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에서 만나는 샤넬의 ‘아이디어 뮤지엄’
쓰이고, 해석되고, 다시 쓰이는 말들. 샤넬 컬처 펀드가 후원한 특별한 전시가 언어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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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IN MOTION
쓰이고, 해석되고, 다시 쓰이며 계속해서 자라는 말들. 샤넬 컬처 펀드와 리움미술관이 지난 3년간 이어온 질문과 대화를 ‘살아 있는 어휘’로 다시 펼쳐 보인다.
말은 쓰이는 동안 자란다. 몇 해 전에 딱 맞았던 말이 지금은 헐거워지고, 좁게 쓰이던 말이 어느새 더 많은 것을 품는다. 그러니 사람은 끊임없이 단어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 뜻이 만들어내는 새 길을 따라 오늘도, 내일도 움직여야 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처럼 인간의 존재는 언어 속에서 증명되기에.
지난 8월 31일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한 «아이디어 뮤지엄, 내일 이후(Idea Museum, After Tomorrow)»는 그렇게 자라는 말들을 모아둔 자리다.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으로 3년간 이어져온 퍼블릭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이 다뤄온 질문과 대화를 정리하는 전시인데, 결산의 형식으로 도록이 아닌 ‘살아 있는 어휘’의 모음집을 택했다. 어휘가 어떻게 살아서 우리를 확장시키고 때로는 가두는지를 이 전시는 모든 감각을 빌려 보여준다.
시각 디자이너 슬기와 민, 권수진, 편집자 이동휘가 함께 완성한 어휘집은 ‘집(home)’이나 ‘자연스러움(naturalness)’ 같은 말을 고정된 정의로 묶지 않는다. 같은 단어가 관계 안에서, 이동 안에서, 환경 안에서, 사회적 규범 안에서 반복해 등장한다. 그때마다 뜻이 조금씩 달라진다. 형식도 열려 있다. 위키 방식을 도입해 관람객이 자신의 해석을 더하고 새로운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관객은 공동 편집자가 되어 각자의 해석을 끝없이 덧바른다. 그야말로 어휘는 매 순간 인간의 쓰임 속에서 자라난다. 전시장은 건축가 이다미가 이끄는 플로라앤파우나(Flora and Fauna)와 스튜디오 석운동이 맡았다. 강당 라운지를 읽고 듣고 머물며 대화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고 소리와 이미지, 영상, 텍스트, 사물, 게임으로 이뤄진 스테이션을 놓았다. 관람객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사이를 오가며 어휘와 그 안에 담긴 질문을 탐색한다. 한편, 개막식에서 안무가 안은미가 이끈 퍼포먼스 <몰랑말랑물렁물컹구우우판>은 몸에서 나온 말을 다시 몸으로 집어넣는 과정을 보여준다. 12현 상모와 사물놀이의 울림에 뮤지션 NET GALA의 강렬한 전자음악이 더해졌고 아프리카 출신 댄서와 보깅 댄서들이 각자의 고유한 움직임을 얹었다. ‘아프로-아시아’와 ‘젠더’, ‘다양성’ 같은 어휘가 정의되지 않고 신체의 움직임으로 풀렸다. 관람객과 퍼포머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미술관은 공존과 환대의 공간으로 확장됐다.
«아이디어 뮤지엄, 내일 이후»는 단발성 전시로 끝나지 않는다. 동시대의 담론을 계속 축적하고 확장해나가는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것이 리움미술관의 계획이다. 전시 기간에는 프로젝트의 일부 어휘를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하는 토크와 모임도 이어진다.
말은 지금도 자라는 중이다. 어휘집에 실린 단어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시가 끝난 뒤에도 계속 쓰이고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그 말을 따라갈지 여기서 멈출지는 읽는 사람의 몫이다.
※ «아이디어 뮤지엄, 내일 이후»는 11월 29일까지 리움미술관 강당 라운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민정
- 사진/ ⓒ Chanel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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