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026 가을/겨울 유행할 키워드를 모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번 시즌 눈여겨봐야할 트렌드 키워드 10

프로필 by 이진선 2026.08.30

2026 F/W RUNWAY NOTES


다섯 명의 패션 에디터가 주목한, 새로운 시즌의 키워드와 이슈.


Midnight Bloom

올가을 낭만은 어둡고 관능적으로 피어난다. 블랙을 중심으로 화려한 플라워 패턴과 레이스, 프린지 등 장식적 요소를 더해 한층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 펜디와 디올은 흑백의 시스루 레이스와 플라워 아플리케를 교차하며 피부 위로 아슬아슬한 아름다움을 드러냈고, 지방시는 블랙 드레스에 길게 늘어지는 플라워 엠브로이더리로 율동감을 가미했다. 또 드리스 반 노튼은 코트부터 부츠까지 같은 자카드 원단으로 감싸며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특히 눈에 띈 건 에르뎀의 코르셋 드레스. 시스루 튤과 플라워 자수, 베일처럼 얼굴을 가린 장식이 마치 어두운 동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 했다.


Color Clash

올겨울엔 퍼에도 유쾌한 한 끗을 더해볼 것. 알록달록한 컬러 퍼가 코트부터 액세서리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며 스타일링에 확실한 포인트가 되었다. 샤넬처럼 다채로운 색을 한데 섞은 퍼 코트로 존재감을 과시해도 좋고, 디젤처럼 뉴트럴한 룩에 퍼 베스트로 힘을 줄 수도 있다. 이조차 부담스럽다면 펜디처럼 퍼 백 하나만 들어도 충분하다.


Hat Attack

머리에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을까, 이번 시즌 모자가 한껏 커졌다! 얼굴을 감싸거나 시야를 가릴 만큼 크기를 키우고 형태를 과감하게 비틀어 하나의 조형물처럼 완성한 것. 로로피아나와 안나 수이는 얼굴 길이만큼 높게 솟은 모자를 선보였고, 지방시는 아이보리 실크를 머리에 두른 뒤 크게 비틀어 얼굴 주변으로 펼쳐지는 조형적인 피스로 시선을 끌었다. 에디터의 베스트 모자는 단연 자크뮈스. 얼굴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울 만큼 넓은 챙으로 모자의 존재감을 극대화했다. 올가을엔 옷만큼이나 머리 위에 힘을 줄 것.


과장하고, 꾸미고, 조금은 현실을 벗어나도 좋다. 어쩌면 우리가 찾은 건 새로운 트렌드보다 다시 낭만을 믿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 패션 판타지에 빠져도 좋겠다. - 에디터 윤혜연


Who’s That?

옷이 만들어낸 ‘또 다른 나’에 주목한 디자이너, 줄리 케겔스. 2026 LVMH 프라이즈 최종 9인에 오른 그녀는 이번 컬렉션에서 ‘실제 모습과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그림자로 풀어냈다. 그림자의 형태를 관찰해 스커트와 재킷의 실루엣을 비틀고, 런웨이에서는 모델 뒤로 실제 움직임과 다른 모습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도록 디자인한 것. 손을 허리에 얹은 듯 보이도록 소매의 곡선을 설계한 재킷처럼 자신감마저 옷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Perfectly Seductive

지난 파리 패션위크에서 단 하나의 쇼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톰 포드 컬렉션을 꼽겠다. 깜빡이는 조명과 날카로운 노이즈가 정적을 깨자 모델들이 새하얀 공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 걷는 대신,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은밀하게 바라보거나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일반적인 런웨이라기보다 치밀하게 연출된 한 편의 연극에 가까웠다. 화이트 스커트수트부터 허리선을 대담하게 드러낸 미니멀한 드레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이더 아커만 특유의 위트가 돋보이는 PVC 스커트와 아우터, 원색의 룩까지. 관능과 절제, 완벽함과 일탈 사이를 오간 컬렉션은 톰 포드의 부활을 알리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 컬렉션의 진가는 리시(Re-See) 현장에서 더욱 드러났다. 마네킹에 걸린 피스들은 예리한 실루엣과 흐트러짐 없는 매무새를 갖췄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섬세한 디테일은 옷 하나하나를 뚫어져라 들여다보게 했다. 아커만은 톰 포드의 관능을 가장 지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되살렸다.


Vintage Romance

오래된 옷장에서 꺼낸 듯한 빈티지 슬립 드레스가 다시 런웨이에 등장했다. 빛바랜 파스텔과 브라운 컬러, 레이스 트리밍과 비즈 장식, 불규칙하게 흐르는 헴라인이 시간의 흔적을 연상시킨다. 흥미로운 건 이를 단순히 복고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 카프리 팬츠와 레이스 스커트 위에 겹쳐 입거나 스니커즈를 더해 오래된 옷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금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눈길을 끈다.


Sporty Vision

전 세계적인 웰니스 열풍 때문일까. 이번 시즌에는 스포티한 선글라스가 주를 이뤘다. 얼굴을 감싸는 유선형 렌즈와 날렵하게 각진 프레임은 러닝이나 사이클링의 영역에서 벗어나 드레스와 테일러링 아이템 등 다양한 스타일에 파고들었다. 로에베는 컬러풀한 패딩 룩에 고글형 선글라스를 더했고, 발렌시아가는 우아한 블랙 드레스와 매치해 미래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키코 코스타디노프가 오클리와 협업해 선보인 디자인과 샤넬의 유니크한 실루엣도 눈여겨볼 것.


The New Pearl Code

진주 액세서리는 매 시즌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진주는 젠더 크로스 시대를 맞아 남성의 옷장으로 영역을 넓혔고, 이번 시즌에는 특유의 고전미를 각기 다르게 변주했다. 발렌티노부터 마티에르 페칼까지, 이번 시즌 진주는 과감하게 쌓고, 숨기고, 비틀수록 새롭다.


Everyday Opera

19세기 무도회와 사교계의 필수품이었던 오페라 장갑이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키 아이템으로 자리했다. 무엇보다 일상적인 옷차림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니트 드레스나 미니멀한 톱과 팬츠에 매치해 오페라 장갑 특유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특별한 날에만 착용하던 오페라 장갑이 데일리웨어에 한 끗을 더하는 액세서리로 돌아왔다.


Over the Knee!

무릎을 훌쩍 넘어 허벅지까지 타고 올라오는 사이하이 부츠의 귀환! 과거에는 주로 미니스커트와 함께 관능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볼륨감 있는 니트와 데님 팬츠, 단정한 테일러링과 어우러지며 다채롭게 변주됐다. 이번 시즌 사이하이 부츠의 핵심은 과감한 길이보다 자유로운 활용법에 있다.


패션 신에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과거의 미학과 현재의 일상을 잇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 빈티지 슬립 드레스와 오페라 장갑처럼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아이템도 예상 밖의 조합을 만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 에디터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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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진선, 서동범, 윤혜영, 윤혜연, 김경후
  • 사진/ Launchmetrics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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