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이 다시 꺼낸 어른들의 만화책, 그래픽 노블
어른을 위한 깊이 있는 종이 만화책, 그래픽 노블의 흥미로운 세계. 웹툰에 익숙한 우리에게 책장을 넘기며 읽는 만화는 조금 낯설지만 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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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이 있는 이야기와 감각적인 그림으로 사랑받는 그래픽 노블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 그래픽 노블은 전쟁, 가족, 정체성 같은 주제를 만화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풀어내며 어른들의 만화로 자리 잡았다.
- 천천히 읽는 재미가 있는 추천 그래픽 노블과 그래픽 노블을 함께 즐기기 좋은 공간까지 소개한다.
사진/ 티빙 제공
최근 종영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3가 화제가 됐다. 유미의 연애와 성장만큼이나 반가운 건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 세포들이다. 사랑세포, 이성세포, 출출세포, 불안세포.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감정이 작은 캐릭터들의 회의와 소동으로 그려질 때, 우리는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다. 웹툰이지만, 이후 단행본으로도 출간되며 손으로 넘겨 읽는 만화의 재미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흐르던 이야기가 책이 되고, 회차 사이의 기다림이 한 권의 호흡으로 바뀌는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 그림으로 마음을 읽는 경험은 스크롤 속에서도 가능하지만, 종이 위에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 중심에 만화, 조금 더 깊이 있는 그래픽 노블이 있다.
그래픽 노블은 어떤 장르?
만화와 뭐가 다르고, 웹툰과는 또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답은 생각보다 깔끔하지 않다.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1964년 미국의 유명 만화비평가 리처드 카일에 의해 탄생했다. 사전적 정의는 “말과 이미지를 결합한 텍스트로 소설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회화적 그림으로 창작된, 성숙한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화다.” 책의 규격은 자유롭고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고유한 창작성과 테마를 지니고, 정교하고 회화적인 그림 스타일과 화려한 연출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정의는 꽤 허술해 보이기도 한다. 완결된 단행본 만화를 지칭하는 마케팅 용어로 주로 쓰여왔기 때문이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용어 자체가 만화를 진지한 책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이름으로 쓰여왔다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여전히 용어를 두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개념 논쟁이 벌어지곤 하지만, ‘만화’를 지칭하는 용어가 나라마다 다른 것처럼, 프랑스와 벨기에는 방드 데시네, 일본은 망가, 한국은 웹툰이라는 각기 주요한 흐름이 있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이름은 종이책으로 읽는 긴 만화, 혹은 문학적 만화를 가리키는 출판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더 넓게 보면 만화라는 장르가 원래 넓고 깊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사진/ 교보문고
여전히 논쟁은 끝나지 있지만 그래픽 노블이 ‘어른의 만화’라는 인상을 갖게 된 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장르는 일찍부터 전쟁, 가족사, 죽음, 정치, 성 정체성, 이주, 노동 같은 주제를 다뤄왔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아버지의 기억을 동물 우화 형식으로 그려냈고,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혁명과 망명, 성장의 시간을 흑백의 그림으로 기록했다. 윌 아이스너의 1978년작 《A Contract with God》은 미국 그래픽 노블 역사에서 중요한 초기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에는 《다크 나이트 리턴즈》, 《왓치맨》, 《쥐》 같은 작품이 나오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닉 드르나소의 《사브리나》는 2018년 맨부커상 롱리스트에 오른 첫 그래픽 노블이 됐다. 심사위원 발 맥더미드는 이 작품이 “좋은 소설이 해야 할 일”을 한다고 평했다. 만화가 문학상 후보가 됐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말풍선과 컷으로 이루어진 책도 동시대의 불안과 상실을 충분히 말할 수 있다고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극찬해 국내에서 스테디셀러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사진/ 게티 이미지
하루에도 이미지를 너무 많이 보는 반면, 진득하고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 사이에서 그래픽 노블은 깊이 있는 ‘읽기의 시간’을 선사한다. 말풍선을 읽다가 그림으로, 표정을 보다가 배경을 다시 보고, 다 넘긴 페이지를 다시 앞으로 되돌릴 수 있다. 웹툰처럼 빠르게 ‘정주행’하지 않아도 된다, 영상처럼 자동 재생되지 않는다. 웹툰이 스마트폰 화면에서 스크롤을 한다면, 천천히 책장을 넘겨 읽는다. 한 장을 넘기기 전, 컷과 컷 사이의 빈칸, 말풍선 없는 표정, 배경까지도 세심히 읽는 재미가 있는 굉장히 능동적인 장르다. 너무 많은 이미지가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시대에, 붙잡고 싶은 이미지가 담긴 책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또한 국가별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의 특색이 매우 강해 보는 재미가 있다. 실력 좋은 일러스트레이터가 많은 영국, 프랑스와 벨기에도 만화 강국답게 그래픽 노블 신에서 유독 좋은 작가와 작품이 많은 편이다. 만화는 어른들이 사서 읽고 소장하는 책의 영역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본은 말할 필요 없이, 거대한 만화 생태계를 갖고 있다. 오카자키 교코나 마스다 미리처럼 사소하지만 울림이 있는 감정을 잡아내는 작가도 사랑받는다. 미국은 슈퍼히어로 코믹스가 강세이지만, 그래픽 메모아르와 독립 그래픽 노블에서도 굵직한 작품을 내고 있다. 한국은 역시 디지털 기반의 웹툰이 강하다. 책보다 화면에서 먼저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를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하는 힘을 보여준다.
그래픽 노블 덕후 에디터의 추천 작 5
《로봇 드림》, 사라 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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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놀 제공
사라 바론의 2007년 작품으로, 이 원작에 기반해 애니메이션은 영화 개봉을 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이 작품은 외로운 개와 로봇의 우정, 이별,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2024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올랐고, 원작의 단순한 선과 대사 하나 없이도 감정과 메시지가 대형 스크린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여운이 길고, 뭉클한 이야기를 전한다.
《댄스!》, 모란 마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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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메시스 제공
그래픽 노블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신작이다. 영어판 제목은 《To Broadway》. 1957년 독일을 배경으로 브로드웨이 무용수를 꿈꾸는 현대무용 학생 울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의 표현 방식을 찾아가는 젊은 게이 남성의 성장담이 담겨 있다. 춤이라는 움직임을 종이 위에 섬세하게 붙잡아 두어 보는 재미가 있다.
《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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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학동네 제공
데뷔작으로 <2024 이 만화가 대단하다> 1위를 차지한 신예, 오시로 고가니의 작품으로 동명의 단편을 포함해 총 7편이 수록된 단편집. 판타지적 설정이 깃든 에피소드부터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억지로 위로를 건네지 않는데도, 책장을 마지막까지 덮고 나면 농도 진한 위로를 받는 듯하다.
《지층거주자: 반지하로부터의 수기》, 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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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종마루 제공
어느 날 집 안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와 마주한 주인공은 주민센터에서 등본까지 떼어보지만, 주소지에는 여전히 자신 혼자만 살고 있을 뿐이다. 반지하라는 공간, 불쾌한 동거, 보이지 않는 존재와 함께 산다는 감각을 현실적이면서도 기묘하게 풀어낸다. 한국 그래픽 노블이 지금의 주거 문제와 도시의 불안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
《중년에 지친 밤에는》, 마스다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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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북포레스트 제공
마스다 미리의 신작. 저자 특유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중년의 일상과 감정을 담아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깊은 공감과 함께 지친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선물 받는 느낌마저 든다.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픽 노블 읽기 좋은 장소 3
그래픽 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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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업체 등록 사진
사진/ 업체 등록 사진
사진/ 업체 등록 사진
서울에서 그래픽 노블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 그래픽 노블, 만화, 아트북을 중심으로 한 책방이자 라운지다. 입장료가 있고 노트북 사용과 외부 음식 반입은 제한되고, 19세 미만은 이용이 어렵다. 이태원점과 위례점 두 곳이 있다.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39길 33 그래픽 / 서울 송파구 위례순환로 387 대신위례센터 1관 지하1층
스파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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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pineseoul
그래픽 노블 시리즈, 한쪽책 시리즈 등을 전개해온 출판사 쪽프레스의 오프라인 공간. 이름 그대로 책등을 떠올리게 하는 길쭉한 공간에 쪽프레스의 책과 제품, 작업 흔적이 놓여있다. 서점이자 쇼룸, 편집부 작업실에 가까운 곳이다. 창작 워크숍 등이 열린다. 그래픽 노블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다면 들러볼 만하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48
더 북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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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북소사이어티 제공
출판사 미디어버스의 서점이자 프로젝트 공간이기도 한 이곳은 현대미술과 디자인, 시각문화 관련 국내외 서적을 폭넓게 소개한다. 그래픽 노블 전문 서점은 아니지만, 독립출판과 아트북, 비평적 출판물을 좋아한다면 꼭 들러볼 만하다. 서촌 매장은 주말에만 오픈한다. 최근 회현점을 오픈했다.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4길 로컬스티치 C동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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