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아이돌 클로즈유어아이즈의 탄생

왜 주목해야할까?

프로필 by 손안나 2025.04.28

K팝 신의 낯설고 새로운


눈을 감고 느끼되 명확히 직시할 것.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지금 어떤 신인 그룹도 쉽게 시도하지 못했고 시도하지 못할 일을 하고 있다.


K팝 신에서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4월에 갓 데뷔한 이 그룹은 팬들 사이에서 클유아 혹은 ‘CYE’로 불리며, 멤버는 총 일곱 명이다. 여기에 Jtbc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젝트 7>을 통해 결성됐다는 점, 3년이라는 활동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은 어쩌면 이 팀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가장 주된 요소일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201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종종 시도된 프로젝트 보이 그룹의 서사를 평이하게 따라갈 것처럼 보였다. 명확한 성공 모델이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그 선배들의 걸음을 따를 것이라는 짐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데뷔 앨범 <Eternalt>는 그 짐작과 예상을 깨부순다. K팝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장르화가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K팝 신에서 보이 그룹의 데뷔 콘셉트는 대부분 터프함과 청량함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완성되었다. 거칠고 파워풀한 느낌에 반항적인 이미지를 강조해 풋내기의 느낌을 살리거나, 청순하고 청량한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밝고 건강한 소년들의 느낌을 살리는 쪽이 대부분이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그 어느 쪽도 따르지 않는다. 타이틀곡 ‘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은 터프하지도, 청량하지도 않다. 그 외 수록곡들도 마찬가지다. 명랑한 댄스 팝도 강렬한 힙합도 아닌, 서정적인 R&B를 기반으로 둔 곡들이 대부분이다. 마냥 밝고 즐거워야 할 것만 같은 신인 그룹의 앨범에서 느리고 무거운 R&B라는 장르적 색채를 앨범의 근본으로 삼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Close your eyes/ 푸르던 여정의 끝에 서서/ 마주한 그 눈동자(‘Close Your Eyes’)”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서사에는 다른 신인 그룹의 가사에서 보기 힘든 표현이 여럿 등장한다. ‘너를 담은 이 영화에 나의 가사가 자막이 돼’에서 소년은 “고요한 조각들”과 “네 한숨을 찾아가”고, “빛바랜 장면”에서 별들을 발견한다. “허공에 뱉으면 다 전해질까(‘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를 고민하던 소년은 “내 하루에도 피할 수 없는 비가 와”서 슬펐다가도, “나만의 빗속에서 춤추는 법(‘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결심을 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짙은 어둠 번지더라도/ 날 감싸줄 그늘이라고(‘To The Woods’)” 믿으면서 “머리 위 사관 저 멀리 하늘 위로 떨어지네(‘사과가 하늘로 떨어진 날’)”라고 노래하는 순수함도 지녔다. 시작점에서 느끼는 떨림, 설렘, 두근거림과 같은 감정들을 정반대의 정서를 지닌 ‘고요’ ‘한숨’ ‘비’ ‘어둠’ ‘그늘’ 등의 언어로 담아낸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앨범은 그 자체로 K팝 신에 반전이고, 반전을 넘어선 도전이다.

일곱 명의 멤버가 모여 반짝이는 여정을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대에 부풀어 꺼지지 않을 희망을 노래하고, 청춘의 빛나는 순간을 찬미해도 모자랄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어둡고 우울한 내면을 숨기지 않으면서 남들보다 느릿한 리듬에 춤을 춘다. 그들의 팀명처럼, 눈을 감아야만 오롯이 잘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제시하고 거기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더욱 집중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를 느끼되, 절대 눈을 감지 말아야 할 이유다.

Credit

  • 글/ 박희아(대중음악평론가)
  • 사진/ 언코어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