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아트부산 2025에서 주목해야 작가는?

5월 8일부터 11일까지 벡스코에서, 놓쳐선 안 될 열두 명의 작가와 작품.

프로필 by 고영진 2025.05.04

12 HIGHLIGHTS


전 세계 20개국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 아트부산 2025에서 시선을 붙잡는 열두 작가와 작품.


<With Nautilus>, 2024, Oil on canvas, 116.8x91cm.

<With Nautilus>, 2024, Oil on canvas, 116.8x91cm.

아라리오갤러리 ARARIO GALLERY |

한국 서울·천안, 중국 상하이

안지산 Ahn Jisan

안지산은 인간 내면에 도사리는 불안과 욕망의 감정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자신이 설정한 특정 상황에 투사하여 그려낸다. 네덜란드 유학 시절 다뤘던 트라우마적 기억, 소통의 부재에서 온 외로움부터 구름, 돌산, 눈보라 등 자연 풍경 등에 몰두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 작업은 도시 속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검고 어두운 배경, 가면과 인조 가발에 가려진 얼굴, 부서진 기타, 시든 꽃을 부여잡은 손과 몸을 둥글게 만 뱀의 형상 등은 현대인들의 잠재된 불안과 두려움을 드러낸다. 현실을 묘사했지만 묘하게 조금씩 어긋나 있거나 뒤틀린 이미지들은 시각적 긴장감을 더하고, 현실에서 미끄러져버린 대상들은 태생적 불안감을 선사한다. 두껍게 올려진 물감을 통해 매체의 물성을 최대한 강조함으로써 그 긴장감과 음습함을 배가시킨다.


<VD No.10>, 2024, Acrylic yarn, acrylic, latex, jute cloth on panel, 162x65cm.

<VD No.10>, 2024, Acrylic yarn, acrylic, latex, jute cloth on panel, 162x65cm.

띠오THEO | 한국 서울, 인도네시아

황규민 Hwang Kyumin

1992년생 신진 작가 황규민은 아직 개인전을 몇 번 치르지 않았지만 홍콩, 자카르타 등 세계 무대로 자리를 넓혀 자신만의 실험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래서 불안하고 섬뜩한 경험을 뜻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언캐니(Uncanny)’ 개념이나 문화재, 문화적 예술품, 종교 시설 등 타인의 재산 등을 파괴하고 훼손하려는 ‘반달리즘(Vandalism)’을 토대로 비정형적인 작업을 벌인다. 몸의 이미지를 과감히 변형해 낯섦과 매혹을 동시에 드러내며 털실을 활용한 터프팅 기법으로 관람객에게 촉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미술품은 만져서는 안 된다는 제약에 대해 오히려 더 만지고 싶도록 충동을 유발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Ears to the Wild>, 2025, Oil on canvas, 50x50cm.

<Ears to the Wild>, 2025, Oil on canvas, 50x50cm.

탕 컨템포러리 아트 TANG CONTEMPORARY ART | 한국 서울, 중국 베이징, 홍콩, 태국 방콕, 싱가포르

본 볼프 Von Wolfe

“나의 그림은 전통 기법과 디지털 기법이 세심하게 결합되어 완성된다. 기술과 수공예의 조합은 단순한 복제품이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 감성과 터치가 녹아든 재해석된 작품임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독일 출신의 영국 화가 본 볼프는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것을 현대적 맥락으로 재구성한다. 실제로 철학을 전공했고 낭만주의 시대 독일 미술에서 표현된 ‘새로운 철학’에 깊이 매료되었다. 역사에 뿌리내리면서도 현대적인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알고리즘과 노드 기반 AI 시스템을 활용한다. AI의 사용에 대하여 예술계 안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본 볼프는 AI를 통해 디지털과 물리적 영역의 교차점을 탐색하며 관습적 제약을 넘어서고, 서로 다른 시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을 만든다.


<There are People to Love and Dishes to Do>, 2024, Acrylic, enamel, and charcoal on cotton canvas, 57x45cm.

<There are People to Love and Dishes to Do>, 2024, Acrylic, enamel, and charcoal on cotton canvas, 57x45cm.

상히읗 SANGHEEUT | 한국 서울

마이클 리키오 밍 히호 Michael Rikio Ming Hee Ho

“유머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관적이거나 어둡다고 느끼는 아주 뚜렷한 어둠의 감각을 담고 싶었지만, 사실 유머는 내 삶에서 일종의 평안을 찾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마이클 리키오 밍 히호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요소로 유머를 활용한다. “벌레처럼 등에 붙어 있다”와 같은 자기 비하적 유머부터 “얼음 조각으로 저녁을 때운다”는 암울한 현실까지. 풍자와 모순이 깃든 각 문구는 나날이 악화되는 실존적 딜레마에 대한 성찰로 기능한다. 1996년 하와이 출생의 이 젊은 작가는 바버라 크루거와 안드레아 프레이저 같은 저명한 예술가에게 가르침을 받아 다양한 상징 기호와 기성품(ready-made) 텍스트를 혼합한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마주하도록 한다.


<Aurea Aetas 1>, 2022, Gold and mixed media on wood, 80x60cm.

<Aurea Aetas 1>, 2022, Gold and mixed media on wood, 80x60cm.

마시모데카를로 MASSIMODECARLO | 한국 서울,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홍콩

밈모 팔라디노 Mimmo Paladino

밈모 팔라디노는 1960년대 후반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과 드로잉에 적을 두다 퍼포먼스와 연극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회화, 판화, 조각뿐만 아니라 에토레 소트사스, 멤피스 그룹, 마리오 보타, 렌초 피아노 등 저명한 디자이너 및 건축가들과 협업하기도 했다. 팔라디노는 남부 이탈리아의 상징적 요소를 다양한 예술 언어와 결합해 독창적이며 선구적인 예술적 접근 방식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0년대에는 트랜스 아방가르드의 주요 작가로 활동했고 1980년대에는 베니스비엔날레와 도쿠멘타를 비롯한 주요 미술 행사 및 미술관에서 전시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아트부산에 나온 작품은 비교적 최근작으로 얼굴과 손 등 단순한 요소에 인간 존재의 복잡 미묘한 본질을 담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읽힌다.


<Crazy Monster Druggie>, 2024,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198.12x182.88cm.

<Crazy Monster Druggie>, 2024,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198.12x182.88cm.

캐나다 CANADA | 미국 뉴욕

캐서린 베른하르트 Katherine Bernhardt

캐서린 베른하르트는 세인트루이스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는 미국의 회화 작가다. 그의 작품은 어린 시절 스티커 책에서부터 여행 중에 본 케첩 병까지 일상에서 접한 다양한 이미지와 핑크 팬더 같은 캐릭터를 아우르며, 이를 통해 개인적인 삶과 넓은 문화적 흐름을 기록한다. 앙리 마티스, 패턴과 장식, 운동, 피터 도이그, 크리스 오필리 등 다양한 예술적 영향이 드러나는데 특히 회화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을 강조한다. 무채색부터 선명한 인공 형광까지 폭넓게 색을 표현하는 그는 스프레이 페인트, 묽게 희석한 아크릴 물감, 투박한 붓질을 사용해 우연의 수혜를 얻기도 한다. 뉴욕 다운타운 갤러리 캐나다의 대표 작가이자 현대판 팝아트를 주도하는 ‘작가들의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Untitled>, 2014, Coal tar on paper, 54.7x79.5cm.

<Untitled>, 2014, Coal tar on paper, 54.7x79.5cm.

피에스센터 PS CENTER | 한국 서울

정현 Chung Hyun

정현은 침목과 폐자재, 고철 등 목적을 다하고 버려진 재료를 인물상과 군상으로 치환해왔다. 작가는 드로잉을 단순히 조각을 위한 습작이 아닌 조각과 동등한 매체로 대한다. 포착하기 어려운 심리적 상태, 기분, 느낌과 같은 감정의 표지를 콜타르 또는 오일 바를 사용하여 표현했다. 작가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생명력’을 드로잉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나에게 드로잉은 그리거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몰입한 상태에서 툭 던지는 것이다. 내 근육이나 내장 또는 신경에 붙어 있는 감정들이 밖으로 표현될 때에 가장 첫 번째로 드러내는 것이 드로잉인데, 이는 우선적으로 작품에서 생명력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설픔이든 거침이든 그 감정선을 캐치해내어 존중하려고 한다.”


<CROWD>, 2025, Acrylic on wood and canvas, 97x193.9cm.

<CROWD>, 2025, Acrylic on wood and canvas, 97x193.9cm.

PKM 갤러리 PKM GALLERY | 한국 서울

샘바이펜 Sambypen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10년이란 기간 동안 직접 부딪히며 했던 무수한 프로젝트가 경험과 공부가 되었다. 이제는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견고한 방향성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모나미 펜으로 시작한 작업 생활 10년을 맞아 기념 전시를 여는 샘바이펜. 대중에게 친숙한 상업 브랜드나 문화적인 사물을 패러디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며 특유의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기업 마스코트,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터넷 밈, 영화, 명화 등 현대 소비사회의 낯익은 이미지와 현상을 기발한 관점으로 뒤집고, 나아가 진짜와 가짜의 구분에 물음표를 던지는 그의 작업은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을 모토로 한다. 아트부산을 통해 최신작인 입체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Birds sing>, 2025, Acrylic on canvas, 162x162cm.

<Birds sing>, 2025, Acrylic on canvas, 162x162cm.

오케이앤피 OKNP | 한국 서울·부산

리이 Ly

일본 작가 리이는 정식 미술 교육 대신 스트리트 문화가 발전하는 과정과 함께 성장했다. 그라피티적인 일러스트, 힙합 스타일 후드를 입은 캐릭터, 스케이트보드 페인팅은 경험의 산물이다.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LUV’는 무표정하고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이끌어낸다. 또한 아무 색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색이라 해석한 검은색을 통해 작가 본인이 지향하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최근에는 딸의 조언을 받아들여 기존의 흑백 중심에서 분홍, 갈색, 노랑 등의 색채를 추가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도쿄에서 나고 자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숲과 산의 고요한 풍경에서 얻은 영감을 색으로 표현하는 추세. 스트리트 문화와 순수 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으로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Antifragile series>, Electric wire, handmade socket, bulb, 220x180x70cm.

<Antifragile series>, Electric wire, handmade socket, bulb, 220x180x70cm.

리안갤러리 Leeahn Gallery | 한국 대구·서울

이광호 Lee Kwangho

“어떻게 하면 나의 작업 방식이 그들이 보여주려고 하는 브랜드의 가치와 맞닿을 수 있을까. 각각의 브랜드를 통해 나의 작업 방향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 또한 생각해볼 수 있을까. 브랜드와 협업을 하며 얻게 된 그들의 가치와 역사를 경험하며 나의 작업에도 시간의 가치, 역사성, 유일무이한 그 어떤 것을 찾기 위하여 어떤 접근을 해야 할까.” 조 말론, 에르메스, 펜디 등 국내외 브랜드와 협업하며 작업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는 이광호가 협업을 대하는 방식이다. 작가를 대표하는 제작 기법 ‘짜기’는 어머니의 뜨개질로부터 시작되었다. 일상에서 구하기 쉬운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PVC로 작품을 만든다.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 성질을 지칭하는 ‘안티프래질’ 개념을 바탕 삼이 작업을 이어 나간다.


<Reconciliation of the Three Tyrants>, 2023-2024, Oil on Canvas, 250x190cm.

<Reconciliation of the Three Tyrants>, 2023-2024, Oil on Canvas, 250x190cm.

더블유더블유엔엔 WWNN | 한국 서울

안재홍 Ahn Jaehong

캐나다 교포인 안재홍은 베를린에 기반을 두고 활동한다. WWNN과 인연을 맺은 이후 우리나라에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작품을 그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완성될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다. “간단한 스케치조차 없이 돌입하는 작업의 특성상, 그리고 다루게 될 공간의 면적이 커지면 커질수록 결과물이 지니게 될 시각적 특성이나 내포할 주제의 가능 영역을 더더욱 확장해 놓은 상태에서 빈 캔버스 위에 장시간에 걸친 무작위적 붓질이 이루어진다.” <Reconciliation of the Three Tyrants>는 익숙한 한국 토속 신화적 아이콘들의 영역, 낯선 형상의 가상 신화 산물들의 영역, 그리고 이 두 영역을 비추는 물과 얼음의 영역으로 구분해 해석하고 표현한 작품이다.


<Jupon>, 2022, papier-mache, 50x110x5cm.

<Jupon>, 2022, papier-mache, 50x110x5cm.

이아 IAH | 한국 서울

이창현 Lee Changhyun

“의복은 노동자의 창작적 근로에서 비롯된다. 여기선 옷을 착용하는 자뿐만 아니라 생산하는 자도 묘사되었다. 인공물 중에서 의복은 생산 과정과 일생 동안 끊임없이 손을 거치고 피부와 접촉하는 가장 촉각적인 물건 중 하나이다. 어쩌면 옷들의 촉각은 스스로 노동의 중대성을 확인시키기에 근현대의 공간에 존재하는 신체들에게 근본적인 조건이 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 작업 노트 중. 이창현은 신체와 옷이 맺는 복합적인 관계를 통해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한다. 작가의 작품 안에서 옷은 단순한 피복의 기능을 넘어 개인의 삶과 사회적 맥락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옷의 형태, 주름, 봉제선,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기억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박의령은 <바자 아트>의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키보드를 두드리다 아트부산에 갈 결심을 했다.

Credit

  • 글/ 박의령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