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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 키우는 법,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는 멘탈 만들기

버티는 대신 회복하는, 지금 필요한 회복탄력성

프로필 by 이슬 2026.03.29

THE POWER OF RECOVERY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버티며 맞서든, 정면으로 받아내든, 그 충격과 부담은 매번 가볍지 않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상처 받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각자의 내면 속에 이미 존재한다.


왜 지금 회복탄력성인가

영어로 리질리언스(resilience)라 불리는 회복탄력성은 원래 물리학에서 쓰이던 용어다. 외부의 충격을 받아도 부서지지 않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성질을 가리킨다. 이 개념이 인간의 마음 상태를 설명하는 의미로 확장되며 심리학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건 대공황부터다. “임상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은 근성이나 유능함과는 다른, 상처 받더라도 다시 회복하고 적응해 나가는 유연한 힘입니다. 대공황 시기 빈곤이나 부모의 장애 등을 겪은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쓰이기 시작했어요.” 회복탄력성을 연구하는 오차노미즈여자대학 연구원이자 임상심리사 히라노 마리의 설명이다. 이 용어는 9·11 테러와 대규모 자연재해 이후 널리 퍼졌다. 압도적인 위협과 상실 앞에서 ‘강인함’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극복의 힘을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 회복탄력성이 다시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연재해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고난을 마주한다. 개인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사회 구조에 상처 받고 고통 받는 이들이 늘면서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회복력은 상처받지 않는 태도도, 원래대로 돌아오는 힘도, 그저 참아내는 것도 아닙니다. 무너지고 상처 받으면서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힘입니다.” 임상심리사 미타라시 가나도 히라노 마리와 같은 의견을 피력한다. “회복한다는 건 물리학에서 쓰이는 것처럼 예전의 활기찼던 본래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니에요. 과거를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요. 좌절과 괴로움을 거쳐 치유의 상태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상처 받은 나와 회복한 내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거죠.”

히라노 마리는 회복탄력성을 단순히 ‘높다, 낮다’의 척도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회복하고 적응해 나가는 방식은 사람마다 달라요. 상황도, 가치관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멘탈이 약하니까 강해지고 싶다’가 아니라, 내가 어떤 상황에서 다시 일어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각자에게 맞는 회복탄력성이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히라노 마리는 회복탄력성을 잘 발휘하는 사람의 특징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부정적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깊이 들여다보는 태도, 필요에 따라 생각의 틀을 바꾸는 유연성, 그리고 상황을 넓게 바라보는 시야다. “회복탄력성은 타고난 성격과 자라온 환경 모두의 영향을 받습니다. 낙관성, 사교성, 행동력처럼 바꾸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사고방식이나 자기 이해, 타인과의 관계처럼 노력으로 키울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지금 갖추지 못했더라도 얼마든지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성과 압박, 관계에서 오는 소진까지. 한국 사회에서도 회복탄력성은 중요한 화두다.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재현은 이렇게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스프링처럼 무조건 더 높이 튀어 오르는 힘이 아닙니다. 바람에 휘어도 완전히 꺾이지 않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 나무의 유연함에 가깝죠. 힘들었던 사람이 다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람을 만나고, 자기 자신을 덜 몰아붙이게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회복입니다.” 한국에서 회복탄력성 개념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주환의 저서에서는 여기에 성장의 관점을 더한다. 실패와 좌절이 오히려 회복탄력성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고난은 마음의 근력을 단련하고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을 키워 마음을 돌보는 방법

끊임없는 스트레스로 에너지가 고갈되고 몸에서도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회복 방식이 필요하다.


1 혼자서 끌어안지 말고 의존할 곳을 찾는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목표는 무한 긍정이 아니라 밥을 못 먹고, 잠을 못 자고, 웃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일상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미타라시 가나의 말에 히라노 마리도 덧붙인다. “자신감을 잃고 힘이 부족할 때 억지로 마음을 단련하려 하지 않아도 돼요. 마음이 약해도 살아갈 힘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회복탄력성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고민이나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타라시 가나는 이렇게 지적한다. “‘자기긍정감’이라는 말이 본래 의미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감정도 문제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괜찮다’며 버티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들 때는 친구나 전문가에게 의지하세요.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평소 자신에게 잘 맞는 심리상담사를 미리 찾아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진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지은도 강조한다.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를 의지로 해결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역경도 부상과 같습니다. 인대 손상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골절은 치료가 필요하죠. 골절을 방치하면 뼈의 모양과 기능이 모두 무너집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버티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회복탄력성은 혼자 키우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힘이니까요.”


2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히라노 마리는 살아 있다는 건 상처 받고 회복하며 버텨온 증거라고 말한다. “나는 강하지 않고 아무 가치도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지금까지 힘들었던 경험 속에서 내가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신재현은 힘든 날일수록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이름을 붙여보는 연습을 권한다. “‘지금 나는 불안하구나’ ‘서운하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감정에 휩쓸리는 정도가 줄어듭니다. 자기 자신에게 쓰는 언어를 바꾸는 것도 중요해요.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들은 힘든 순간에도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아요. ‘왜 이것밖에 못해’ 대신 ‘지금 많이 지쳐 있네,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히라노 마리도 덧붙인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말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응원 받는 환경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힘이 생깁니다. 집과 직장 밖으로 관계를 넓혀보세요.”


3 타인과 연결될수록 회복탄력성은 강해진다

“회복의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결국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그게 누구를 위한 말이야?’ ‘그건 강요 아닌가?’라고 공감해주고 때로는 함께 화낼 수 있는 사람, 내 노력을 알아봐주고 ‘나는 안 돼’라는 생각을 흔들어주는 친구와 가족, 커뮤니티가 곁에 있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히라노 마리가 말한다. 그렇다면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사람마다 회복하는 방식은 다 달라요. 힘들어 보여도 나름의 방식으로 잘 버텨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방식을 믿고 억지로 등을 떠밀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어? 정말 대단하다, 많이 힘들었겠다’라고 그 사람의 경험을 받아들이고 격려해 주세요. 무엇보다 ‘나는 네 편이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오늘 내가 해낸 일을 기록한다

자신의 숨겨진 회복탄력성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히라노 마리의 연구실에서 고안한 ‘해낸 일 리스트’다. “도전한 것, 즐거웠던 일 등 소소하게 ‘해낸 일’을 기록하는 거예요. 아침밥을 먹었다, 잘 잤다, 청소를 했다처럼 사소한 일상도 충분합니다. 나 자신의 일뿐 아니라 친구, 가족, 반려동물과 나눈 시간까지 적어보면 내가 가진 자원을 발견하기 쉬워집니다.” 해낸 일을 스스로 알아보고 인정하는 습관은 회복탄력성의 씨앗을 심는 일과 같다. 실제로 성인 150명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매일 ‘해낸 일’을 기록하게 했더니, 회복탄력성이 낮았던 사람들의 회복력과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5 몸의 감각을 되살리면 마음이 보인다

스트레스에 오래 노출되면 몸의 감각이 무뎌진다. 미타라시 가나는 이렇게 말한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통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나거나, 힘든지조차 모른다면 위험 신호입니다. 몸의 감각을 되살리려면 욕조에 들어가 따뜻함을 느껴보고, 밥을 먹을 때 음식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것도 천천히 의식해 보세요. 발바닥을 바닥에 꾹 눌러 단단함과 온도를 체감해보는 것도 좋아요. 몸의 감각에 조금씩 민감해지면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쉬워지고 행동도 달라집니다. 특정 사람을 만날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면, 그 자리를 피하거나 술자리를 거절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지죠.” 거창한 명상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이 순간 내 몸이 무엇을 느끼는지 잠깐 살피는 것, 그 작은 집중이 마음과 몸의 연결을 되살리는 첫걸음이다.


사람마다 회복하는 방식은 다 달라요. 힘들어 보여도 나름의 방식으로 잘 버텨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경험을 받아들이고 격려해 주세요. 무엇보다 ‘나는 네 편이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낸 일 리스트

일·아르바이트

□ 출근을 했다

□ 전화를 했다

□ 서류를 제출했다

식사·요리

□ 아침을 먹었다

□ 과자를 참았다

□ 누군가를 위해 밥을 차렸다

수면·기상

□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 쾌적한 수면을 했다

□ 휴일에 일찍 일어났다

가사·잡무

□ 쓰레기를 밖에 내놨다

□ 청소를 했다

□ 세탁을 했다

친구·인간관계

□ 연락을 했다

□ 친구와 놀았다

□ 기분을 타인에게 전했다

일상생활

□ 산책을 했다

□ 운전을 했다

□ 투표를 했다

가족·아이·반려동물

□ 가족을 위한 행동을 했다

□ 아이를 돌보았다

□ 반려동물을 산책시켰다


출처: 히라노 마리 외 <회복탄력성을 지탱하는 작은 ‘해낸 일’ 리스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임상상담센터 정기 간행물)를 참고로 작성


Credit

  • 글/ Eri Kataoka
  • 번역/ 박미정
  • 사진/ Getty Images
  • 도움말/ 신재현(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김지은(진심정신건강의학과)
  • 참고 서적/ <회복탄력성: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마음 근력의 힘>(김주환)
  • 어시스턴트/ 천유경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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