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김지원이 빛낸 불가리 하이주얼리 컬렉션 '에클레티카'

밀라노에서 공개된 불가리 2026 하이주얼리의 눈부신 순간

프로필 by 황인애 2026.05.28

LIVING DIALOGUE WITH ART


보는 것은 하나의 감각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과 감정과 시간이 한꺼번에 반응하는 사건이다. 불가리는 140년간 하이주얼리로 바로 그 순간을 만들어온 메종이다.


화이트 골드에 오닉스, 사파이어, 에메랄드, 파베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스카프 모티프의 ‘세레스 스카프’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화이트 골드에 오닉스, 사파이어, 에메랄드, 파베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스카프 모티프의 ‘세레스 스카프’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화이트 골드에 오닉스, 다이아몬드, 에메랄드를 세팅한 ‘세르펜티 스피라’ 하이주얼리 브레이슬릿.

화이트 골드에 오닉스, 다이아몬드, 에메랄드를 세팅한 ‘세르펜티 스피라’ 하이주얼리 브레이슬릿.


로즈 골드에 쿠션 컷 카보숑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에메랄드 스트라타’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화이트 골드에 오닉스,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오벌 컷 에메랄드를 세팅한 ‘시크릿 가든’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옐로 골드에 오벌 컷 루벨라이트, 핑크 투르말린, 애미시스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세르펜티 스피라’ 하이주얼리 브레이슬릿의 스케치.

하이주얼리는 전시되지 않는다. 입혀진다. 조각은 미술관 안에, 회화는 벽 위에 머물지만 하이주얼리는 사람의 움직임과 온기와 빛 속에서 존재한다. 그것이 하이주얼리를 다른 예술과 구별하는 지점이다.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 불가리는 140년간 바로 그런 순간을 만들어온 메종이다.

지난 3월 23일, 불가리는 2026 하이주얼리 컬렉션 ‘에클레티카(Eclettica)’를 밀라노에서 공개했다. 조각의 볼륨, 회화의 색채, 건축의 구조를 주얼리로 번역한 160점이 넘는 크리에이션은 각각이 하나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실제 삶 안으로 들어가도록 설계되었다. 에클레티카라는 이름은 서로 다른 사상과 스타일에서 가장 뛰어난 요소를 골라 하나로 결합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에클레티시즘’에서 왔다. 사실, 불가리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로마는 에클레티시즘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다. 수세기에 걸쳐 온갖 문화와 예술이 흘러들어 왔지만 그것들은 로마에 흡수되는 순간 로마적인 것이 되었다. 불가리 역시도 그렇다. 다양한 것을 품되 나오는 것은 언제나 명확하게 불가리, 그 자체였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의 장소는 두 곳이었다. 갈라 디너와 쇼의 무대가 된 빌라 아르코나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코덱스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저택으로, ‘밀라노의 작은 베르사유’라 불리는 곳이다. 쇼룸이 들어선 빌라 네키 캄필리오는 1930년대 건축가 피에로 포르탈루피가 설계한 모더니즘적 절제와 친밀함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날 두 장소 모두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다. 치밀하고 섬세하게 계산된 연출은 모든 감각을 자극했다.

빌라 아르코나티의 밤은 세 개의 홀을 통해 전개되었다. 첫 번째 홀인 살라 디 페톤테에서는 천장의 프레스코화가 뿜어내는 빛과 색채가 컬렉션의 젬스톤 구성과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어 살라 델 파에사조에서는 물성과 움직임을 탐구하는 조형적 접근이 펼쳐졌고, 로코코 볼룸에서는 앤티크 거울이 빛과 볼륨을 무한히 확장시키며 공간 자체가 하나의 설치 작품이 되었다. 미슐랭 스타 셰프 비비아나 바레세가 큐레이션한 디너는 세 개의 공간에 걸쳐 진행됐다. 코스가 바뀔 때마다 공간도 바뀌었다. 음식이 다음 장소로 이끄는 방식이었다. 쇼의 정점에서 빌라의 공간은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변했다. 거대한 빛 기둥이 솟아오르고 그 안에서 음악가들이 연주했다. 실루엣은 그림자가 되어 벽 위로 번졌고, 디지털 아트 스튜디오 퓨즈의 프로젝션은 불가리 주얼리의 표면을 확대해 벽면 전체를 색채로 덮었다. 에클레티카를 착용한 모델들이 그 안을 걸었다. 쇼룸이 들어선 빌라 네키 캄필리오는 다른 종류의 감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가리는 이 공간을 밀라노 특유의 살로토, 즉 이탈리아식 응접 공간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구성했다. 공간 안에는 주얼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베네치아 아티스트 리카르도 가티의 카라라 마블과 골드 리프 조각이 피스들 사이에 놓였고, 이탈리아 작가 베아트리체 보나피니의 유화가 벽을 채웠다. 루벨리의 자카드 태피스트리와 닐루파 갤러리가 고른 컬렉터블 가구가 그 사이를 잇는 방식은, 이곳이 쇼룸이 아니라 하나의 큐레이션된 세계임을 말하고 있었다. 에클레티카는 그 중심에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에클레티카를 주연으로 모든 조연들, 예컨대 음악과 비주얼, 향기, 모델의 애티튜드 그 모든 미장센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9점의 ‘카폴라보리(Capolavori)’, 이탈리아어로 걸작을 뜻하는 하이주얼리 마스터피스다. 각각의 피스는 조각, 회화, 건축이라는 세 가지 예술적 언어를 주얼리의 문법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세레스 스카프 하이주얼리 네크리스는 아르데코의 기하학과 텍스타일의 유연함을 동시에 품는다. 화이트 골드 위에 장인정신을 담은 1천600시간을 들여 완성한 이 피스는 직조된 리본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타마라 드 렘피카의 초상 속 여성 실루엣을 떠올리게 한다. 스리랑카산 31.90캐럿 슈가로프 컷 사파이어를 탈착 가능한 브로치로 품고 있어, 하나의 피스가 여러 개의 존재로 변환된다. 세르펜티 인피니아 하이주얼리 브레이슬릿은 총 1천800시간의 제작 시간 중 1천385시간을 오직 다이아몬드 커팅에 할애했다. 불가리를 위해 특별히 커팅된 7.49캐럿 유니크 컷 다이아몬드는 뱀의 해부학적 구조를 따라 설계되었다. 수치가 전달하는 것은 단순한 무게나 크기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고, 집착이고, 어떤 완벽함에 대한 불가리 메종의 헌신이다.


갈라 디너와 하이주얼리 쇼의 무대가 된 빌라 아르코나티. 불가리의 ‘에클레티카’ 하이주얼리 컬렉션 이벤트 현장에 참석한 배우 김지원. ‘에클레티카’ 하이주얼리 쇼에서 디지털 아트 스튜디오 퓨즈와의 협업으로 구현된 예술적인 퍼포먼스. (왼쪽부터) 브랜드 앰배서더 김지원, 프리앙카 초프라 조나스, 두아 리파, 앤 해서웨이, 유역비, 제이크 질렌할.

세르펜티 임페리얼 하트 하이주얼리 네크리스의 중심에는 30.75캐럿 골콘다 타입 다이아몬드가 자리한다. 한때 마하라자의 소유였다고 전해지는 이 젬스톤은 그 자체로 역사다. 불가리는 그 역사에 새로운 챕터를 더했다. 밀로의 비너스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 속에서 다이아몬드는 뱀의 머리가 되었다. 신화와 보석과 시간이 하나의 오브제 안에 압축되는 순간이었다. 에메랄드 스트라타 네크리스는 로즈 골드로 완성된 건축적 수직성의 구현이다. 잠비아산 슈가로프 컷 에메랄드 5피스, 총 26.05캐럿을 선별하는 데만 약 1년이 소요되었다. 750개가 넘는 요소로 구성된 이 피스는 놀라울 만큼 유연하게 목 위에 안착한다. 견고해 보이는 것들이 실은 얼마나 정교한 유연함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이 네크리스는 증명한다. 에클레티카는 하이주얼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하이엔드 워치, 하이주얼리 백, 그리고 향수까지 이어진다. 노떼 스텔라타 디 워치의 다이얼은 기원전 753년 로마의 탄생을 지켜본 밤하늘을 블랙 오팔과 다이아몬드로 손목 위에 옮겨놓은 것이다. 파보네(Pavone) 브레이슬릿 워치는 로마 예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공작을 주얼리로 소환한다. 다이아몬드와 루벨라이트, 에메랄드가 손목을 따라 움직이며, 카라칼라 욕장의 모자이크에서 영감을 받은 부채꼴 브레이슬릿이 그 아래를 받친다. 세르펜티 데아 시크릿 워치는 육각형 미학을 기반으로 새롭게 설계된 브레이슬릿이 손목을 감싸고, 마르퀴즈 컷 에메랄드로 장식된 뱀의 머리 안에 시크릿 다이얼이 숨어 있다. 세르펜티는 매번 허물을 벗지만 그 전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시계는 보여준다.

단 하나로 제작된 하이주얼리 백 10종은 악어 가죽 위에 주얼 클로저를 더해,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네크리스나 브로치로 변신한다. 라인업은 다양하다. 디바스 드림(Divas’ Dream) 이브닝 백은 아르데코의 선을 가방의 형태로 옮겼고, 드라곤 톱 핸들 백과 이브닝 백은 회화에서 가져온 색채를 가죽 위에 펼친다. 세르펜티 오리지널 톱 핸들 백과 이브닝 클러치백은 건축에서 빌려온 구조적 형태로 완성됐다. 여기에 새로 선보이는 하이엔드 에클레틱 세르펜티 백은 불가리의 시그너처인 뱀 헤드 클로저를 더 그래픽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컬렉션의 세 가지 예술적 언어가 가방 안에도 그대로 흐른다. 향수 불가리 에클레티카 아르키텍투라(Architettura), 스쿨투라(Scultura), 피투라(Pittura)는 향수 병부터 주얼리다. 무라노 장인의 스브루포 기법으로 만든 유리병 위에 골드와 젬스톤이 더해지고, 브로치나 펜던트로 착용할 수 있는 탈착식 장식으로 완성된다. 마스터 퍼퓨머 얀 바스니에가 독점 제조한 향은 이탈리아 블러드 오렌지에서 시작해 앰버리 어코드의 깊고 포근한 여운으로 닫힌다. 평생 리필이 가능한 이 향수는 불가리가 향수를 대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래 곁에 두는 것, 그것 자체가 하나의 주얼리라는 생각이다.

이번 행사의 가장 눈부신 순간 중 하나는 불가리 앰배서더 김지원이었다. 그녀는 베네치아 두칼레 궁전의 파사드에서 영감을 받은 ‘도제스 나이트 하이주얼리 네크리스’를 목에 걸었다. 건축의 기하학을 주얼리로 옮긴 이 피스는 스리랑카산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다이아몬드가 겹겹이 감싸는 구조다. 손목에는 두 개의 세르펜티가 자리했다. 로즈 골드의 ‘세르펜티 미스테리오시 팔리니 하이주얼리 워치’와 다이아몬드로 가득한 ‘세르펜티 하이주얼리 워치’가 나란히 빛을 뿜었고, ‘콜레지오네 베네치아나(Collezione Veneziana) 하이주얼리 네크리스’가 루벨라이트와 애미시스트, 쿤차이트, 모거나이트의 색채로 그 위를 흘렀다. 불가리가 오랜 시간 쌓아온 하이주얼리의 세계를 한 몸에 압축한 순간이었다. 새롭게 앰배서더로 합류한 두아 리파와 제이크 질렌할은 각자의 방식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더했고, 앤 해서웨이, 유역비, 프리앙카 초프라 조나스가 함께하며 그날 밤 빌라 아르코나티를 불가리의 세계로 완성했다.

에클레티카 앞에서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하이주얼리는 어떤 예술보다 더 완전하게 인간의 몸 위에 살아 숨 쉰다. 조각이 미술관 안에서 존재하고, 회화가 벽 위에서 존재하고, 건축이 도시 안에서 존재한다면, 하이주얼리는 인간의 움직임과 온기와 빛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밀라노의 두 빌라에서 그 환상의 세계가 잠시 열렸다. 그리고 그것이 닫힌 후에도, 그 안에서 본 것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좋은 예술은 늘 그렇다. 눈을 감아도, 여전히 거기 있다.

Credit

  •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Bvlgari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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