김태양
- 어시스턴트/ 신형진, 이하늘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Celeb's BIG News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BTS, #NCT, #올데이 프로젝트, #에스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