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2025년에 주목해야할 니치 향수 트렌드

어떤 향수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것만 기억해

프로필 by 박경미 2025.03.12

THE NICHE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기 있는 니치 향수. 지난해 인기 있던 노트를 기준으로 2025년에 유행할 향기를 전망했다.


현재 뷰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카테고리는 향수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는 대한민국 향수 시장 규모가 매해 성장하여 올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젊은 층 사이에서 니치 향수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직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스타일이 정립되지 않은 이들이 니치 향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자신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특유의 독창적인 향과 희소성은 옷과 액세서리로 완성한 패션에 분위기까지 더할 수 있다. ‘다양성’과 ‘개성’이라는 키워드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개인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니치 향수만큼 매력적인 것이 또 있을까?

니치 향수는 단순히 개성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감정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힘도 지니고 있다.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의 창립자인 프레데릭 말(Frederic Malle)은 이를 두고 “저는 향수가 아닌 이야기를 만듭니다”라고 표현한다. 킬리안을 만든 킬리안 헤네시(Kilian Hennessy) 역시 향수를 만들 때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다. “여행의 추억이나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 스며 있습니다. 심지어 머릿속에서 상상한 에덴동산 속 금단의 열매도 향수로 구현했죠.” 이처럼 니치 향수에는 희귀하고 진귀한 재료와 함께 조향사의 개인적인 기억, 예술, 문화적 요소도 정교하게 녹아 있다. 또한 일반적인 향수와 달리 복잡하고 다층적인 노트로 구성된다. 이로 인해 개인의 체취에 따라 다른 향을 발산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숨겨진 향이 드러나기도 한다. 오랜 지속력을 가진 것도 니치 향수의 강점이다. 이와 같이 매력적인 요소를 지닌 니치 향수가 인기를 끄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원료를 새롭게 조합하기 때문에 종종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향수를 선택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올해 주목해야 할 트렌드를 정리했다.


구르망, 달콤함 뒤에 따라오는 반전 매력

젊은 세대가 달콤하면서도 섹시한 향을 선호하기 때문에 향수 브랜드는 달콤한 첫인상 뒤에 반전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르망 계열을 표현한다. 조향사들은 설탕, 초콜릿, 바닐라, 버터와 같은 베이킹 재료에 견과류와 너트메그 같은 노트를 조합해 깊이를 더하고 단 향과 상반되는 매력을 부과한다. 니콜라이 퍼퓸의 ‘마카롱 부르봉’ 역시 술에 젖은 장미 마카롱이라 부를 만큼 반전 매력을 담고 있다. 구르망 노트에 짠맛을 더한 ‘단짠’ 향수 또한 대중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Fueguia 1833 녹터나 EDP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았다. 진하고 단 바닐라 향이 퍼진 뒤 카카오 껍질의 쌉쌀함과 파촐리의 흙 내음이 따라온다. 대조적인 노트가 달콤함을 배가시킨다. 100ml 35만5천원.


락토닉, 다양하게 즐기는 우유 음료

국내에서는 일부 마니아 층이 선호하지만 지난 2년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던 카테고리 중 하나다. 향수에 사용하는 밀크 노트는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자아낸다. 달콤한 향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쌀 푸딩, 우유 아이스크림, 연유 등의 형태로 표현되어 왔다. 올해는 우유나 크림에 마차, 홍차, 커피가 어우러진 풍부하고 깊이 있는 향이 자주 등장할 전망. 얼마 전, 지방시 뷰티에서 선보인 ‘이레지스터블 오 드 퍼퓸 누드 벨벳’은 아몬드 밀크의 감미로운 첫인상에 장미와 머스크가 어우러져 매력적인 살 내음을 만든다.

Stora Skuggan 문 밀크 EDP 동굴 바닥에 고인 석회 웅덩이 위로 달빛이 비치면 마치 ‘달의 우유’처럼 보인다는 스웨덴 신화에서 영감 받았다. 블랙 티와 샌들우드가 자아내는 블랙 밀크티 같은 크리미한 부드러움이 특징. 시간이 지날수록 가죽의 스모키한 잔향이 남는다. 30ml 24만4천원.


프루티, 유혹적인 과일의 향

2024년은 과일 향수의 해였다. 특히 딸기 향이 압도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여름에는 시트러스가 가미돼 새콤달콤한 파인애플 향이 큰 관심을 끌었다. 하반기에는 다양한 버전의 체리 향이 등장하며 여성스럽거나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체리 향의 인기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자두·망고·살구 향 또한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바닐라, 피스타치오, 파촐리 등과 어우러져 관능적으로 변주할 예정이다.

Ex Nihilo 스파이키 뮤즈 EDP 아티스트들의 뮤즈로 선정된 여성들을 향으로 구현한 향기. 잘 익은 딸기와 고소한 피스타치오를 결합해 달콤함을 극대화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장미와 우드가 다채로움을 더한다. 100ml 43만원.


플라워, 고정관념을 뒤집는 꽃향기

올해는 바이올렛, 흰 모란, 장미 같은 신선한 플로럴 노트에 과일이나 우디 베이스를 결합한 향수를 눈여겨보자. 그중에서도 장미는 기존의 고풍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될 것이다. 향수 제조사들이 개량된 장미 분자를 활용해 꽃의 다채로운 면을 보다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앰버, 가죽, 우드와 어우러져 도발적인 매력도 선사할 예정.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데저트 젬 컬렉션 홉 매혹적인 장미를 중심으로 짙은 흙 내음과 스모키한 우드가 조화를 이룬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구매 가능. 100ml 1백36만원.

Credit

  • 글/ Leda Kottaropoulou
  • 사진/ © Fueguia 1833, Stora Skuggan, Ex Nihilo,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