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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읽기 좋은 책 5권,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하는 여름의 독서

상실과 위로, 관계와 기억까지. 눅눅한 여름날 천천히 펼치기 좋은 다섯 권의 책.

프로필 by 최노아 2026.06.30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시원함보다 깊은 감정을 건네는 여름 책 5권.
  • 상실과 위로, 관계와 기억을 담은 여름 독서 추천.
  • 소설·에세이·시·그림책으로 만나는 깊고 푸른 여름.

여름의 파랑은 늘 청량하지만은 않다. 어떤 파랑은 가슴 깊은 곳에 멍처럼 남고, 어떤 파랑은 관계가 끝난 뒤의 공백처럼 차갑다. 또 어떤 파랑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 선명해져,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의 깊은 곳으로 조용히 데려간다. 무더위와 장마를 건너는 이 계절, 이 책들은 단순히 시원한 이야기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흔들리는 마음, 끊어진 관계, 오래 남은 기억, 어두운 밤의 감각을 차분히 바라보게 한다. 바다보다 깊고, 밤보다 푸른 다섯 권의 책을 소개한다.



[에세이] 『나를 균열내기』 ,신유진 지음, 한겨레 출판 펴냄


사진/ 한겨레 출판 제공

사진/ 한겨레 출판 제공

신유진 작가는 뒤라스, 카뮈, 아니 에르노, 페렉 등을 따라가며 문학 읽기를 일종의 ‘자기 재구성’의 실천 방법으로 제시한다. 책은 한겨레 신문의 코너 ‘신유진의 프랑스 문학 식탁’에서 연재했던 글을 엮어낸 산문집이다. 저자는 문학을 통해 불필요한 것을 깎아내고,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성실하게 살아간다. 프랑스 작가들의 문장과 삶을 따라가되 작가는 “읽고 쓰는 일만이 나의 막을 부수고 건져 올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읽기의 감각을 치열하게 몸으로 되돌려낸다. “존재의 재발견과 존재의 새로운 발명은 어떻게 사람을 파고드는가. 그걸 세계의 비밀이라 부를 수 있다면, 신유진은 비밀에 멜로디를 붙이는 사람인 것만 같다.”는 백은선 시인의 추천사가 가슴에 오래 남는다. 자기 해체와 재조립의 과정은 차갑고 투명해,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강렬한 한여름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해준다. 작가가 글 쓰는 방식을 통해 ‘좋은 서평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답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신유진 작가 SNS

사진/ 신유진 작가 SNS



[시]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 고명재 지음, 난다 펴냄


사진/ 난다 제공

사진/ 난다 제공

난다 시편 시리즈 열번째 책.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으로 주목받은 고명재의 두번째 시집이다. 총 5부에 57편의 시를 담고 있다. “한층 깊어지고 한층 맑아”진 시적 음성, 그리고 시마다 “각기 다른 무게를 가진 종소리”로 다시 돌아왔다. 시인은 밥과 호떡, 우거지와 물장구 같은 생활의 감각으로 사람과 사랑, 허기의 자리를 더듬는다. 다정함과 성실하게 시를 쓰는 시인 답게, “샅바처럼 솥을 쥐던 여름”의 뜨거움, 노동, 체온, 사라지는 관계를 한 데에 호출하면서. 고명재 시인의 시가 가진 온도는 청량함이나 시원함보다는, 뜨겁고 녹진한 여름이라는 계절이 감당해야 하는 사랑의 깊고 짙은 밀도에 더 가깝다.


고명재 시인 / 문학동네 제공

고명재 시인 / 문학동네 제공

사실 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
순한 당신이
저를 배려해서 숨을 얕게 쉬었다는 거.
2026년 여름
고명재



[에세이] 『단절(들) (Rupture(s))』 , 클레르 마랭 지음, 사람in 펴냄


사진/ 사람in 제공

사진/ 사람in 제공

전작 『제자리에 있다는 것』으로 국내에서 크게 주목 받은 프랑스 철학자 클레르 마랭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깨는’ 존재라기보다 ‘깨진’ 존재일 수 있다.”라는 말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우리를 늘 능동적이고 강인한 존재로 인식하는 대신에 반대로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도 때로는 중요하다. 진로 변경, 이주, 투병, 출산 등 우리가 평소에 겪을 수 있는 가장 내밀한 단절부터 연인과의 결별, 가족과의 절연이나 사별 등 관계 단절까지. 단절을 겪은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나’로는 되돌아갈 수 없고, 때로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후폭풍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단절은 정말 ‘끝’과 ‘변화’일 뿐일까? 마랭은 어차피 삶은 단절의 연속이며, 그 경험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고 단언한다. 예기치 않은 변화로 인해 길을 잃은 순간,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존재할 용기를 되찾는 길로 이끈다고 주장한다. 철학과 엄청난 주석으로 무장한 작가의 주장은 삶에서 어떤 안녕을 고하는 순간에 굉장한 위로가 된다. 상실과 변화 앞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읽기를 권한다. 이별·퇴사·이주·질병 이후의 마음을 돌볼 언어가 필요한 독자에게 강력 추천한다.


단절은, 한번 뽑혀 나갔어도 또다시 끊임없이 뽑혀 나가는 것이다. 내적인 왕복 운동, 불안이다. 놓아주고, 거리를 두고, 감정을 달래는 길고도 긴 내밀한 작업이다. 자신 안에서 솟구쳐 오르는 감정의 폭력성을 길들여야 한다. 단절이 초래한 격변의 불가피한 결과들을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서서히 이를 길들여야 한다. 내가 단절하든, 타자로부터 단절을 당하든, 단절은 내적인 재앙이다.
– 100p, 「자신이 되기」 중 -



[소설] 『지상의 밤』, 임선우, 문학동네


사진/ 문학동네 제공

사진/ 문학동네 제공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세계를 만들어가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임선우 소설가가 선보인 세 번째 소설. '상실'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필두로 펼쳐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권태기를 겪으며 이별을 결심한 연인, 돌아가신 아버지, 떠나 보낸 반려견 등 헤어짐의 대상이 분명하거나, 뚜렷한 실체를 가진 상실뿐 아니라 인생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까지 꽤 폭넓게 아우른다. 그러나 슬픔을 끝까지 이야기하면서도 귀여움과 엉뚱한 유머와 섬세할 정도로 치지밀한 다정함을 남기는 임선우식 내러티브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빠른 호흡으로 책의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퇴근 후에 지친 밤이나 곧 다가올 장마 기간에 비 예보가 있는 날, 혼자 카페에 앉아 한 챕터마다 펼쳐지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만나기에 좋은 소설이다. 해파리, 강아지, 이별, 밤이라는 모티프가 눅눅하고 습한 이 여름의 계절이 주는 감각과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그림책] 『불꽃놀이(Fireworks)』 , 매슈 버제스 글, 카티아 치엔 그림, 신나는 원숭이


사진/ 신나는원숭이 제공

사진/ 신나는원숭이 제공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화가 카티아 친의 그림 사이사이 작가 매슈 버제스의 시적이면서도 다정다감한 글이 더해져 한층 풍성한 감성으로 가득한 그림책이다. 2026년에 칼데콧 메달을 수상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브라질계 대만인 카티아 친의 그림은 ‘복’ 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부엌 풍경으로 시작하고, 주방 한편에 놓인 대나무 찜기에서는 대만 특유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특히 작품 전체를 감싸는 다채로운 색채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더운 여름밤, 사이 좋은 남매가 옥상으로 올라가 불꽃놀이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린다. ‘팡!’ 가슴이 벅차오를 때 마치 우리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라고 말하지 않는가. 좋아하는 것을 만나거나, 새롭게 즐길 일을 마주하는 순간에 느끼는 처음이라는 낯섦, 강렬함, 짜릿한 감정을 담아낸다. 아이들이 그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어른들도 충분히 책이라는 캔버스에 수놓아진, 충분한 아름다움을 눈에 꼭꼭 담으며 읽을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은 마음껏 좋아하고 온몸의 감각으로 행복을 느끼는 하루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질 것.

책 '불꽃놀이' / 신나는원숭이 제공

책 '불꽃놀이' / 신나는원숭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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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각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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