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서울에서 볼 수 있는 6개의 전시
바스키아부터 갈라 포라스 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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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ST

Basquiat, Great Jones Street. ⓒ Lizzie Himmel
THE ICON
20대 후반에 요절한 장 미셸 바스키아의 예술세계를 기호와 상징의 관점에서 접근한 전시가 펼쳐진다. 바스키아는 1970년대 말에 그라피티 그룹 SAMO를 조직해 스트리트 아트로 출발했다. 1980년대 초, 뉴욕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8년 동안 무려 3천여 점의 작품을 남겼으며 자유와 저항의 에너지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천재 아티스트로 인정받았고, 사후에는 영웅을 모티프로 삼은 자신의 작품처럼 불멸의 아이콘이 되었다. 202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983년 작품 <엘 그란 에스펙타쿨로(더 나일)>가 6천771만 달러에 팔릴 정도로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이번 전시는 <무제(Untitled)>(1986), <에슈(Exu)>(1988)를 비롯해 회화 33점과 노트북 페이지를 포함한 220여 점을 통해 초기부터 말년까지의 작업을 망라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의 창작 과정을 담은 <The Notebook, 1980-1987> 8권 전량이 국내에 첫 공개된다는 점이다. 바스키아가 직접 작성한 노트를 통해 그의 관심사와 예술적 항로를 엿볼 수 있다.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을 9월 23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날 수 있다.

Woo Hannah, <Muscled Bloom>, 2025, Fabric, cotton, wire, steel pipe, 82x90x73cm.
회복하는 몸에 대하여
2023년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의 첫 수상자는 우한나였다. 전시장 천장을 수놓은 작품 <더 그레이트 볼룸>은 여성의 가슴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형태로 프리즈 서울의 얼굴이 되었다. 작년 가을,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에선 몸속의 장기가 탐스러운 포도송이처럼 군집을 이룬 모습을 형상화한 <복부-포도>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듯 우한나는 패브릭을 주재료로 조각과 설치 작품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8월 27일부터 9월 27일까지 지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개인전 «품새»에서는 그간 구축해온 신체적 변이와 감정적 균형의 작품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 제목인 ‘품새’는 전통 무술의 수련 방식으로 파괴와 생성, 고정과 유동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몸의 움직임을 반영한다. 생성과 소멸의 균형을 찾아가는 존재의 운동성을 통해 작가의 예술적 태도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대표작 <블리딩>과 <밀크 앤 허니> 시리즈가 보여주듯 작가는 줄곧 진화와 퇴화의 경계에 선 생명들을 탐색해왔다. 불완전함 속에서 중심을 찾아가는 몸의 태도는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주장한 ‘동적평형’을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변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힘이야말로 생명체의 본질이다.

박민하, <Forecasting Dark Corners>, 2024, 180x200cm.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작가들의 프리즘
송은은 각인각색의 그룹전 «파노라마(PANORAMA)»를 준비했다. 공통의 테마를 제시하기보다는 주제와 형식의 제한 없이 선정한 작가의 역량을 명확히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8팀의 참여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부 세계를 감지하고 그로부터 생기는 긴장과 간극을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1층 로비에서 에어컨을 해체하고 재조합한 최고은의 작품으로 출발해 2층에서는 김민애가 <은둔자>를 확장한 작업으로 이중적인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마주 보고 설치된 이주요의 <Love Your Depot> 연작은 공공미술의 존립 방식을 재고한다. 3층에서는 한선우의 페인팅과 조각이 파편화된 신체와 인공 구조가 뒤섞인 이미지를 생산한다. 지하 2층 보이드 공간으로 내려가면 이끼바위쿠르르의 작품이 자연과 유기적으로 호응하는 미륵의 존재를 다시 환기시킨다. 이와 함께 헤드폰을 착용한 채 전시장을 이동하는 권병준의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이 시각적 감각을 대체하는 환경을 구성한다. 8월 22일부터 10월 16일까지 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다채로운 프리즘을 제안한다.

Adrian Villar Rojas, <The End of Imagination VI>, 2024, 482x420x260cm. 유기적 디지털 생태계의 실시간 시뮬레이션과 유기물·무기물·인공물·기계 생성 물질이 층층이 결합된 복합체.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 설치 전경, 2024.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by Jörg Baumann
종말의 풍경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는 공간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 개입하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2016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벽돌 농장> 시리즈의 일환으로 가마새 둥지(진흙으로 제작)를 안양시 곳곳에 설치했고,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광주극장에서 DMZ를 소재로 한 <별들의 전쟁>을 촬영했다. 최근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의 생태학 전시 «댄싱 위드 올»에 참여했던 비야르 로하스가 디스토피아적인 설치 작품을 아트선재센터에서 선보인다. 그는 우주적 상상력으로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기념비적 조각이자 실험의 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인류가 직면한 위기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와 맺는 관계를 연구한 <상상의 종말> 시리즈를 중심으로, 장소 특정적 작업을 미술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전관에 걸쳐 전시한다. 2022년, 버추얼 조각을 넘어 물리적 조각으로 구현된 이 작품은 수공예와 기계 지능을 결합한 유기적인 구조물로 금속, 콘크리트, 자동차 부품, 재활용 플라스틱 등의 재료를 한데 모아 기이한 형상을 빚어냈다. 인류의 종말과 인류세 이후를 고민하는 비야르 로하스의 «적군의 언어»는 9월 3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계속된다.

갈라 포라스-김, <6 Balanced Stones>, 2025, Colored pencil and flashe on paper, 152.4x182.8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Studio Gala Porras-Kim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A Natural Form
콜롬비아-한국계 작가 갈라 포라스-김은 과거의 유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역사적인 맥락과 조건을 미술의 언어로 다루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23’ 후보에 선정되면서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를 통해 전북 고창에 위치한 고인돌을 세 가지 방식으로 보는 관점을 제안했다. 작년 초에 리움에서 선보인 전시 «국보»에서는 남북한의 국보를 책가도 형식을 활용해 한자리에 모았다. <국보 530점>은 1930년대 조선총독부가 지정한 보물 목록으로 거슬러 올라가 문화유산의 의미를 탐색하는 야심 찬 작업이었다. 특히 역사를 서술하고 독해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문제를 제기하며, 여러 인위적인 맥락에서 무형의 유산이 규정되고 관리되는 방식에 집중해왔다.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 미술관과 협업해 그들의 소장품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포라스-김이 국제갤러리 개인전 «Conditions for Holding A Natural Form»으로 돌아온다.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해 자연에 자의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관습을 탐구한다. 그는 여전히 전통적인 페인팅이 아니라 쉽게 접근 가능한 방법론으로 드로잉을 활용한다. 9월 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전종혁은 프리랜스 에디터다. <바자 아트>를 위한 전시 ‘리스트’를 작성한 후 한 곳도 빠짐없이 미술관 순회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Credit
- 글/ 전종혁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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