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마이애미 전시 참여 작가, 유리 공예가 이태훈의 작업실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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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WE COME_이태훈
디자인 마이애미가 한국에 처음 상륙한다.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에 참여하는 다섯 작가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것들.
이태훈 Lee Taehoon
유리 파편이 날뛰고 물에 젖은 신문지가 열기를 못 이기고 재와 연기를 뿜어대는 거친 작업장 안에서 이태훈은 자연을 그린다. 산책길에서 마주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선과 유려한 색으로 유리에 불어넣는다.

Lee Taehoon, <A Red Cloud in the Sky>, 2025, Glass-Blown, sandblasted and acid polished, 43x43x32cm. <A Cloudy Sky (Ruby Purple)>, 2025, Glass-Blown, sandblasted and acid polished, 41x41x35cm.
디자인 마이애미를 위해 내놓은 두 작품은 이전 작품에 비해 더욱 풍성해진 색이 눈에 띈다.
내 작품은 자연으로부터 시작된다. 파도가 칠 때 올라오는 거품, 해가 바다에 비칠 때 반짝이는 윤슬이나 잎맥, 잔디 같은 것. 한동안 민들레 홀씨에서 영감을 받아 가로세로 직선을 촘촘하게 넣은 작업을 해오다 변화를 주고 싶었다. 작년부터 시작한 작업은 흘러가는 구름과 변화하는 하늘의 색에서 영감을 얻었다. 변화되는 선의 시작인 작품이라 그 과정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도예 기술로 유명한 중국 징더전 지역에서 레지던시를 마쳤다. 새로운 작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
작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징더전에 머물렀다. 혼자 있다 보니 변화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많았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웠다. 비가 퍼부었다, 해가 쨍쨍했다 변화무쌍했다. 그럴 때마다 하늘의 색이 변화하는 게 굉장히 아름다워 사진을 찍어 모았다. 아침과 일몰, 조명을 받은 도시의 색, 흘러가는 구름의 비정형적인 모습까지 눈에 새겼다. 전체적인 형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회화로 치면 캔버스의 모양은 같은 것이다. 구름은 멀리서 보면 큰 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얼기설기 패턴으로 엉켜 있다. 그 자연의 모습을 옮겨왔다.

유리공예는 다른 공예 학부에 비해 국내에서 뒤늦게 조명된 분야다. 기법을 터득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유리를 배우려고 대학에 진학했고 블로잉을 접했다. 너무 어려웠지만 막연하게 잘하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기술에 연연하지 말고 유리를 재료로 받아들이고 콘셉트에 중점을 두라고 했지만 내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려면 숙련된 블로잉 기술이 필요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의 시설 관리자로 일했다. 12시간 이상 학교에 머물면서 선배와 교수님, 다른 동료들이 하는 작업을 돕고 보면서 배웠다. 졸업반 때도 유리 관련 업체에서 일하면서 일본에서 오신 선생님의 작업을 곁에서 지켜봤다. 지금 이 작업실 안에 있는 가마와 벤치 같은 설비를 직접 다 만들었다. 전기와 가스 배관 설치, 환기 시스템까지 모든 걸 공부하면서 실전으로 쌓아왔다.
하나의 오브제를 만들기 위해 1200℃의 뜨거운 가마에서 나온 유리를 입으로 불어 만드는 블로잉 기법을 따른다. 북유럽, 이탈리아 지역의 장인들이 행하는 전통적인 방식 안에서 본인만이 쌓은 특색이 있다면.
전반적인 기법이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 섬에서 시작돼 미국과 일본으로 퍼진 것이다. 내 작업에서 주로 쓰는 기법은 색유리 덩어리를 아주 얇게 뽑아 선을 만들어 그 선으로 패턴을 생성하는 케인 기법이다. 색유리를 가마에 미리 녹여 놓아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어 초록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파란색과 노란색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녹색으로도 보이게 하는 것이다. 비율을 엄격하게 맞춰야만 성공할 수 있는 세밀한 작업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존중받아야 할 전통의 방식을 따라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 놓는다고 볼 수 있다.
유리라는 까다롭고 예민한 소재를 탐구하면 할수록 깨닫게 되는 단 하나의 믿음이 있다면 무엇인가?
녹아 있는 유리의 물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유리가 움직이는 흐름에 맞춰서 작업을 해야 한다. 몸에 힘을 빼고 호흡하듯, 하지만 중력과 원심력을 이용해 모양을 변화시키려면 오랜 시간 실력을 연마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실력이 늘어 있고 안 되는 게 딱 될 때가 있다. 성취감이 너무 좋은데 그 순간을 만끽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래프가 올라가다가도 정체되고 끝이 없다. 매일 하던 것도 자칫하면 망해버린다. 가마 문을 열었을 때나 후가공 때 얼마든지 깨질 수도 있다. 완성이 될 때까지 완성이 아니다. 하지만 이 솔직함이 얼마나 순수한가. 말 그대로 투명한 유리를 대할 때 거짓 없는 존재와 마주하는 기쁨이 있다.
※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Design Miami. In Situ)’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Illuminated: A Spotlight on Korean Design)»는 9월 2일부터 14일까지 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열린다.
Credit
- 글/ 박의령
- 사진/ 전의철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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