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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독 피곤하다면? 철분 부족이 보내는 신호들

철분은 피부와 모발, 활력과 집중력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영양소다. 피로와 탈모가 반복된다면 철분 부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프로필 by 이슬 2026.06.16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머리를 감을 때마다 빠지는 양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피부가 예전보다 칙칙해 보인다. 대부분은 이를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나이 탓으로 여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철분 결핍이다. 철분은 우리 몸이 산소를 운반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또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과 면역 체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고, 집중력과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 생성에도 관여한다. 호주의 생화학자이자 영양의학 전문의 리비 위버가 “철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신체 부위는 거의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피부와 모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철분은 피부 재생에 필요한 콜라겐 합성과 모낭 세포 성장에 관여한다. 부족하면 피부에 생기가 줄고 안색이 칙칙해 보일 수 있으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윤기를 잃고 평소보다 많이 빠지는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철분 부족이 생각보다 늦게 발견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아니라는 결과를 받으면 철분 상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흔히 철분 부족이라고 하면 빈혈부터 떠올리는데, 빈혈과 철분 부족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빈혈은 혈액이 산소를 충분히 운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고, 철분 부족은 그보다 앞서 몸속 철분 저장량이 감소한 상태를 뜻한다. 철분 부족은 철분 저장고가 고갈된 상태이며 그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혈액이 산소를 제대로 운반하지 못해 빈혈로 이어지는 것이다. 닥터리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진복은 “건강검진 수치는 빈혈 여부를 확인하는 기준일 뿐, 몸에 철분이 충분한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철분 저장량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페리틴(ferritin)이다. 그는 “페리틴 수치가 30ng/mL 미만이면 빈혈이 없더라도 철분 결핍으로 보고 관리가 필요하며, 임상적으로는 50ng/mL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철분 부족을 놓치기 쉬운 이유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일상에서 흔히 겪는 몸의 변화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거나 집중이 잘 되지 않고 머리가 맑지 않은 느낌이 계속될 수 있다.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차고 심장이 빨리 뛰거나 평소보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경우도 있다. 두통이 반복되거나 다리가 불편해 잠들기 어려운 하지불안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새하나약국 약사 김태형은 “철분 부족으로 인한 피로는 단순한 컨디션 난조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며칠 쉬면 회복되는 피로가 아니라 충분히 쉬어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죠.” 증상이 진행되면 보다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다. 눈꺼풀 안쪽이 창백해 보이거나 입꼬리가 자주 갈라지고 혀에 염증이 반복될 수 있다. 이유 없이 멍이 잘 들거나 얼음을 자꾸 씹고 싶어지는 이식증도 대표적인 신호다. 김태형은 “이런 변화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철분 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여성은 국내 철결핍성 빈혈 환자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철분 부족에 취약하다. 매달 월경으로 철분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생리량이 많거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경우에는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평소 식습관도 철분 상태에 영향을 준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거나 반복적인 다이어트로 인해 위장 기능이 떨어지면 철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부족해지기 쉽다. 커피와 차에 들어 있는 탄닌과 폴리페놀은 철분 흡수를 방해한다. 말차 라테나 녹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철분제를 복용한다면 커피와 녹차, 홍차 등은 전후 2~3시간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반대로 비타민C는 철분 흡수를 돕는다. 콩류나 녹색 채소처럼 식물성 철분이 풍부한 식품을 오렌지나 키위, 파프리카 등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운동량이 많은 사람 역시 땀을 통해 철 손실이 늘어 철분 요구량이 증가할 수 있다. 철분 부족이 의심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철분제를 구입하는 것이 아닌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철분은 몸 밖으로 쉽게 배출되지 않아 필요 이상으로 축적되면 산화 스트레스를 높이고 간과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철분 결핍의 대표적인 증상인 지속적인 피로나 탈모의 원인으로는 철분 부족뿐 아니라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비타민D 결핍 등 다른 원인도 적지 않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검사를 통해 몸이 보내는 신호의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다.

일반 건강검진에서 확인하는 혈색소 수치만으로는 철분 저장 상태를 충분히 알기 어렵다. 또한 만성 염증이나 감염이 있는 경우에는 페리틴 수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어 검사 결과 역시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산부인과에서 시행하는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으며, 페리틴을 비롯해 혈액 속 철분의 양을 보여주는 혈청 철분, 철분 운반 상태를 확인하는 트랜스페린 포화도, 총철결합능(TIBC) 등을 함께 살펴보면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철결핍성 빈혈로 진단됐다면 식이 조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경구 철분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철 저장량을 빠르게 높여야 하거나 흡수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철분 주사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치료를 시작하면 피로감 등의 증상이 점차 개선되고 혈색소 수치도 회복된다. 다만 혈색소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고 해서 바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철분 저장량까지 충분히 회복하려면 일정 기간 치료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중단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복되는 피로와 두근거림, 집중력 저하가 계속된다면 한 번쯤 철분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소한 컨디션 난조로 여겼던 변화가 철분 부족의 신호일 수 있으니.


Credit

  • 글/ Franziska Frank
  • 사진/ Getty Images
  • unsplash
  • 도움말/ 이진복(닥터리가정의학과)
  • 김태형(새하나약국)
  • 디자인/ 진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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