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보테가 베네타 2026 겨울 컬렉션, 루이스 트로터가 보여준 밀라노의 관능

보테가 베네타, 인트레치아토 너머로 확장된 장인정신

프로필 by 서동범 2026.03.21

BRUTALISM AND SENSUALITY


밀라노의 엄숙함과 오페라의 열기 그리고 관능・・・. 지난 시즌, 브랜드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통해 하우스 유산에 경의를 표하며 성공적인 데뷔 컬렉션을 선보인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 이번 시즌에는 젠더와 세대를 아우르며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인정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런웨이에 펼쳐진 그 두 번째 대화.


다채로운 소재를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퍼의 질감으로 구현해낸 룩들이 인상적이다. 다채로운 소재를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퍼의 질감으로 구현해낸 룩들이 인상적이다. 다채로운 소재를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퍼의 질감으로 구현해낸 룩들이 인상적이다. 다채로운 소재를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퍼의 질감으로 구현해낸 룩들이 인상적이다.

보테가 베네타 2026 겨울 쇼의 피날레 장면. 런웨이 의자로 사용한 가구 디자이너 맥스 램의 설치작품 ‘421 체어스’. 유려한 곡선과 볼륨이 가미된 구조적인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오프닝 룩.

아직 겨울의 찬바람과 무거운 공기가 느껴졌던 2월 밀라노의 밤. 팔라초 산 페델레(Palazzo San Fedele)에 자리한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본사 공간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지난해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인상적인 데뷔 컬렉션을 선보인 루이스 트로터의 두 번째 쇼인 보테가 베네타2026 겨울 컬렉션이 이곳에서 펼쳐졌다. 19세기 오페라 극장으로 사용했던 웅장한 공간이 은은한 조명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래커 마감 기둥과 붉은 카펫 위에는 영국 가구 디자이너인 맥스 램(Max Lamb)의 설치작품 ‘421 체어스’로 가득 채워졌다. ‘브루탈리즘과 관능미 사이의 대화’라는 쇼 노트 문구처럼, 1년여의 시간 동안 밀라노 곳곳에서 영감을 받은 루이스 트로터는 차갑고 육중한 콘트리트 건축과 구조물 사이로 이탤리언의 부드러운 관능미에 주목했다.

아티스트 그룹 사운드워크 컬렉티브(Soundwalk Collective)와의 협업 음악이 엄숙하게 공간을 채웠고, 이어 쇼가 시작됐다. 보테가 베네타 특유의 건축적인 실루엣에 ‘부드러움’을 더한 이번 시즌. 유려한 곡선과 볼륨이 가미된 구조적인 테일러링의 오버사이즈 코트 룩을 선두로 모노톤의 블레이저 재킷과 드레스 등에 니트 비니를 꾹 눌러쓴 모델들이 런웨이를 빠르게 유영했다. 라펠과 칼라는 과감히 생략했고, 낮은 허리선과 긴 소매 디자인의 독특한 실루엣 그리고 벨벳, 악어 가죽, 모헤어 등의 다채로운 소재가 어우러진 룩들은 은은한 관능미를 자아내며 밀라노의 차가운 건축물과 그 사이를 오가는 유연한 실루엣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에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드레스에는 마치 아버지의 오래된 구두를 빌려 신은 듯한 투박한 남성용 더비 슈즈를 매치했고, 할머니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 같은 섬세한 액세서리와 플로럴 장식의 로퍼 등 젠더와 세대를 아우르는 룩이 런웨이에 이어졌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쇼 중반부터 쏟아진 다채로운 트렌치코트와 아우터다. 클래식한 실루엣 곳곳에 자리한 인트레치아토 디테일은 로고 없이도 하우스의 정체성을 드러냈고, 특히 가죽 소재의 육중한 패디드 트렌치코트는 공예적 정교함을 더하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여기에 하우스의 정수인 장인정신은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컬렉션에 힘을 실어주었다. 컬렉션 후반부에 등장한 필 쿠페(fil coupé), 니트·실크·테크니컬 섬유 등을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퍼(fur)의 질감으로 구현해낸 다채로운 컬러의 룩은 단연 이번 컬렉션의 하이라이트. 이는 직물의 요소들을 재해석해 자연의 질감으로 변주한 뒤 의류는 물론 백과 슈즈, 액세서리 전반에 녹아들었다. 또한 지난 시즌에 이어 등장한 유리섬유를 특수 가공한 파이버 글라스 프린지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쇼에 리듬감을 더했다. 인공적인 기술로 자연의 질감을 재현한 이 디테일은 루이스 트로터가 지향하는 혁신적인 공예 정신의 핵심이라고. “이번 컬렉션을 사람의 마음과 정신, 그리고 손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작업에 바칩니다.” 하우스의 유산에 경의를 표하고, 밀라노의 영혼을 탐구해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시대를 연 루이스 트로터. 밀라노의 밤을 뜨겁게 물들인 이번 컬렉션은 도시의 정체성과 하우스의 기술력 그리고 장인정신이 만나면 어떤 예술적 경지에 이르게 되는지 완벽하게 보여준다.

Credit

  • 사진/ ©️ Bottega Veneta, White background Photographer James King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