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 에디터들이 발견한 한국적 아름다움
10월, 익숙한 한국적 미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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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ZAAR
THE MOVING STUDIO
“선배, 이 전시는 진짜 볼만해요.” 서도호 작가의 개인전에 다녀온 에디터의 감격에 찬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아니나 다를까. 곧 전시 인증샷이 알고리즘을 도배하더니 래코드가 서도호 작가와 함께한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프리즈 서울 주간에 맞춰 기획된 이번 협업은 “옷은 하나의 이동하는 건축과 같다”는 작가의 철학과 래코드의 MOL(Memory of Love) 프로젝트가 맞닿은 결과다. 빈티지 워크웨어를 재해석해 창작자가 어디로 이동하든 자신의 도구와 개인적인 기억을 소유하며 작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 컬러별로 단 하나씩만 제작된 스페셜 에디션 재킷은 서도호 작가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오간자 소재로 만들어졌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가의 대표작 <Nest/s>와 <Perfect Home>의 컬러 웨이를 적용했으며, 뒷면에 <Myselves> 작품 드로잉 자수를 더해 옷보다는 ‘작품’으로서 소장 가치가 높다. 사실 워크 재킷은 19세기 후반 산업혁명 시기 프랑스 노동자들의 작업복에서 유래한 옷. 여기에 서도호 작가의 손길이 더해지니, 빛이 관통하며 하늘거리는 재킷의 자태가 마치 고운 색의 한복을 연상시킨다. 옷을 하나의 이동하는 공간으로 해석한 관점도 경이롭지만, 서양 의복 양식에 한국적 미학을 더해 이 재킷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아닐지. 에디터/ 김서영
사진/ © Re;code
THE AGE OF JADE
한동안 반짝이는 스톤에 관심이 생기더니, 최근엔 생각지도 못한 소재에 마음을 빼앗겼다. 화보 촬영을 준비하다 발견한 쇼(Scho)의 비취 주얼리가 바로 그것. 숲처럼 깊은 초록부터 빈티지한 빛깔, 말로 정의하기 힘든 오묘한 컬러까지. “금은 가치가 있지만, 비취는 가치를 넘어선다”는 중국의 오랜 격언이 있을 만큼 비취는 예부터 귀한 돌로 여겨졌다. 영롱한 광택은 순수함을, 단단한 밀도는 지성을, 매끄러운 촉감은 정의로움을 뜻했다고. 그러고 보면 이 초록빛 돌에는 한국적인 미감도 깃들어 있다. 눈부시게 반짝이기보다 은은하게 빛나고, 시간의 흔적이 더해질수록 깊어지는 아름다움이다. 백자나 오래된 나전칠기처럼 자신을 과시하지 않으면서 오래 볼수록 마음을 끈다. 서양의 보석이 빛을 쏘아낸다면, 비취는 빛을 머금는 쪽에 가깝달까. 여기에 쇼 주얼리의 젊은 감각이 더해지니 고루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지금 하나 장만해두고, 함께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보석이다. 그중에서도 ‘가락지’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투박하고 둥근 비취 링이 나의 원 픽! 에디터/ 윤혜영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갈고리 발톱 모티프 진주 이어링은 48만원, 볼드한 ‘투바’ 링은 62만원, 제이드와 오닉스를 세팅한 ‘요요’ 네크리스는 52만원, ‘투바’ 링은 62만원, 작은 진주 아래로 커다란 사금석 볼이 달린 ‘니나 점보 버트 진주’ 이어링은 43만원, 꽃을 형상화한 ‘플뢰르 제이드’ 이어링은 43만원, 물고기 모양의 ‘포아송 제이드’ 네크리스는 65만원 모두 Scho Jewelry.
사진/ 김윤주
취향이 깃든 곳
패션 하우스에게 공간은 철학과 방향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또 하나의 언어다. 공간 안에 저마다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낸 두 브랜드를 소개한다.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4. 제이든 초가 새롭게 자리한 곳이다. 건물 이름부터 눈길을 끈다. 바로 가든(Garden) 타워.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꽃시장을 오가며 꽃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온 디자이너 조성민에게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학생 때부터 이 건물을 좋아했어요. 로비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붉은 대리석 기둥이 이어지는 구조가 흥미롭게 다가왔죠.” 쇼룸과 작업실이 공존하는 이곳은 그의 취향으로 채워져 있다. “쇼룸을 열면서 전시도 함께 진행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요.” 지금 꽃꽂이를 뜻하는 ‘Arrangement’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으며, 곧 세 번째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한 곳은 론칭한 지 10개월을 갓 넘긴 에레(EHR´E)다. 명예와 품격, 자부심을 뜻하는 독일어 ‘Ehre’에서 이름을 가져왔으며,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신당동 주택가에 쇼룸을 마련한 이유를 디렉터 신은혜는 이렇게 말한다. “약 6년 전 사옥을 찾던 중 조용한 일상이 느껴지는 이 주택가가 마음에 들어 건물을 구입했어요. 에레를 시작하기 전부터 수많은 고민과 작업이 이 공간에서 이루어졌죠. 그래서 새로운 장소를 찾기보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작업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시간의 흔적이 새겨진 빈티지 가구,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나무 그림자, 그 안에 놓인 에레의 컬렉션은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에디터/ 김경후
(좌) Jaden Cho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4, 가든 타워 로비층 (우) Ehré 서울시 중구 동호로20길 34-41
사진/ 각 브랜드
SCENERY BETWEEN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은 LA 기반 갤러리 ‘마타(Marta)’의 부스에서다. 서울에서 태어나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 중인 작가 김민재와, 그의 어머니이자 화가인 이명애의 작품이 함께였다. 허리를 굽혀 김민재를 대표하는 작업인 의자를 살피다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드니 작가가 이어온 탈 연작의 신작 <Drone>이 있다. 사람을 홀려 호랑이에게 데려간다는 원혼, ‘창귀’의 탈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작품의 양 날개에는 창귀를 달랜다는 소라와 매실이 달려 있다. 우리의 것을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는 지금 자신의 정체성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찾고 있는 중이다. 아마 이것은 그 탐색의 결과일 것이다. 에디터/ 고영진
사진/ Cava Life
갓, 다시 쓰다
갓을 그저 옛날 모자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갓은 한 사람의 삶에서 꽤 중요한 순간에 함께한 물건이다. 조선시대 성인 남성이 외출하거나 의관을 갖출 때 쓰던 관모였고, 남성이 어른이 되는 관례에서도 갓을 썼다. 머리에 무언가를 올리는 일이 단순히 차림새를 갖추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셈이다. 이달에는 갓의 형태를 빌린 헤드피스를 모델 오권호에게 씌워봤다. 전통적인 갓이 말총과 대나무로 만들어졌다면, 이번 헤드피스는 차갑고 단단한 소재로 갓의 형태를 구현했다. 여기에 서양식 수트 재킷을 입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모델 오권호와 오래된 관모가 만났다. 갓의 형태는 그대로인데 소재와 맥락이 달라지니 인상도 달라졌다.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머리에 무엇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꾸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갓은 지금 써도 제법 멋있다. 에디터/ 윤혜연
헤드피스는 가격 미정 Q Millinery. 재킷은 가격 미정 Sportmax. 터틀넥 톱은 29만원 Juun.J.
사진/ 신선혜 모델/ 오권호 헤어/ 안미연 메이크업/ 박수연 어시스턴트/ 김서주
REST IN HANOK
최근 영월의 더한옥헤리티지를 다녀온 뒤 한옥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전통 한옥을 숙박과 미식, 웰니스로 풀어낸 이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라온재’의 플로팅 사운드 배스. 산으로 둘러싸인 인피니티 풀에 몸을 담그고 소리에 집중하니 평소 어려웠던 명상도 신기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편백나무 향이 가득한 객실에서 쉬고 정갈한 한식으로 아침을 여는 시간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서울에서는 오래된 한옥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노스텔지어’가 눈길을 끈다. 여러 독채 가운데 ‘슬로재’는 한옥에서 쉬는 시간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든다. 이곳만을 위해 만든 음악과 향을 즐기고, 한편에 마련된 도예 스튜디오에서는 직접 도자기를 빚을 수 있다. 한옥 안팎에서 8시간 동안 수집한 소리는 한 장의 키네틱 드로잉으로 완성돼 체크아웃 후 받아볼 수 있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머물며 온전히 쉬어보는 것. 한옥이 새로운 웰니스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디터/ 이슬
(위) 더한옥헤리티지 라온재, 영월종택 2동 히노키탕 (아래) 도예 수업 도예, 노스텔지어 한옥 호텔 슬로재
사진/ © The Hanok Heritage, Nostalgia Hanok Hotel
DRESSED IN BEAUTY
대한민국 에디터라는 게 이토록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던가.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K-팝 아이돌의 메이크업은 국경을 넘어 모두가 동경하는 룩으로 자리 잡았다. 뷰티는 물론 패션, 문화, 음식에 이르기까지 관심이 닿지 않는 분야가 없다. 그렇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K-패션과 뷰티의 만남이라니. 이보다 더 한국적인 ‘미(美)’가 있을까 싶다.
라네즈는 글로벌 무대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마뗑킴과 손을 잡고 한정판 컬렉션을 선보였다. ‘피부는 결코 벗을 수 없는 옷’이라는 콘셉트 아래 크림과 쿠션 파운데이션은 물론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도 만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가 선보일 퍼퓸 컬렉션도 기대되는 소식. 8가지 향수와 7가지 캔들에 송지오 특유의 미학을 담았다. 특히 론칭을 기념해 약 두 달간 열리는 전시에서는 사진과 플라워 아트를 매개로 향을 입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에디터/ 정혜미
Laneige × Matin Kim 워터뱅크 모이스춰 크림 5만5천원.
Songzio Parfum 옵스큐어 50ml 17만9천원.
사진/ 정원영
가장, 한국적인 회화
이대원, <농원>,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112x162cm,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대원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가’라는 수식어로 알려졌다. 특유의 생동감 넘치고 명랑한 색채 때문이다. 이번 회고전은 그것이 작가 특유의 기질이 아닌 회화적 성취임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당대 서구 미술의 유행을 따르는 대신 자수와 나전, 화각 등 전통 공예의 색과 빛, 동양화의 운필과 기법을 연구하며 한국적인 현대 회화의 정체성을 평생 동안 탐구한 어느 화가의 위대한 성취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 에디터/ 손안나
※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11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Credit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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