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 크래프트 수상자, 정다혜 작가가 디자인 마이애미 전시에 참여한다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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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WE COME
디자인 마이애미가 한국에 처음 상륙한다.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에 참여하는 다섯 작가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것들.
정다혜 Jung Dahye
정다혜는 말총을 섬유의 범주로 사용하지 않고 마치 벽돌을 쌓듯 직조한다. 한 가닥 한 가닥 유연하던 말총은 서로 엮여 끝내 단단한 입체 오브제가 된다. 잊혀져가던 소재와 공예를 현대로 가져와 성실하게 이어가는 중이다.

Jung Dahye, <Drift as You Are>, 2025, 갈색, 흰색, 검은색 말총, 130x60x20cm.
말의 갈기이자 꼬리 털인 말총은 공예 재료로 생소하고 다루기 어려운 소재다. 실낱 같지만 탄성을 지닌 말총만이 가진 특성이 작업의 바탕을 이룬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말과 가까웠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대학원에 들어가 섬유를 공부하다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말총이라는 소재를 다시 만났다. 겉모습은 실처럼 연약해 보이지만 탄성을 이용해 입체를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지점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말총으로 머리에 쓰는 탕건이나 망건을 만드는 일이 보편적이었다. 체모가 입체가 되어 쓰임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발상의 전환이지 않나. 전통이 거의 사라진 지금에도 그 특성의 매력은 여전하다. 플랫한 작업에 대한 질문도 자주 받는데 입체가 아니라면 굳이 말총보다는 자수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입체가 아닌 작업의 방향에 대해 아직은 당위나 해답을 못 찾았다.
지난 2022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에서 한국인 최초로 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이자 대표작인 <성실의 시간>이라는 작품 이름처럼 촘촘하고 섬세한 직조 방식에 최근 변화가 보인다.
기법적으론 같다. 예전에는 말총으로만 고리를 감았다면 이제는 고리와 고리 사이에 말총 다발을 끼워 넣는다. 말총만으로 직조할 때는 작은 고리가 네 기둥이 되게끔 하려면 간격도 굉장히 세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한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지금은 고리 사이에 말총 다발이 들어가니 간격 자체가 넓어지고 형태 자체도 조금 더 단단하게 잡아줄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 직조 방식보다는 형태의 자유로움에 대한 고민이 더 깊다. 내 작업의 기본 방식은 원하는 모양의 나무 틀을 만든 다음 말총을 엮어 한 번에 완성하는 것이다. 나무틀을 타원형으로 만들었을 경우 결과물은 그대로 타원형이 나온다. 최근 기존 나무틀의 일부 형태만 취하는 방식으로 바꿔보고 있다. 반구 형태를 만들어 몇 겹씩 겹쳐보기도 하면서 스스로 엄격하게 세워둔 입체의 정의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디자인 마이애미에 출품한 작품 중 하나는 조명이다. 말총과 빛의 속성을 엮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사람 머리카락도 햇빛에 닿으면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말총도 자체에 빛을 머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초창기에 공예를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펀딩을 열어 모빌을 만들어본 적도 있다. 기능적인 것에도 관심이 많아 디자인 페어라는 기회에 좀 더 과감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조명 모양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점점 거기에서 벗어난 모습에 욕심이 났다. 아직 최종 완성 전이지만 말총을 레이스처럼 짠 갓에 광원을 비추거나 그런 뉘앙스의 작품이 될 것이다.
집 한편에 작업실을 만들고 매일 일정 시간 작업한다. 7년 전 말총 공예를 시작했던 순간부터 공예를 일상처럼 이어오고 있다.
말총과 나를 동일시하며 작업한다. 제주도에 작업실이 있지만 집에서도 매일 돌보고 가까이하지 않으면 어색한 사이다. 말총은 이만큼 했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것 같은데도 하다 보면 매년 조금씩 확장되어 있다. 그런 면을 발견할 때마다 나도 그때와는 다른 사람이 된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한 학년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아는 게 조금 많아지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생각의 깊이와 존중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 자라 있다. 털 한두 가닥으로 보자면 하찮은 것인데 그중에서 부드럽고 두께가 적당한 것들을 소중하게 고르는 내가 어떨 때는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다가도 내 손으로 완성한 오브제가 최초와는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지고 저만의 이야기를 지닌 채 살아간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다. 하루 종일 말총과 나 둘만 있는 시간이면 자연스레 나를 돌아보게 된다. 사람들과 섞여서 깔깔거리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휩쓸릴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여러 가닥 말총이 모여 형태를 갖는 것에서 받은 감명이 결국은 내 삶도 바꿔 놓았다.
※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Design Miami. In Situ)’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Illuminated: A Spotlight on Korean Design)»는 9월 2일부터 14일까지 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열린다.
Credit
- 글/ 박의령
- 사진/ 전의철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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