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디바이스보다 효과 좋은 화장품이 있다?
친환경을 넘어 새로운 도약에 나선 톤28이 10년의 고집으로 빚어낸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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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FORMULA
진심이 느껴져 응원하던 브랜드의 낯선 모습에 궁금증이 생겼다. 친환경을 넘어 새로운 도약에 나선 톤28이 10년의 고집으로 빚어낸 결과물에 대해.
한 달에도 수십 개의 브랜드를 만나는 16년 차 뷰티 에디터에게 새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비슷한 성분과 기술을 조금씩 달리해 선보이는 시장에서 ‘다르다’ ‘새롭다’는 수식어만으로는 좀처럼 마음이 동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얼마 전 참석한 톤28의 10주년 행사는 꽤 많은 영감을 주었다.
“피부의 효율을 위해 회사의 비효율을 선택했다.” 톤28은 그렇게 뷰티 업계의 익숙한 문법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안전한 무농약 원료를 얻기 위해 직접 농장을 설립했고, 피부에 더 좋은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소신으로 원가율 40%가 넘는 제품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타협 없는 선택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9년간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고, 원치 않는 인수합병 제안 앞에서 생존과 존재 가치를 고민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피부에 필요한 답’을 찾기 위해 타협하지 않았다. 그간 ‘친환경’이라는 선명한 이미지에 가려져 있었지만, 톤28을 지탱해온 건 집요하리만큼 제품의 본질을 파고드는 고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견뎌낸 10년의 대답이 ‘더 퍼스트 블루 펩타이드’ 라인이다. 화장품의 한계를 뷰티 디바이스로 보완하는 게 익숙해진 시대에 다시금 화장품 고유의 힘을 증명하는 제품.
톤28의 두 번째 챕터를 여는 ‘더 퍼스트 블루 펩타이드’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무엇이 다를까. 하나의 포뮬러에 담아낸 10년의 시간을 브랜드 대표이자 연구원 정마리아에게 물었다.
하퍼스 바자 종이 패키지부터 고체 바, 맞춤형 구독 서비스까지. 톤28은 친환경을 실천하는 방식에서 줄곧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보인 제품은 무게중심이 조금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친환경 뷰티’를 넘어 성분과 임상, 효능을 강조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정마리아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왜 브랜드의 방향성을 바꿨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사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같습니다. 방향이 바뀌었다기보다 확장됐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그동안 톤28 하면 비건이나 친환경을 먼저 떠올리게 되고, 무게중심도 그쪽에 실려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가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해왔는지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했더라고요. 톤28은 마케팅 팀을 갖추기 전부터 연구소를 세팅했고, 실력 있는 연구원들이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데이터 팀 역시 정량·정성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해왔고요. 친환경을 향한 노력은 변함없지만,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다른 가치를 이야기하려는 거죠.
하퍼스 바자 그래서 이번 신제품 공개 행사의 이름도 ‘TOUN28 2.0 UNPACK’이었군요. 톤28 2.0은 이전과 무엇이 다른가요?
정마리아 톤28 1.0이 ‘내추럴’에서 출발했다면, 2.0은 ‘슈퍼 내추럴’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우리가 말하는 슈퍼 내추럴이란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이미 존재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자연의 힘을 찾아내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보여주는 것이에요. 브랜드명인 ‘TOUN28’도 이번에 새롭게 정의했어요. ‘Technology of Untouched Nature’, 아직 손대지 않은 자연의 가능성을 기술로 발견한다는 뜻을 담았죠. 이 철학을 처음 구현한 제품이 바로 ‘블루 펩타이드’ 라인입니다.
하퍼스 바자 톤28 2.0의 시작을 알리는 블루 펩타이드는 어떤 성분인가요?
정마리아 대학원 1학년 첫 학기 첫 수업에서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던지셨어요. “화장품 원료 중 가장 좋은 원료는 무엇일까?” 세라마이드, 비타민, 레티놀 등 온갖 답이 쏟아져 나왔죠. 그런데 교수님의 답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인체의 구조와 가장 유사하고, 우리 몸이 하는 역할과 가장 닮은 성분”이라는 거였죠. 블루 펩타이드는 혈액 내에 존재하며 다양한 생리 작용에 관여하는 성분이에요.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체내 양이 줄어든다는 점이에요. 저희는 바로 그 지점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하퍼스 바자 하지만 이미 화장품에 사용되어온 성분이기도 하죠. 톤28의 블루 펩타이드 포뮬러는 무엇이 다른가요?
정마리아 관련 논문을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효능이 보고된 성분이에요.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는 거죠. 제품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원가를 고려해야 하니 충분한 양을 처방하기 쉽지 않아요. 저 역시 고민이 깊었어요. 생존의 어려움을 겪어본 입장에서 원가율을 이렇게까지 높여도 될지, 행사 직전까지도 ‘정말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답은 결국 하나였어요. 좋은 원료를 제대로 된 함량과 순도로 담아내자는 것. 단순히 마케팅용 숫자가 아니라 실제 피부에서 유의미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피부를 중심으로 설계했어요. 좋은 성분을 제대로 처방했을 때 나타나는 효능을 입증하고 싶었죠.
하퍼스 바자 그 정도의 함량과 순도를 고집했다면, 제품 단가를 맞추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정마리아 맞아요. 심지어 공개 행사를 불과 이틀 앞두고도 판매가를 정하지 못했으니까요. 사업부에서는 출시 일정을 맞추려면 하루빨리 가격을 결정해야 하니 속이 타는 상황이었죠. 사실 사업부에는 정확한 원가를 알려주지 않았어요. 지금도 모를 거예요.(웃음)
하퍼스 바자 뷰티 업계에는 관행처럼 여겨지는 원가 구조가 있습니다. 그런데 톤28은 한 번도 그 틀에 맞춘 적이 없다고요?
정마리아 예전 같았으면 소위 ‘망하는 지름길’이겠죠.(웃음) 하지만 제품을 제대로 만들면 마케팅 비용은 줄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고 말하기 시작하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제품을 알리고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도 훨씬 다양해졌고요.
하퍼스 바자 하나의 제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연구소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다고 들었어요. ‘더 퍼스트 블루 펩타이드’는 몇 번의 샘플링을 거쳤나요?
정마리아 사실 이 질문을 받고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종종 그런 기사를 보잖아요. ‘제품 하나를 위해 150번의 샘플을 거쳤다.’ 저희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10년 넘게 연구해온 연구원들의 시간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요. 톤28은 매일 연구하고 실험합니다. 오늘 만든 샘플 하나에도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와 노하우가 응축되어 있죠. 그렇기에 횟수를 셀 수도, 몇 차례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워요.
하퍼스 바자 론칭 행사에서 한 연구원이 “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죠. 대표님도 발표 도중 울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힘든 고비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정마리아 사실 어느 한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블루 펩타이드는 뛰어난 원료임은 분명하지만 제형을 잡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요. 이 원료가 들어가면 점도가 떨어져 물처럼 흘러버리거든요. 이상적인 사용감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기 위해 무수한 실험을 거쳤고, 지금도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두고 계속 점검하고 있어요. 원료 수급도 큰 산이었어요. 워낙 고가인 데다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조차 만만치 않았거든요. 때로는 싸우고, 부탁하고, 설득해야 했어요. 게다가 손이 많이 가는 생산 공정 때문에 제조 현장을 조율하는 일도 쉽지 않았죠. 그러니 담당 연구원이 경력 중 가장 힘들었다고 이야기할 만해요. 조금은 엄살이 섞였을 수도 있지만요.(웃음)
하퍼스 바자 이번 제품에서 특히 눈에 띈 건 홈 뷰티 디바이스와 직접 비교한 인체적용시험이었어요. 작동 원리부터 다른 두 가지를 비교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마리아 증명하고 싶은 건 하나였어요. 좋은 원료를 제대로 처방한다면 화장품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효능을 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화장품은 일종의 생활재처럼 여겨지며 그 가치가 낮아졌고, 디바이스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강해졌죠. 결국 사람들이 뷰티 기기를 구매하는 이유도 ‘더 좋은 피부’를 위해서잖아요. 그렇다면 “디바이스와 직접 겨뤄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물론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올 거라는 자신도 있었어요.
하퍼스 바자 실제 결과도 예상하셨나요?
정마리아 관련 논문에서 디바이스에 준하는 효과를 보여준다는 내용을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된 처방이 뒷받침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놀라긴 했어요. 기대 이상의 수치가 나왔으니까요.
하퍼스 바자 톤28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수많은 뷰티 브랜드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없이 긴 시간을 버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요. 톤28에게 지난 10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마리아 단순히 10년을 살아남았다는 사실보다, 처음 다짐했던 태도를 얼마나 일관되게 지켜왔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려움이 많았고, 그때마다 안간힘을 다해 그 태도를 지켜왔거든요. 사실 2~3년 전에는 연구소를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연구진의 비중이 높다 보니 ‘이 인력을 마케팅에 투입했다면 이미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이 비용을 시딩(seeding)에 투자했다면 훨씬 크게 이름을 알리지 않았을까’ 하는 유혹이 끊임없이 생겼죠. 더 쉽고 빠른 길이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데 왜 우리는 이토록 험난한 길을 가고 있나 싶었던 거예요. 그럼에도 끝내 연구소를 포기하지 않았고, 자체 제조 방식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상세 페이지에 공동 대표가 쓴 문장이 하나 있어요. ‘격이 다른 성분, 결이 다른 가치.’ 저희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시간을 들여 만든 ‘결’이에요. 나무에 니스를 칠하면 단번에 반짝이는 광을 낼 수 있지만, 톤28이 추구하는 건 그런 방식이 아니에요. 같은 태도로 깎고, 문지르고, 다듬으며 쌓아 올린 결의 가치죠. 돌이켜보면 지난 10년은 그런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단순히 ‘버텨낸 시간’이 아니라 타협하지 않고 ‘지켜낸 시간’을 의미해요.
하퍼스 바자 10년을 지나오면서 “처음에는 옳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틀렸다”고 인정하게 된 것도 있을까요?
정마리아 예전에는 ‘우리가 말하는 것보다 뒤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제대로 지킨다면 굳이 그걸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톤28도 결국 기업이잖아요. 기업이라는 이름에 무게를 두고 보면 해야 할 일이 명확해져요. 재무제표를 살펴야 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그 매력을 제대로 알리는 일도 중요하죠.
하퍼스 바자 이번 제품을 가리켜 “지난 10년의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이어질 두 번째 질문과 대답은 무엇일까요?
정마리아 마침 오늘 아침에도 그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사실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거든요. 당시에는 인력도, 여건도 갖춰지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죠. 그런데 때가 온 것 같아요. 내년 공개를 목표로 준비 중인데 이번보다 시장을 더 들썩이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하퍼스 바자 힌트를 조금만 주신다면요. 또 다른 형태의 제품인가요?
정마리아 제품이 될 수도, 서비스가 될 수도 있어요. 현재 맞춤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인데, 그 과제는 중단이 아닌 미완성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열망이 남아 있거든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톤28이 처음부터 풀고 싶었던 문제에 다시 한번 답해보려고요.
하퍼스 바자 톤28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정마리아 공동 대표와 함께 ‘한국에 이런 기업이 있었다니’라고 기억되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해요. ‘이런 기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쩌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기업일 거예요. 더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이 보이는데도, 제품을 대하는 진심과 태도를 위해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기업. 그러니까 제품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Credit
- 사진/ 정원영
- 어시스턴트/ 천유경,이유리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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