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메시지' 감독 이반푼드와의 인터뷰
제 26회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4 _ 이반푼드 감독이 말하는 현 시대의 극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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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 이반 푼드
한 소녀가 두 명의 어른과 함께 길 위에서 살아간다. 캠핑카에 사는 아니카는 누구도 갖지 못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동물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 이 시놉시스만 보면 환상 동화를 떠올릴지 모른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을 포함해 다양한 영화제 수상을 이어온 영화 <메시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이자 가족이 되어줄 수 있는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감독 이반 푼드는 시네마에 대한 다정한 헌사로 영화를 완성했다.

하퍼스 바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작품 상영은 물론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아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 짐작해요. GV에 참석하고, 매일 극장에서 영화를 2~3편씩 보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죠.
이반 푼드 전 세계적으로 텅 빈 상영관을 자주 목격하는 요즘, 이렇게 관객으로 가득한 상영관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부산국제영화제는 전작 <더스크 스톤>으로 참석한 적 있는데 전주는 처음이에요. 전주의 젊은 에너지가 너무 좋아요. 국제경쟁 부문에 속한 대부분의 영화가 감독이 처음 혹은 두 번째 만든 영화인데 특유의 스파크가 살아 있는, 순수하면서도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려는 동적인 요소가 뒤섞인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저 역시 배우고 있어요. 영화제는 관객들이 영화의 ‘신화화를 없애는 과정(demystification)’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산업은 종종 접근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세계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이런 행사에서 감독이나 제작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하퍼스 바자 <메시지>는 내내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아니카의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죠. 하지만 영화는 소녀의 능력을 환상적으로 보여주기보다 미리암 커플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돈을 버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그 선택이 영화 초반부엔 비정하게 느껴졌는데 결국 이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방식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이반 푼드 누구나 한번쯤 동물과 대화하는 상상을 하죠. 그 생각은 우리가 세상과 연결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특이한 설정은 영화에서 하나의 축일 뿐이에요.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인 현실 안에서 이 특별한 능력을 믿든 아니든, 인물들이 나누는 유대와 감정이 ‘진짜’라는 거였죠. 마법과 현실 사이의 경계처럼, 우리가 믿는 것과 믿고 싶어하는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퍼스 바자 베를린영화제 직후 한 인터뷰에서 당신은 가족의 형태에 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거의 일치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한 적 있죠.
이반 푼드 한 인간으로서, 영화제작자로서 저는 가족의 존재를 ‘지금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아도 한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존재. 모두가 조금씩은 고독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그 여정을 함께해줄 수 있는 타인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누구든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하퍼스 바자 아역이자 주연 배우 아니카(베타니아 카파토)와 무척 친밀한 사이라고요. 어린이 배우의 시선에서 영향받은 점은 무엇인가요?
이반 푼드 영화 속 커플 중 여성 배우인 미리암(마라 베스텔리)은 제 전작에서도 함께한 배우이자 영화제작자이고, 아니카 역을 맡은 배우의 친엄마이기도 해요. 아니카는 태어날 때부터 평생 영화의 세계에 살아온 시네마 키드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어요.(웃음) 우리는 10여 명 남짓한 스태프가 10일 동안 제 고향인 아르헨티나 시골마을 엔트레리오스 지역 인근에서 마치 휴가를 떠나는 것처럼 함께 로드 트립을 하며 영화를 촬영했어요. 밤마다 실시간 편집을 해 다음 날 아침이면 모든 팀원들이 영화를 보며 토론했죠. 매우 열린 방식으로. 아니카 역시 매 순간 의견을 내며 흐름을 따라와주었어요. 유치를 빼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느 날 아니카가 “이를 빼고 싶어”라고 말했고 “좋아, 그걸 보여주자” 하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탄생한 장면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아니카의 성장을 보여주는 필수적인 장면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상황이었군요.(웃음) 영화는 장구한 로드 무비 형식을 빌려 길 위의 삶을 비춥니다. 어린 소녀의 시선에는 창밖의 풍경만이 세계의 전부처럼 보이는데, 차창 밖 풍경을 담은 미장센이 컷마다 한 장의 사진처럼 인상적이에요.
이반 푼드 영화 속 인물들은 길 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로드 무비지만 이 영화에선 목적지가 따로 없어요. 그 점이 이야기의 구조상 흥미로웠죠. “이 다음엔 뭐가 있을까?” 관객이 추측하기보다 그 자체가 삶이자 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우리의 삶은 어떻게든 헤쳐나가게 되고 계속 이어진다는 이야기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기도 했고요
하퍼스 바자 이 영화가 흑백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반 푼드 우리가 한번쯤 자라면서 봐온 1960년대 클래식 영화 속 이미지를 재현하면서도, 판타지적이고 동시에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을 이입하기 위해선 흑백이 필연적이어야 했죠. 고전 영화를 떠올리면 흑백은 환상 세계로 진입하게 만드는 손쉬운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짧은 시간 동안 배경에 강렬한 색이나 빛을 조정하는 데에도 효율적인 선택이었고요.
하퍼스 바자 당신을 처음 영화의 세계로 이끈 영화를 꼽아본다면요?
이반 푼드 웃길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쥬라기 공원>이에요. 8살 무렵 극장에서 그 영화를 보며 ‘이건 뭔가 다른 세계다’라고 생각했죠. 보자마자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품었던 것 같네요. 좀 더 자라고 나서야 내가 좋아했던 건 영화구나, 깨달았고 ‘공룡을 발굴할 수 없다면, 영화는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죠.
하퍼스 바자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극장의 의미도 변화하고 있죠. 당신에게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어떤 의미인가요? 또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이 극장에서 무엇을 발견하길 바라나요?
이반 푼드 영화에게 영화관은 가장 자연스러운 서식지예요. 저는 극장 뒤쪽에서 화면을 내려다보기보다 앞자리에서 화면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해요. 영화는 여전히 경이로운 이미지이자 움직임이기 때문이죠. 오직 그 영화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고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경험으로서 극장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공간에서 감정을 나누고 몰입할 수 있는 장소는 그곳이 유일무이하죠. 영화 제목이 <메시지>지만 제가 전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단지 “우리는 여기 있고, 아무도 우리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저 함께 존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돕고, 길을 함께 가자”라는, 그런 메시지일지도 모르겠어요.
Credit
- 사진/ 박규태(인물), 전주국제영화제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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