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년을 맞은 김해김 김인태
시그너처를 모은 2026 F/W 컬렉션에서 그의 응축된 10년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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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GNATURE DECADE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인태. 그의 브랜드 김해김이 2026 F/W 컬렉션을 통해 시그너처를 모았다. 구조적인 리본, 과감한 볼륨, 비틀린 실루엣까지. 파리 무대에서 꾸준히 자신의 언어를 밀어붙이며 유의미한 이정표를 쌓아온 그의 응축된 10년을 보라.
라벨을 빼곡히 붙인 재킷, 브라톱, 브리프는 모두 Kimhēkim.
소매에 가발을 더한 ‘벨라’ 트렌치코트, 니하이 부츠는 Kimhēkim.
오버사이즈 셔츠, 진주 장식 와이드 팬츠는 Kimhēkim.
리본 장식 ‘먼로’ 미니드레스, 헤어피스로 연출한 ‘자이언트 먼로’ 보, 양말, ‘먼로’ 발레리나 플랫 슈즈는 모두 Kimhēkim.
셔츠 두 개를 엮은 듯한 모티프의 오간자 드레스, 니하이 부츠는 Kimhēkim. 브라톱, 브리프는 에디터 소장품.
하퍼스 바자 요즘 유독 바빠 보여요.
김인태 3월 쇼를 마치고 지금이 그나마 한가한 시기예요.(웃음) 다음 주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고, 5월에는 10주년 이벤트도 준비 중이죠. 생각보다 할 일이 많네요.
하퍼스 바자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곳은 어디인가요?
김인태 최근에 옮긴 성수동 아틀리에예요. 원래 삼청동에서 쇼룸 형태로 운영했는데, 세 개 층으로 나뉘어 있어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곳으로 오면서 지난 10년간의 아카이브를 깔끔히 정리할 수 있었죠. 청담 플래그십을 함께 작업한 마하(mahā) 건축사사무소 김동현 소장이 공간 디자인을 맡았고요. 한 층에 모든 부서를 배치해 동선과 흐름이 한눈에 보이도록 설계했습니다. 제 작업실도 따로 마련했고요.
하퍼스 바자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네요.
김인태 오픈한 지 3년이 됐는데, 당시에는 큰 투자였어요. 결과적으로 브랜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죠. 그동안 파리에서만 쇼를 공개했기에 국내 고객과 직접 만나 피드백을 듣는 경험이 특히 중요했어요. 또 층마다 김해김의 유니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고객들이 브랜드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요.
하퍼스 바자 김해김이 국내 첫 공간으로 삼청동을 선택한 건 어쩐지 상징적이었어요.
김인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풍경이 브랜드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팀이 커지면서 공간의 한계를 느꼈고, 접근성도 아쉬웠어요. 자연스럽게 청담동과 성수동으로 공간을 확장 이전했어요.
하퍼스 바자 이곳에 있는 쿠튀리에들이 눈에 띄어요. 새하얀 실험복을 입은 이들은 촬영 중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었죠. “창고에 리본이 더 있어요!”라면서.(웃음) 이들은 누구인가요?
김인태 정말 중요한 팀이에요. 아이디어는 혼자 떠올릴 수 있어도, 실현은 혼자 할 수 없거든요. 함께한 지 벌써 6년이 넘었어요. 제가 실험적인 제안을 하면 선생님들은 “어려워도 해보자”고 말씀해줘요.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랑스러운 분들이죠.
하퍼스 바자 ‘김해김’이라는 이름을 처음 세상에 내놓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김인태 또렷하게 기억해요. 특히 김해김 라벨을 받아봤을 때・・・. ‘멋있다.’ 네, 멋있었어요. 가야 왕국을 세운 ‘김해 김’이라는 가문의 뿌리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장식 예술로 유명했던 왕국이니까. 초반엔 촌스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오히려 힘이 됐다고 느껴요.
하퍼스 바자 10년이라는 숫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죠. 지금 브랜드는 어디쯤 와 있다고 보나요?
김인태 처음 브랜드를 시작할 때 세운 10년 비즈니스 플랜의 40% 정도 이뤘다고 생각해요.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무(無)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뜻깊은 결과죠. 그간 파리의상조합 회원이 됐고, 국내에서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도 수상했고,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었습니다. 이제는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준비 중이고요. 무엇보다 달라진 건 혼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제는 팀과 함께 다음 10년을 설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100을 꿈꾸면서 달리면 40은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요.
하퍼스 바자 파리의상조합에 이름을 올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김인태 2019년이었어요. 조합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는데, 당장 다음 날 5분 정도 시간이 있으니 오라는 거예요. 그래서 옷을 한가득 들고 갔죠.(웃음) 5분이 두 시간으로 늘어났고, 어느 순간 다른 직원들까지 모여 옷을 보고 있더라고요. 며칠 뒤 등록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는 정말 뛰어다닐 만큼 기뻤어요.
하퍼스 바자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결정적이었던 순간 하나를 꼽는다면 그때일까요?
김인태 음・・・. 그래도 역시 ‘김해김’이라는 이름을 지은 순간일 거예요.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이름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자연스럽게 “김인태”라고 답했어요. 그러자 “그럼 성은?”이라고 묻더라고요. 한국인이라면 순간적으로 한번쯤 헷갈리는 순간이었죠.(웃음) 그런데 이를 정정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성은 ‘김해 김’입니다”라고 답했어요. 이후 학교에서도 친구들은 저를 ‘김인태 김해김’이라고 불러줬고, 그게 그대로 브랜드 이름이 됐어요.
하퍼스 바자 그런 파리에서, 지난 3월 10주년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2026 F/W 컬렉션은 아카이브와 새로운 시도가 동시에 읽혔어요. 어떤 의미였나요?
김인태 기존의 DNA를 유지하면서 방향을 확장하고 싶었어요. 블랙과 화이트 중심에서 벗어나 파스텔을 도입했고, 실험적 디자인에 커머셜 요소를 더했어요.
하퍼스 바자 아카이브를 다시 꺼내보는 과정은 디자이너로서 어떤 경험이었나요? 일종의 회고였는지, 아니면 재편집에 가까웠는지.
김인태 둘 다였죠.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다시 해보는 과정. 본가에 가면 어릴 적 사진을 보곤 하잖아요. ‘이런 곳도 갔었지’ ‘이런 것도 했었지’ ‘이땐 이런 감정이었지’라는 생각이 들고, 그럼 ‘다시 한번 해보자!’라는 다짐이 따라오죠. 그러나 다시 해보면 어렸을 때 했던 것과는 결과도 감정도 다르잖아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결국 재해석이 필요했어요. 그 모든 과정엔 행복감만 가득했고요.(웃음)
하퍼스 바자 오프닝 모델은 갤러리에 작품을 옮길 때 쓰는 아트 박스에서 등장했어요.
김인태 갤러리에 신작 설치하는 날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서울에서 온 작품이 파리에서 전시된다는 의미죠. 김해김을 입고 있는 모델만이 작품은 아니었어요. 이 쇼를 보고 있는, 이 전시 공간 안의 모든 인물과 요소가 예술 작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하퍼스 바자 이번 컬렉션에서 유독 애착이 가는 룩이 있다면요?
김인태 첫 번째 룩이요. 화이트 ‘먼로’ 미니드레스인데, 기존 디자인을 변주했습니다. 리본 위치를 조정했고, 신발 굽을 키튼 힐로 살짝 높여 비율을 보완했죠. 헤어스타일도 부팡(bouffant, 풍성하게 부풀린 의류나 헤어스타일)으로 해 헤어핀이 잘 돋보이도록 했어요. 단순하지만 힘이 있는 룩이에요. 가장 김해김다운 룩이기도 하고요.
하퍼스 바자 김해김을 어떤 사람이 입었으면 좋겠어요? 뮤즈를 꼽는다면요.
김인태 핵심은 ‘자기애’예요. 장식예술로서 패션은 결국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니까요. 스스로를 이해하고, 균형을 찾는 사람. 그런 의미로 김해김의 뮤즈는 제 자신이에요. 저는 저를 위한 컬렉션을 하고 저를 위한 길을 가고 있어요. 김해김을 입는 이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퍼스 바자 지금 김해김은 대중성과 실험성을 조율하는 데 큰 기로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김인태 맞아요. 김해김은 네 가지 라인을 운영해요. 매일 활용할 수 있는 베이식한 아이템으로 구성된 ‘My Uniform’, 행사나 이벤트 등 특별한 날을 위한 드레스와 수트로 구성한 ‘Tonight’, 상상을 현실화해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콘셉트의 ‘Buy It If You Can’, 어릴 때 할머니께 한복 바느질을 배우며 영감 받은 ‘김인태 김해김’까지. 10주년을 기점으로 앞으로는 ‘Buy It If You Can’을 메인에 둘 계획이에요. 메인 라인은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김해김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다른 라인은 프리 또는 캡슐 시즌을 만들어 오픈할 예정이고요.
하퍼스 바자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기한 것은 없나요?
김인태 뭘 포기할 수 있을까요・・・. 저 아무것도 포기 못한 것 같아요.(웃음)
© Jeon Euicheol
가발을 땋아 만든 ‘헤일론’ 미니드레스는 Kimhēkim.
볼드한 진주를 장식한 데님 재킷・팬츠 세트업, 샌들 힐은 모두 Kimhēkim.
※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Credit
- 사진/ Less
- 모델/ Yuanxin
- 헤어/ 박수정
- 메이크업/ 박수연
- 어시스턴트/ 김가람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2026 봄 패션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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