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에도 곁에 둘 것들, 바자 에디터가 사랑한 30가지
유행은 바뀌어도 취향은 남는다. 패션, 뷰티, 문화를 아우르는 바자 에디터들의 타임리스 아이템 30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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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자 창간 30주년을 맞아 에디터들에게 '30년 후에도 곁에 두고 싶은 아이템'을 물었다.
- 샤넬 2.55 백과 막스마라 마담 코트부터 향수, 립스틱, 다양한 영화까지. 패션·뷰티·피처를 아우르는 30가지 타임리스 아이템을 소개한다.
트렌드는 계절마다 바뀌고, 새로운 제품은 매일 쏟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오래 사용할수록 멋이 깊어지는 가죽 가방부터 유행과 상관없이 손이 가는 코트, 세대를 넘어 읽히는 책과 영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집어 드는 향수와 뷰티템까지. <하퍼스 바자> 창간 30주년을 맞아 에디터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30년 후에도 여전히 곁에 두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패션과 뷰티,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의 취향과 기억, 시간이 쌓인 이야기를 품은 아이템을 모았다. 지금도 아름답고, 앞으로도 아름다울 것들.
TIMELESS 30
샤넬, 클래식 2.55 백
사진/ 샤넬
“유행은 지나가도, 스타일은 남아있다”라는 가브리엘 샤넬의 명언을 방증해 주는 아이템. 1955년, 샤넬 여사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손을 쓸 수 있도록 숄더 스트랩에 체인을 달았고,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우스의 아이코닉 피스로 전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싼 가격 때문에 나 역시 구매를 망설였지만, 정말이지 어느 룩에나 잘 어울리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 매년 가치가 상승하는 백인만큼 하루빨리 손에 넣는 것이 현명하다.
올드 셀린, 타이 다이 실크 셔츠
2010년대 후반엔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이제는 올드 셀린느라고 불리는)에 정말 푹 빠져있었다. 파리 패션위크를 갈 때마다 무언갈 하나씩 꼭 사 오곤 했는데 2017년 여름, 이 실크 셔츠를 보고 한눈에 반해 무려 두 사이즈나 큰 걸 ‘턱’하니 구입했다. 이토록 완벽한 핏에 아름다운 프린트를 갖춘 셔츠는 그 이후로 만나보질 못했다. 10년 가까이 입었고, 셔츠가 견뎌준다면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오래도록 입고 싶다. -패션디렉터 이진선
에크하우스 라타, 화이트 티와 탱크톱 & 데님팬츠
아침마다 고민하는 출근 룩 중 항상 선택하게 되는 아이템인 화이트 티셔츠와 진. 요즘 에디터의 눈길을 끄는 디자인은 뉴욕 베이스의 브랜드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다. 해체적인 실루엣과 디테일이 특징으로 심플한 티셔츠와 데님 팬츠도 독특한 텍스처를 활용해 자유롭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1990년대 케이트 모스부터 2026년 제니도 즐겨 입는 가장 심플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룩. 이 타임리스 패션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변주되어 우리 곁에 항상 머물러있다. -패션에디터 서동범
막스마라, 아이콘 코트
몇 년 전 DDP에서 열린 막스마라 전시에서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이 하나같이 카멜 코트를 입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 장면은 강렬하게 남았고, '언젠가는 꼭 막스마라의 코트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마침내 마담 코트를 장만했다. 20대부터 60대, 아니 80대까지 평생 단 하나의 코트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마담 코트를 고를 것이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완성도 높은 실루엣은 물론, 청바지와 함께 걸치면 쿨하고 캐주얼하게, 벨트를 단정히 묶으면 우아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누군가 단 하나의 코트를 추천해달라고 묻는다면 언제나 망설임 없이 막스마라의 마담 코트를 권한다. 그 뒤에 어떤 코트를 더 들여도 늦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게 마담 코트는 '첫 번째 코트'다. 어떤 코트를 사기 전에 먼저 갖춰야 할, 오래도록 옷장에 남을 단 하나의 코트.
롤렉스, 데이저스트 26mm
만약 평생 쓸 단 하나의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면, 나는 롤렉스 데이저스트 26mm를 선택할 것이다. 결혼 후 첫 번째 생일날 남편이 선물해 준 시계다. 몇 해 전 단종된 26mm 사이즈인데, 유독 손목이 얇은 나에게 딱 맞춘 것처럼 잘 어울린다. 시계를 장만하려고 할 때 누구나 위시리스트 1번으로 롤렉스를 꼽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특히 스틸 케이스는 활용도가 높다. 티셔츠 같은 캐주얼한 룩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격식 있는 클래식한 룩에도 깔끔하게 중심을 잡아준다. 어떤 옷을 입든 손목 위에 이 시계 하나만 더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단정하게 정돈된다. 유행은 계속 변하지만 클래식한 물건이 주는 만족감은 변하지 않는다. 거창한 꾸밈없이도 나를 가장 나답게 보여주는 이 시계야말로 내 삶을 채우는 단 하나의 아이템이다. -패션에디터 윤혜영
생 로랑, 슬링백 펌프스
스틸레토 힐의 블랙 슬링백은 언제나 믿고 꺼내는 치트키. 어떤 옷을 입었든 마지막에 이 구두를 신으면 괜히 안심이 된다. 스트랩 사이로 드러나는 발이 은근한 관능을 더하고 룩도 한결 정돈돼 보인다. 오래 신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 이유다.
릭 오웬스, 원 숄더 레더 톱
7 days, 24hours 손이 가는 원 숄더 레더 톱. 티셔츠나 셔츠 위에 레이어드하면 데이웨어로, 단독으로 입으면 파티웨어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레더 특유의 강렬한 인상 덕에 다른 액세서리를 최소화해도 룩이 단번에 완성되기 때문. 하나로 이렇게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아이템도 흔치 않다. -패션에디터 윤혜연
발렌시아가, 르 카골 피어싱 플랩 백
가방에 대한 소유욕이 넘치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에코백을 주로 들고 다니는 지금의 나를 보면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작고 소중한 월급을 쪼개 마련한 가방들조차 유행이 지나자 손이 가지 않아 처분을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렌시아가의 ‘르 카골 피어싱’ 플랩 백만큼은 앞으로도 평생 나와 함께할 것 같다. 일곱 개의 피어싱을 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백이자,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대변하는 아이템이기에.
까르띠에, 탱크 프랑세즈 워치
요즘의 나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시계다. 유행을 좇기보다 오랜 시간 곁에 둘 수 있는 물건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싹 에디터 시절(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까르띠에의 ‘탱크 프랑세즈’ 워치는 여전히 나의 위시리스트에 남아 있다. 스퀘어 다이얼과 로마 숫자 인덱스, 메탈 브레이슬릿이 매력적인 이 워치는 간결하고 우아해 어떤 옷차림에도 무리 없이 어울린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고,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손이 갈 것 같기에. -패션에디터 김경후
샤넬, No.5 오 드 빠르펭
사진/ 샤넬 공식 홈페이지
평소 향수를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특별한 날이면 자연스레 손이 가는 것은 역시 샤넬 No.5다. 어떤 의상과 자리에서도 튀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어우러지는 향. 오랜 시간 이 향수가 아이콘으로 남아 있는 이유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메이 로즈와 자스민의 플로럴 노트에 시트러스와 바닐라 어코드가 더해지고, 알데하이드의 존재감이 독보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비슷한 노트 구성을 가진 향수는 많지만, 이 균형과 깊이는 여전히 샤넬 만의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
내년이면 첫 권을 출간한지 30년이 되는 해리 포터 시리즈. 얼마 전,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도쿄와 영국의 해리포터 촬영지를 다녀오게 되어 책과 영화를 다시 꺼내 보았는데 여전히 동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0년쯤 더 지나 머리와 마음이 조금씩 굳어졌다고 느낄 때,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생긴다면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뷰티디렉터 정혜미
맥, 맥시멀 실키 매트 립스틱 디 포 데인저
색조를 많이 더할수록 얼굴이 답답해 보여 아이 메이크업이나 블러셔는 최소한으로 하는 편이다. 대신 입술만큼은 선명한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매트 립이다. 10년이 넘도록 가장 자주 손이 가는 립스틱은 결국 맥의 총알 립스틱. 20대 초반 '릴렌틀리 레드'를 시작으로 ‘루비 우', '칠리', '디바'를 거쳐 지금은 깊고 쿨한 베리 톤의 '디 포 데인저'를 가장 자주 바른다. 매트한 마무리에도 각질 부각이 적고, 선명한 발색과 뛰어난 지속력까지 갖췄다. 파우치에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이 립스틱을 고를 것이다.
프레데릭 말, 헤븐 캔 웨이트 오 드 퍼퓸
뷰티 에디터라는 직업의 가장 큰 즐거움은 내 취향의 경계를 넓혀준다는 점이다. 정향처럼 존재감이 강한 스파이시 노트를 즐기는 편이 아닌데, 브랜드 행사장에서 처음 만난 '헤븐 캔 웨이트'는 예외였다. 선명한 정향으로 시작해 아이리스와 매그놀리아, 포근한 머스크가 차분하게 이어지며 깊이 있는 잔향을 완성한다. 나이가 들수록 달콤하거나 가벼운 향보다 이렇게 절제된 깊이를 가진 향에 더 끌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마치 살내음처럼 편안하게 머무는 점도 좋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가장 자주 손이 가는 향수이자, 30년 뒤에도 내 향수 컬렉션의 첫 줄을 지키고 있을 향이다. -뷰티에디터 이슬
한영수의 사진들
‘서울 명동 Meongdong, Seoul 1956-1963’.
한영수는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그 시절 서울을 포착한 사진가였다. 그는 목에 카메라를 두세 대씩 걸고 골목을 돌아다니며 서울의 낭만을 장면에 담았다. 견고하고 세련된 풍경과 그 속의 멋쟁이들. 누군가는 그의 사진을 부르주아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삶이란 게 어디 그렇게 단선적일까. 기쁜 일과 슬픈 일은 공존하고, 우리는 종종 울다가도 웃는다. 연출 없이 기록된 사진 속엔 허탈과 슬픔, 좌절을 딛고 작은 희망을 꿈꾸며 삶을 이어 나가던 누군가의 인생이 슬며시 엿보인다. 비록 남루할지라도 결코 암울하지 않다.
최승자의 시들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내 청춘의 영원한’ 전문) 내 주변의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나 역시 최승자라는, 그 마수와 같은 영향권 아래에서 성장했다. 삶에 진 듯한 기분이 들 때면, 진은영의 해설처럼 ‘최승자의 시구 곁으로 기어서’ 갔다. 상처가 헤집어지고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돌아보니 치유의 과정이었다. 마침 6월엔 시인이 세상에 내놓은 시 중에서 91편을 골라 묶은 시선집이 출간됐다. 30년 뒤에도 그의 시를 읽고 있을 것 같다. -피처디렉터 손안나
영화 <더 폴>
어떤 영화는 살고 싶게 만든다. 내 삶의 모든 게 정체되어 나아질 구석이 없다고 여기던 무렵 이 영화를 만났다. 그 후로 '인생을 바꾼 영화'라는 시네필의 표현을 곧이곧대로 믿게 됐다.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비극이 찾아와도 삶은 계속된다는 겸허한 진리를, 이 영화는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여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난 듯이 낯선 이미지에 설레다가도 B급 유머에 속절없이 매혹된다. 그러다 “Are you trying to save my soul?”이라는 대사에 번번이 운다. 잘 살아보고 싶어서. 이건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을 부류의 마음이다.
토넷 S320 체어
세상에 아름다운 의자는 수도 없지만, 매일 식탁에서 앉고 싶은 의자는 다르다. 월급 사정과 집 평수를 떼고 본다면, 디자이너 라운지 체어를 여럿 들였을 것이다. 나는 타협을 쉽게 하는 현실주의자다. 불편을 감수하는 탐미주의자가 전혀 아니라는 뜻이다. 처음 이 의자에 앉았을 때, 맞춤 셔츠처럼 팔걸이 높이와 엉덩이를 받치는 곡선이 몸에 꼭 맞았다. 토넷은 1970~1980년대에 이 의자를 워낙 많이 만들어, 물량도 색 조합도 다양하다. 올블랙과 포인트 컬러는 물론 두세 가지 배합도 다양해, 집에 겹겹이 쌓아두고 싶다. 무엇보다 혼자 과시하고 싶은 의자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벌써 5년째 봐도 지겹지 않고, 30년 동안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의자. -피처에디터 안서경
알렉스 카츠 <아홉명의 여인들 2>
올봄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린 전시 《Studies》에서 이 작품을 처음 마주했다. 대형 회화들로 대표되어 온 작가의 한 두뼘 크기 연구작이 줄지어 있는 전시장을 거닐고 있자니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 묘한 기분이 들었다. 걸음이 느려지는 건 대체로 초상화를 지날 때였는데, 이 그림 앞에서 특히 그랬다. 여자의 왼쪽 어깨에 내려 앉은 빛부터 귀여운 빨간 구두의 디테일까지. 바짝 붙어 그림을 살피는 동안 올해로 아흔 아홉이 된 작가가 지나온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는 이 작가의 회화를 대하는 태도는 결코 낡지 않을 것이다.
장롱 리사이클 조명 ‘Light(3)’
부모님 댁 안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체로 촌스럽게 생긴 목재 수납장. 아마 30년 뒤에는 더 보기 힘들어질 장롱의 얘기다. 리사이클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 김비는 최근 작업에서 버려진 장롱으로 의자, 조명, 테이블 같은 가구를 만들었다. 이 조명 역시 문살을 비롯해 장롱에서 나온 부재들로 만든 것이다. 사실 난 이 작업의 자원 순환, 지속가능성의 측면보다도 근사한 외양이 마음에 든다. 서른은 거뜬히 넘겼을 장롱이 조명이 되어 다시 제 나이만큼의 시간을 겪고 난 뒤에는 얼마나 더 근사해질지. -피처에디터 고영진
보테가 베네타, 스몰 안디아모
바자의 30주년은 내게도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30년 뒤에도 곁에 두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늘 다음 트렌드를 좇아왔지만, 이 가방만큼은 처음으로 시간을 기준으로 선택했다. 인트레치아토와 시그너처 놋 디테일, 사용할수록 깊이를 더하는 가죽은 유행을 넘어 오래 남을 아름다움에 가깝다. 미니 루프를 오래 사용하며 보테가 베네타의 가죽이 지닌 매력을 이미 경험했기에, 안디아모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30년을 생각하며 산 첫 번째 가방. 언젠가 이 가방에도 사용감이 아닌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란다.
막스마라 테디베어 아이콘 코트
한 벌의 코트가 겨울을 기다리게 만드는 일은 흔치 않다. 막스마라의 테디베어 코트는 그 몇 안 되는 예외다. 올해 75주년을 맞은 막스마라를 대표하는 아이콘답게, 이 코트는 유행보다 시간을 입는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풍성한 실루엣과 달리 놀랄 만큼 가벼운 착용감, 겨울이 올 때마다 다시 손이 가는 카멜 컬러까지. 바자의 30주년을 준비하며 30년 뒤에도 입고 싶은 코트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이름도 테디베어였다. -디지털디렉터 김수진
에르메스, 트레 데르메스 컬러 립 펜슬
30여 년 전, 엄마의 화장대는 나만의 놀이터였다. 그중 가장 쉽게 손에 잡히던 것은 연필을 닮은 립 라이너. 어린 마음에는 이미 색을 입힌 입술의 테두리를 왜 다시 그리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립 제품은 지난 30년간 컬러와 질감, 형태를 가장 다채롭게 변주해왔지만, 입술선을 또렷하게 잡아주는 립 펜슬의 역할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자연스럽고 정돈된 인상을 완성해주는 덕분에, 지금은 매일 립 메이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손이 간다. 30년 전에도 존재했고, 30년 후에도 여전히 유효할 클래식한 뷰티 아이템이 아닐까.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리베 베르 말라키트 오 드 퍼퓸
향수는 계절과 기분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데 향수장 한쪽에 놓인 이 병만큼은 몇 번의 계절이 지나도 자리를 지켰다. 나에게도 시그너처 향이라는 것이 있다면, 여름과 겨울을 가리지 않고 병 바닥이 보일 때까지 뿌렸던 아르마니 프리베의 베르 말라키트가 아닐까. 화이트 릴리와 재스민이 풍성하게 피어나고, 시간이 흐르면 바닐라의 부드러운 온기가 은은하게 감돈다. 화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피부 위에 깊고 포근한 잔향을 남기는 점이 특히 좋다. 짙은 말라카이트 빛 유리병과 골드 플레이트는 뚜껑을 열기 전부터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지기도. 계절과 시간을 크게 타지 않는 이 향이라면, 30년 후에도 변함없이 나와 함께할 것 같다. -디지털에디터 제혜윤
<Stealing Beauty>
사진/ 씨네21
공교롭게도 <바자>와 같은 해, 개봉 30주년을 맞은 영화 <Stealing Beauty>. 여름이 오면 가장 먼저 다시 찾게 되는 작품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담아낸 토스카나의 풍경과 리브 타일러의 담백한 스타일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유행을 좇지 않는 미학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로, 앞으로도 매년 여름이면 꺼내 보게 될 나만의 타임리스 클래식 작품이다.
마틴파 포스터
떠나간 마틴 파를 추억하며. 내 집 벽에는 그의 'Ten Rules of Photography'가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액자로 만들어 걸어둔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부고를 접해, 그 문장은 내게 더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유머와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장면으로 바꿔낸 그의 시선처럼, 나 역시 익숙한 것들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그의 이름과 작업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시선을 남기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바자의 서른 번째 생일을 맞아 이 액자를 떠올린 이유도 같다. 30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시선과 태도는 결국 가장 오래 기억되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에디터 홍상희
닥터마틴, 1461 스무스
3년 전 구매한 닥터마틴 1461 스무스는 지금도 가장 자주 신는 신발이다. 처음에는 단단한 가죽 때문에 발이 꽤 고생했지만, 여러 번 길들인 끝에 이제는 내 발에 꼭 맞는 한 켤레가 됐다. 드레스업한 날에도, 편하게 데님을 입은 날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뭘 신지?' 고민되는 순간이면 가장 먼저 손이 간다. 30년 뒤를 떠올렸을 때도 가장 먼저 생각난 신발. 시간이 흐를수록 더 편해지고 더 나다워지는,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타임리스 아이템이다.
스포트막스, 모르가나 울 코트
작년 빈티지 숍에서 발견한 스포트막스의 모르가나 울 코트. 올 3월 패션위크 출장에서도 가장 든든한 동행이 되어주었다. 낮에는 따뜻하고 해가 지면 금세 쌀쌀해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이 코트 하나면 충분했다. 허리선을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실루엣과 더블브레스티드 디자인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꺼내 입게 되는 이유다. 다가올 9월 패션위크에도 가장 먼저 캐리어에 담을 예정! -디지털에디터 김윤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언제 샀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내지는 노랗게 바랬고, 오래 곱씹고 싶은 문장들 덕분에 책 모퉁이마다 접힌 흔적이 남아 있다.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다. 일면식도 없는 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릴케의 다정하고 느릿한 문장에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인내하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얇은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책. 출퇴근길에도,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늘 곁에 둔다. 몇 번이고 다시 펼쳐 읽어온 것처럼, 30년 뒤에도 책장 한켠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갈 책일 것이다.
<맘마미아>
ABBA의 밝고 경쾌한 음악, 여름의 청량함이 가득한 그리스의 풍경. 엄마와 할머니, 3대가 함께 웃고 노래하며 봤던 <맘마미아!>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특히 중년의 주인공 도나가 사랑을 이루는 장면은 열한 살이던 나에게도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이는 달라도 같은 장면에서 함께 웃고 울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열한 살의 꼬마부터 예순여섯의 할머니까지. 세대를 넘어 함께 즐기기 좋은 작품이다.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누군가의 여름을 반짝이게 해줄 영화. -디지털 어시스턴트에디터 방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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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각 브랜드 및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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