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도, 현진도, 슬기도 반한 종이 조명의 정체
1951년 탄생한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7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는 ‘빛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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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RM, 스트레이 키즈 현진, 레드벨벳 슬기가 사랑한 조명,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 1951년 일본의 전통 등불에서 탄생해 조명과 조각의 경계를 허문 디자인.
- 7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감각적인 공간에서 발견되는 아카리의 이유.
2022년, 스위스 바젤을 찾은 BTS RM은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 전시된 조명을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의 ‘아카리(Akari)’인 것 같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스트레이 키즈 현진의 작업실에서도 아카리 특유의 둥근 조명이 눈에 띄었으며, 최근 빈티지 가구 숍을 찾은 레드벨벳 슬기 역시 아카리 조명에 대한 관심을 밝혔다.
예술을 사랑하는 동시대 아티스트들이 좋아하고, 가장 감각적인 공간에서 발견되는 조명이라고 생각하면 요즘의 디자인 같지만, 아카리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무려 1951년이다. 올해는 아카리 탄생 75주년. 뉴욕 노구치 뮤지엄도 2026년 11월 4일부터 2027년 9월 5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No Ordinary Light: Akari at 75>를 통해 75주년을 기념한다. 오래전 만들어진 조명이 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그 답은 아카리를 단순한 ‘조명’이 아닌 하나의 조각으로 바라본 이사무 노구치에게서 시작한다.
조각의 경계를 넓힌 사람
Isamu Noguchi with Akari light sculptures in Japan, 1968. The Noguchi Museum Archives, 03620. ©INFGM / ARS
190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본인 시인 아버지와 미국인 작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사무 노구치는 어린 시절을 일본과 미국에서 보냈다. 처음에는 의학을 공부하려 했지만 결국 조각을 선택했고, 1927년에는 파리로 건너가 현대 조각의 거장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âncuși)의 작업실에서 조수로 일하며 추상 조각의 세계에 눈을 떴다. 이사무 노구치에게 조각은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에 한정되지 않았다. 그는 돌과 금속으로 만든 조각뿐 아니라 무대 세트와 가구, 조명까지 작업 영역을 넓혔다. 오늘날까지 생산되는 커피 테이블과 아카리 역시 그의 작업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다.
전통 등불에서 발견한 빛
Isamu Noguchi with Akari light sculptures in Japan, c. 1950s. The Noguchi Museum Archives, 07022. ©INFGM / ARS
1951년 봄, 일본 기후를 방문한 이사무 노구치는 지역의 전통 종이 등불 ‘조친’을 접했다. 기후는 일본 전통 종이 ‘와시’와 대나무 살을 이용한 등불 제작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당시 전통 등불 산업은 쇠퇴하고 있었다. 기후 시장은 이사무 노구치에게 등불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디자인을 요청했고, 전통 등불에서 새로운 조형적 가능성을 본 이사무 노구치는 곧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전통 제작 방식과 접히는 구조는 살리되 촛불 대신 전구를 넣어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킨 것. 그렇게 아카리가 탄생했다. 아카리는 일본어로 ‘빛’을 뜻한다.
조명이 아니라 ‘빛의 조각’
Installation views, ‘Isamu Noguchi Exhibition,’ Museum of Modern Art, Kamakura, Japan, September 23 – October 19, 1952. The Noguchi Museum Archives. ©INFGM / ARS
이사무 노구치는 처음부터 아카리를 하나의 조각 형태로 구상했다. 기능을 가진 생활용품과 순수한 조각을 나누기보다, 그 둘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한 것이다. 아카리는 단순히 방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어떻게 놓이고 어떤 사람과 공간을 만나느냐에 따라 비로소 생명을 얻는 조각이다. 이사무 노구치는 198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37년에 걸쳐 200개가 넘는 아카리 모델을 디자인했다. 1950년대의 초기 모델 1A부터 둥근 펜던트,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플로어 램프까지, 형태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카리는 가볍고, 종이 갓은 접어서 보관하거나 운반할 수 있다. 아카리는 지금도 기후의 오제키에서 전통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아카리의 빛은 종이 문을 통과한 햇빛과 같다. 전기의 거친 빛은 종이의 마법을 거쳐 우리의 근원인 태양의 빛으로 되돌아가고, 그 온기가 밤에도 계속 우리의 방을 채울 수 있게 한다.” – 이사무 노구치
」 75년이 지나도 아카리가 낡지 않는 이유
Isamu Noguchi, Akari Light Sculptures. © The Isamu Noguchi Foundation and Garden Museum,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
아카리는 공간을 과하게 장식하지 않는다. 색도 재료도 담백하고, 종이라는 소재 덕분에 존재감마저 가볍다. 그런데 불을 켜는 순간, 방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다. 미니멀한 집에도, 빈티지 가구가 가득한 방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오늘날 아카리가 끊임없이 다시 발견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가 지금 탐내는 것은 1951년에 탄생한 오래된 조명이라기보다, 7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형으로 빛나는 하나의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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