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부터 '기생충'까지, 주인공보다 강렬했던 이것
트로이 목마부터 베이글, 산수경석, 복숭아까지. 영화의 서사를 압축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브제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 <오디세이>의 거대한 트로이 목마처럼 영화에는 주인공만큼 강렬한 오브제가 등장한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베이글, <기생충>의 산수경석,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복숭아가 대표적.
- 단순한 소품을 넘어 인물의 욕망과 감정, 영화의 메시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오브제들을 살펴본다.
극장에서 <오디세이>를 보고 나와 가장 먼저 언급하게 되는 건 무엇일까? 맷 데이먼부터 젠데이아까지 이어진 스타 캐스팅도,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광활한 절벽과 해변도 아니다. 모두의 머릿속에 또렷이 남는 건 아마도 거대하고 육중한 ‘트로이 목마’의 존재감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들 중에는 관객을 사로잡는 크고 작은 오브제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물건들은 우주 전체를 삼키며, 한 가족의 계급, 그리고 한 사람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성적 각성을 드러내 보인다.
<오디세이>의 트로이 목마
사진/ 유니버셜 픽쳐스
사진/ 유니버셜 픽쳐스
<오디세이>의 트로이 목마는 손에 쥐는 물건이 아니라 아예 도시 하나를 무너뜨리려고 설계된 병기다. 스케일부터 다르다. 근데 진짜 무서운 포인트는 크기가 아니다. 목마는 신에게 바치는 선물인 척 만들어졌지만 사실은 안에 병사들을 숨긴 함정이다. 트로이 사람들은 10년을 버텨온 전쟁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성문을 스스로 열어젖히고, 그 손으로 직접 목마를 성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파멸의 시작이다.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트로이 전쟁 이후 오랫동안 죄책감과 기억상실에 시달리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 모든 괴로움의 시작점이 바로 이 목마다. 목마 안에 숨어 밤을 기다리던 순간부터, 성문이 열리고 도시가 불타는 순간까지 영화는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 내내 이 목마의 기억을 플래시백처럼 소환한다. 그에게 있어 목마는 한때 승리의 트로피였으나 끝내 도망칠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베이글
사진/ A24
사진/ A2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조부 투파키(스테파니 수)는 온갖 토핑을 하나의 베이글 위에 계속 쌓아 올리다가, 결국 모든 것이 새까만 블랙홀처럼 무너져 내리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 구멍은 다중우주 전체를 빨아들이는 허무 그 자체다. 조부 투파키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전부 경험해본 존재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 무엇에도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베이글은 그녀가 도달한 결론인 “다 부질없다”는 깨달음을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한 물건이다. 동시에 이 영화에서 베이글은 어머니 에블린(양자경)이 넘어야 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는 딸이 만들어낸 절대적 허무의 구멍 앞에서, 에블린은 그것을 부정하거나 파괴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딸과 함께 그 구멍을 마주 보며 손을 잡는 쪽을 택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중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기생충>의 산수경석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에서 산수경석은 처음엔 친구가 선물로 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돌에 지나지 않았다. 늘 수석을 옆에 끼고 다니는 기우(최우식)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그 모습을 그저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족의 소박한 희망 정도로 받아들인다. 기택(송강호)네 가족이 계급 상승을 꿈꾸는 동안 이 돌은 희망의 증표처럼 그들 곁을 지킨다. 그러나 반지하 집이 물에 잠기던 밤 기우는 오히려 이 돌이 자신을 따라온다고 말한다. 산수경석은 움직이지 않는 돌 하나가 계급 상승 욕망의 전 과정을 어떻게 다 지켜보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조용한 목격자다.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을 수상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복숭아
사진/ 에무필름즈
사진/ 에무필름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복숭아는 처음엔 북부 이탈리아의 뜨거운 여름을 보여주는 한 장면 같다가도 어느 순간 영화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논쟁적인 장면의 주인공이 된다. 딱복이 아닌 물복에 가까운 영화 속 과육은 무르고 부드러워서 손대면 쉽게 상처가 난다. 17세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가 복숭아 과육에 손을 대는 그 순간, 평범해보이던 복숭아는 주인공이 오래 억눌러온 욕망을 대리한다. 그 여름 우연히 만난 올리버(아미 해머) 앞에서 흔들리는 엘리오는 곧 부끄러움에 울음을 터뜨린다. 과일 하나로 한여름의 소년이 겪는 심리적 여정 전체를 담아내는 셈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영화화한 것으로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했다.
Credit
- 사진/ 각 이미지 하단 표기
지금 주목할 트렌드
#자켓, #스타일링, #셔츠, #액세서리, #트렌드, #청바지, #신발,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