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안성기 특별전이 열리는 이유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에서는 영화라는 세계 안에서 꿈꾸는 듯한 안성기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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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의 얼굴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1월 고인이 된 배우 안성기를 기리는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를 선보인다. 우리가 몰랐던, 위대한 배우의 또다른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자리.
배우 안성기의 작품세계를 영화 몇 편으로 조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7편의 안성기의 작품을 꼽아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를 마련한 건,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거나 너무 빨리 잊힌 영화 속에서 그를 다시 발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1980년대 청춘의 초상과 1990년대 중년의 삶을 담아낸 <기쁜 우리 젊은 날>, <남자는 괴로워>(1995), <잠자는 남자>(1996)는 반드시 스크린에서 볼 필요가 있다. 상실과 결핍을 초월한 듯한 모습. 이 영화들에서 안성기는 한마디로 '꿈꾸는 남자'를 연기한다. 이 시기의 한국영화가 주로 욕망과 좌절로 점철된 인물을 선호했다면, 세 편의 영화는 이와 달리 일상 속 소시민의 얼굴을 보여준다.
<기쁜 우리 젊은 날>
돌이켜 보면 <기쁜 우리 젊은 날>은 ‘원조’ 순수 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혜린(황신혜)을 향한 영민(안성기)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재회와 이별로 묘사한다. 배창호 감독은 어수룩해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내세워 신파로 빠지지 않은 채 호소력 높은 대중 영화를 완성했다. 엄혹한 시절, 스크린 속의 청춘 군상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도파민이 과다 분비된 것처럼 열광적이었다. 그래서 안성기가 선보인 나약하고 무기력하지만 사랑을 포기 못하는 남자의 모습이 보다 진솔하게 다가왔다. 더욱이 꽃미남 배우가 아니라서 영락없이 사랑을 꿈꾸는 남자로 보였다. 덕분에 1980년대 순애보 하면 약간은 얼이 빠진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잠자는 남자>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영화는 오구리 코헤이 감독의 <잠자는 남자>다. 일본 군마현이 인구 200만 명을 돌파한 기념으로 제작했지만 홍보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산골 마을의 평온한 일상과 마을 사람들의 삶을 소박하게 담아냈다. 안성기는 산에서 사고를 당한 후 의식을 잃고 잠에 빠진 다쿠지 역을 맡았다. 당시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이전이라서 국민 배우가 일본 영화에 출연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정식으로 개봉한 적이 없어서 오랫동안 '안성기가 누워 계속 잠을 자는 영화'라고 회자만 되었다. 코헤이 감독이 다쿠지 역할에 대해 "안성기가 아니면 안 되었다"고 토로하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사실 영화에서 안성기가 출연하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엔딩 크레딧에서 첫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다쿠지가 등장하는 않는 순간에도 인물들이 그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시종일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극적인 드라마는 없지만 안성기가 등장하는 장면은 모두 사건이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로 밀도 높은 긴장감을 일으킨다. 그냥 조용히 잠만 자는 연기가 아니다. 안성기의 미세한 움직임이 놀라운 순간을 만들어낸다. 특히 야쿠쇼 코지가 안성기와 함께 누워 있는 장면은 묘한 친밀감을 자아낸다. 영화가 그토록 아름답고 심오한 것은 그가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안성기라는 존재의 상징성이 영화의 꿈에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는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였다. 1990년대 초, 안성기의 대표작 <투캅스>, <태백산맥> 등의 성공과 달리 흥행 참패 후 잊힌 영화 중에 하나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홍보 문구만 봐도 알 수 있다. 위는 구멍 나고 장은 꼬인 만년 과장의 비애를 코미디로 그렸다. 전설적인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1952)에서 진 켈리가 비를 맞으며 탭 댄스를 추는 장면을 패러디했다. 그렇게 춤추고 노래하는 안성기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안성기는 'Singin' in the Rain' 대신 '아빠의 청춘'을 부른다. 신명나게 '부라보!'를 외치고 연탄을 던지는 그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케이크를 전달한다. 비 맞고 자면 감기에 걸린다는 아내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간만에 편하게 누운 안성기는 환하게 웃으면서 잠에 서서히 빠져든다. 잠시 가장의 무게에서 벗어나 행복을 꿈꾸는 남자. 이 장면은 안성기식 '운수 좋은 날'에 가깝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직감할 수 있어서 미소에 오랜 씁쓸함이 남는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026년 4월 29일(수)부터 5월 8일(금)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및 전주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전종혁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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