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세번째로 열린 바자전. 그 뜨거운 여름날의 기억 속으로

아티스트 니키 리, 엠마누엘 한도 함께 했다.

프로필 by 김경후 2025.08.22

ART BETWEEN US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던 8월의 어느 날, 세 번째 바자전의 개최를 축하하는 프리뷰 파티가 열렸다. 삼복더위마저 잊을 만큼 황홀했던 그날의 조각들을 지금 만나보자.


지난 8월 7일, 30년간 예술을 조망하며 자리를 지켜온 성곡미술관에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자>가 세 번째로 선보이는 현대미술 전시, ≪바자전: IN-BETWEEN≫(이하 바자전)의 오픈을 기념한 게스트 맞이가 한창이었기 때문. <바자>는 지난 2년간 회화·조각·영상·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가의 시선을 다각도로 조명해왔다. 세 번째 바자전은 아티스트 니키 리, 크리스틴 선 킴, 엠마누엘 한이 자신만의 예술 언어로 ‘사이 감각’을 탐구했다. 영상과 사진, 회화로 구성된 이번 전시를 통해 세 명의 작가는 경계와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니키 리의 영상 작업 <Scenes>. 전시장 3층에 자리한 설치 공간. 엠마누엘 한. 관람객을 맞이하는 입간판. 니키 리. 크리스틴 선 킴의 목탄 드로잉 연작 .

먼저, 성곡미술관 2관의 1층 전시장에서 니키 리의 작품 <Scenes>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16개의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16개의 입맞춤 장면이 계속되는데, 암실처럼 어두운 전시장에선 오직 흑백 영상의 불빛만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관람객은 작가가 말하는 ‘삶의 맹목성’을 마주하며 존재의 쓸쓸함과 외로움 등 미묘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계단으로 이어진 2층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크리스틴 선 킴의 드로잉 연작 5점 <More Than One Time>과 3점의 영상 작품 <Find Face> <LOOKY LOOKY> <Cues on Point>를 만나볼 수 있다. 선천적인 청각장애가 있는 크리스틴은 ‘수화’라는 신체적 언어를 시각화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가 맞이한 현실 세계의 소통은 언제나 분노와 좌절을 동반하지만 작가는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는다. 2층 전시 공간을 돌아 나와 3층으로 향하면 사진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엠마누엘 한의 공간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대표작 <American Fever> 연작의 신작을 공개하며, 관람객에게 ‘지금 우리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 질문한다. 전시장 한편에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세트장처럼 조성된 설치 공간이 작가의 사진을 물리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가 파티를 즐기고 있다. 프리뷰 파티를 즐기는 니키 리. DJ 보이비.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가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산뜻한 과실 향과 섬세한 버블의 뵈브 클리코 브뤼 옐로우 레이블 샴페인. DJ 한현민. (왼쪽부터) 싱그러운 향을 간직한 덕혼 디코이 샤도네이 23, 덕혼 디코이 페더웨이트 소비뇽블랑 23 화이트 와인.

전시를 관람한 게스트들의 종착지는 성곡미술관의 시그너처 공간인 ‘조각 공원’이다. <하퍼스 바자> 로고가 새겨진 블루 오간자 행잉이 길목마다 여름의 향기처럼 나풀거리며 관람객을 안내했다. 3년간 바자전 파티를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입소문 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바자전이 케이터링 맛집이라는 것. 올해도 파티에 즐거움을 더하는 다양한 술과 음료, 여기에 함께 곁들이면 좋을 음식과 과일이 준비되었다. DJ 한현민, 보이비, 드레인케이는 감각적인 사운드로 여름 하늘을 수놓으며 파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해가 저물고 더위가 사그라진 조각 공원에는 파티를 즐기는 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사람들은 전시의 여운과 함께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서로 공감하며 공존했다. 예술과 음악과 술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했던 그날, 세 번째 바자전의 빛나는 순간들을 지금 만나보시라.

게스트를 위한 <바자>의 선물. 엠마누엘 한이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며 게스트를 이끈 오간자 행잉 묵직한 질감이 일품인 경탁주 12도. 노르웨이의 자연을 담은 바니스뉴욕 퓌레스달 워터. 조각 공원을 밝힌 <바자> 네온 사인. (왼쪽부터) 갈증을 달콤하게 해소시키는 산펠레그리노 아란시아타 로싸, 아란시아타.

Credit

  • 사진/ 유동군, 진소연, 이효진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